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살아가기

by 김옥진

내게는 세명의 이모가 있다. 첫 조카였던 나는 이모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특히나 큰 이모는 이십 대 때 친구들을 만날 때나, 수영장 가드 알바를 할 때도 나를 데리고 다녔다. 남대문 도깨비 시장에서 예쁜 구제품 옷을 사 입히고 머리도 쫑쫑 따 주고는 예쁜 리본으로 꾸며 주었다. 덕분에 나는 소소한 여행을 이모를 쫓아 자주 다녔다. 귀찮지 않았었냐고 물었더니 "너는 말도 잘 듣고 얌전해서 데리고 다니기 편했어" 그래서 그런지 엄마는 늘 내게 이모에게 잘하라고 말했다.

엄마는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환갑의 나이가 된 나와 팔순을 바라보는 이모와의 관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넉 달 전부터 이모는 우리 집으로 켈리를 배우러 온다. 작은 딸이 선생님, 이모는 딸의 제자다. 일주일에 한 번 외출을 하게 된 이모는 매주 수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덕분에 우리 집 식구들도 수요일은 대청소를 하는 날이 되었다. 이모에게나 내 식구들에게나 수요일은 절로 활기찬 요일이다. 인덕원 역까지 마중도 가고 끝나고 배웅도 한다. 수업이 끝나면 맛집을 찾아 늦은 점심도 먹는다.


쌀쌀하니 바람이 분다. 오늘은 일식집에서 뜨끈한 알탕과 초밥을 먹었다. 어린 내가 말 잘 듣고 얌전해서 데리고 다녔을까? 이제 이모가 내게 준 사랑을 하나씩 갚아 간다고 생각하니 내 맘이 참 좋다. 다음 수요일엔 전복죽을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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