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족은 작은 몸짓들 조차 사랑이다.

아기를 낳다.

by 김옥진

밤 한시, 셋째 아기를 낳기로 한 산모에게서 이슬과 양수가 보였다는 전화를 받았다. 여섯 살 큰 아이는 엄마의 진통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고 둘째는 이제 막 두 돌이 지나 어리다. 여타의 부부와는 달리 고요히 둘이서만 아기마지를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언제 시작될 진통 일지 몰라 상황에 따라 아이돌 볼 사람을 정해야만 했다. 다행히도 지금, 친정동생에게 전화를 하니 아이들을 봐준다고 했단다. 샛별이라는 태명을 가진 아기가 샛별을 보며 태어나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한적한 거리는 겨울로 가는 바람으로 그득 차있다.

그녀의 두 번의 출산 경험은 추웠다는 기억이 있다. 셋째 출산은 따듯하게 아기를 만나고 싶다는 산모를 위해 출산 방의 온도를 높이고 수중분만을 위해 따끈한 물이 담긴 풀을 준비한다.

모두들 잠자는 시간에 나 혼자 부산하다. 준비를 마치니 새벽 세시다. 안락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잠깐 내가 잠을 잤나? 전화소리에 화들짝 깼다. 출발을 알리는 산모 남편의 전화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진통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덜컥 걱정이 몰려온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얼른 오시라는 말 밖에 없다. 동이 트는지 빛이 들어온다. 차가 막히지 않기를, 아주 조금만이라도 편안하게 오는 것을 생각한다.


착한 아내는 일하고 늦게 들어와 곤히 자는 남편을 깨우지 못하고 혼자 진통을 했을까? 경산 모라서 진통이 시작되면 조금 일찍 출발하시라 말했건만 왜 이렇게 늦게 출발을 하는 걸까?

혹여 오는 길에 차 안에서 아기를 낳지 않을까?

몰려오는 강박적인 궁금증에 전화를 해볼까 했지만 진통하는 아내를 태우고 오는 남편의 안전을 위해 참고 기다린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은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동물원의 사자처럼 서성이며 마른 입술을 달랜다.


통화한 지 거의 두 시간이 지나가는 여덟 시, 산모가 도착했다. 다행히도 산모의 얼굴을 보아하니 아직 더 있어도 되겠다. 묻는 말에 대답도 잘한다. 그제야 가슴 한가운데 돌덩이가 내려갔다. 목구멍으로 물도 쉬이 넘어간다. 썼을법했을 물맛이 참 좋다. 인간이 여타의 생물들과 특별히 다른 것은 상상력이라고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말한다. 그의 말처럼 없는 것을 상상하는 것으로 인간의 모든 진화와 발달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오늘의 나의 불안은 나의 상상력이 만든 것뿐이고 오는 도중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단지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었을 터, 상상이 만들어낸 불안에 그만 또다시 속아버렸다. 그래도 아기가 차 안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한 상상은 그냥 상상이었을 뿐이다.


생각보다 골반이 참 좁다. 좁은 골반을 통과하는 아기도 힘들 테고 낳는 이도 마찬가지다. 두 분의 둘라 선생님들의 도움 없이는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거다. 예상시간을 넘겨 3.1킬로의 예쁜 아기가 길쭉한 머리 모양을 하고 물속에서 태어났다. 수중에서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후일담을 전해왔다.


잘 먹고 순하게 크는 아기를 닷새날에 보고 왔다. 생리적 황달도 있지만 젖이 풍족하고 예쁜 황금똥이 나오니 걱정 없다. 일광욕하는 것도 알려 주었다. 배꼽은 벌써 예쁘게 떨어졌다. 피가 나와 딱지가 앉았지만 곧 아물 거라고 안심시켜주었다.

이제 막 출근을 하는 남편이 아내에게 뽀뽀를 하고 나갔다. 이 가족은 작은 몸짓들 조차 사랑이다. 말하지 않아도, 가르치지 않아도 엄마 아빠의 사랑을 만나고 배울 아기도 사랑일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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