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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Oct 23. 2021

많이 자는 생의 첫날

짧은 이야기 9

아기를 낳은 날은 평생을 살면서 몇 안 되는 잊지 못할 날입니다. 조금 전까지도  산통으로 애썼던 어머니는 아기를 만나는 순간 아픔을 잊어버립니다. 엔도르핀이라는 진정 호르몬 때문이지요. 어떻게 낳았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서서 낳기도 하고 네 발로 엎드려 낳기도 하곤 하지만 그 순간 산모의 몸은 다른 나라로 간 듯 보입니다. 가슴에 아기를 안은 엄마는 아기만 생각합니다. 주위를 살필 이유가 없지요. 아기에게 눈을 떼지 못하며 숨이 차도 예쁘다고 계속 말합니다. 주위의 사람들이 하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요. 최고의 각성상태가 유지됩니다.

엔도르핀은 황홀함을, 함께 분비된 힘쓰는 호르몬 아드레날린이 연이어 역할을 맡습니다. 서로 반대인 듯 보이는 진정 호르몬인 엔도르핀과 각성 호르몬인 아드레날린이 아기와 엄마에게 휘몰아쳐 나옵니다.


인체는 참 신비하지요?


각성 호르몬은 출산 후 서너 시간 동안 분비됩니다. 정신을 차리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산모, 엄마를 쳐다보며 젖을 빠는 아기, 정상적인 출산과정에 있는 가장 자연스러운 풍경입니다.

서너 시간 동안 유지되는 본당(bonding)의 시간은 앞으로의 육아에 도움이 되지요. 젖을 빨아 엄마의 자궁수축을 도운 아기는 그 후 회복을 위해 잠을 잡니다. 산모도 피곤이 몰려옵니다.


태어난 첫  24시간 동안은 어머니와 아기는 회복기를 갖습니다. 피곤한 아기도 잠을 많이 잡니다. 굳이 아기를 깨워 젖을 먹일 필요가 없지요. 간간히 깨어 입술을 움직이며 쩝쩝 거린다면 젖을 다시 물려줍니다. 이튿날부터는 한두 시간 간격으로 젖을 주어야 한답니다. 많이 힘든 여정이 시작되는 거죠.


아기의 기저귀를 보는 것을 잊기도 합니다. 까만 태변이 엉덩이에 태변 딱지가 앉을 정도로 잊는 경우도 있지요. 아기와 어머니를 돌봐줄 분들이 챙겨 주실 것 중 하나입니다. 금방 기저귀를 갈아 주었음에도 바로 또 보는 경우도 있으니 자주 기저귀를 보시길 권합니다. 굳이 기저귀를 열고 보지 마시고 손가락으로 엉덩이 부분에 넣어 보는 것이 좋아요. 곤히 자는 아기가 깰 수 있거든요. 차차 익숙해지면 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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