겹이불 느낌이 좋다.

살아가기

by 김옥진

'조산사의 소명'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다. 일 년에 한 번씩 해 왔던 강의임에도 또다시 책을 펴야 마음이 편하다. 아주 오래전 손때 묻은 책부터 아직 하얗고 빳빳한 새책도 있다. 다시 읽으며 못 보았던 보물 같은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되고 잊혔던 것들도 다시 리마인드 한다. 대부분 여성, 출산에 관한 것들이지만 행동학, 동물학 등, 다른 분야까지 눈이 간다. 저절로 사랑할 줄 아는 또 다른 생명들의 이야기에 모든 것은 서로 통한다는 말을 떠올린다. 온 마을이 아이들을 키운다는 말 대신 '생명은 서로 돕는다'라는 지인의 책 제목이 더 그럴싸하다. 따듯한 마음이 올라온다.

어떻게 아기를 품고 낳아야 하는지, 자연스러운 것이 주는 평화가 무엇인지 너무나 확고하게 안다. 대체 어디 가서, 누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까?

그나마 내일, 어린 스무 살 간호학생들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내가 만약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꼭 정성껏 품고 낳아 젖 먹여 키우는 엄마가 되고 싶다. 밖으로 일하러 가는 엄마가 아닌 집에 있는 엄마도 해보고 싶다. 젊은 시절에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기들의 여름 나기

18개월 녀석이 소변을 가리는 사진이 SNS에 올라왔다. 신통하기도 하지. 돌 즈음에 뒤뚱거리며 걸음마를 하던 녀석이 꽃냄새를 맡으며 들판을 뛰어다니더니 어린이집도 즐겁게 다닌다. '이번 여름엔 벗겨놓고 키워보세요. 기저귀를 벗으면 소대변을 알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바닥 더러워지면 닦으면 되죠. 몇 번씩 본 기저귀 차고 다니는 것보다 건강에도 좋지요. 올봄 조산원에 놀러 온 지후 엄마에게 건넨 말이다. 엄마가 우리 애들 키울 때 내게 한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딸들은 엄마 덕분에 여름만 오면 개월 수 상관없이 속옷바람으로 지냈었다. 뭐 기저귀를 일찍 떼고 안 떼고를 떠나서 얼마나 답답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아이들은 쉬를 싸고 철퍼덕거리기를 다반사, 열심히 닦고 더 열심히 씻겼던 기억이 있다. 날 따라한 지호 엄마도 얼마나 열심히 바닥을 닦았을까! 서로의 눈 맞춤에 엄마도 자라고 지호도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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