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

by 김옥진

나의 아버지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예비 아버지들에게 굳이 이런 화두를 던지는 이유는 태어날 아이와 아버지의 관계가 좀 더 긍정적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불쑥 던진 질문에 바로 대답하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드물게 바로 긍정의 답을 주는 사람도 있고, 용기 내어 부정적인 답을 내미는 사람도 있다. 아무 대답이 없는 사람은 나와 눈 맞춤을 피하기도 한다.

머뭇거린다는 것은 자신이 없고 상처를 내어놓고 싶지 않다는 뜻이니 굳이 답을 해보라고 조르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번쯤, 아니 계속해서 자신의 아버지를 생각하며 스스로가 어떤 아버지가 될까 고민을 던지게 하는 것이 목표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뱃속에서부터 시작된다. 태아에게 주는 조그만 관심은 사랑이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태어날 아기를 위해 더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곤 하지만 정작 사랑을 나누어 주는 일엔 서툴다. 게다가 그 누구도 태아와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랑이라는 녀석은 경제적 가치보다 훨씬 상위에 있다. 아버지의 작은 변화는 큰 결실로 돌아오는 것을 현장에서 무수히 본다. 사랑의 마음으로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아기로부터 작은 응답도 받을 수 있다.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묵뚝뚝하고 시계추같이 직장을 오갔던 아버지를 둔 예비 아빠는 아버지를 '장롱 다리'라고 표현했다. 장롱 다리의 의미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곳에 함께 참석한 다른 예비 아빠들은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치 깊은 곳에 꼭꼭 숨겨 놓았던 비밀을 고백한 듯 후련해 보였다. 몇 달 후면 똑같은 아버지가 될 그대는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보겠다고 말했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꼭 그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아버지를 이야기할 때 술주정과 폭력은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다. 어린아이가 아버지가 되면서 어릴 적 자신이 자동으로 꺼내진다. 꼭 그 대물림을 끊어내기를 원하지만 각인된 아버지의 성정이 불쑥불쑥 튀어나올까 하는 두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다시 말한다. 아주 조금만 잠자고 있는 사랑을 꺼내보자


부모의 성정과 다르게 크고 싶지만 결국 닮아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부모의 성정을 넘어 자유로이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좀 더 멋지고, 고상하고, 지질하지 않게 살려고 노력해도 어느 날 문득 부모보다 더 못해 보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생리학적으로 인간은 좋고 행복했던 기억보다 힘들고 화난 사건들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한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아버지를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은 무단히 노력해야만 할 수 있다. 자식은 늘 부족했다는 것만 기억해 내는 것을 보면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속담이 맞는 것도 같다.


나의 어머니는 따지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함께 장을 보러 갈 때 꼬치꼬치 따지는 어머니가 창피했었다. 안사면 될 것을, 그냥 지나치면 될 것을, 어린 나는 가슴이 참 답답했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어머니에게 훈수? 두듯 나무라기도 했었다. 성인이 된 어느 날, 어머니와 똑같은 내가 보였다. 지나쳐 생각하니 언성을 높일 일도 아니었고 그저 눈을 질끈 감았으면 조용했을 일에 진흙탕에 철퍼덕 엎어져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나름 그것이 옳은 일이라는 생각 하며 일일이 따지시던 어머니가 내게도 들어 있었다.

되는 것 같진 않지만 조금 멈추고, 힘을 빼고, 조심스레 다가가기로 마음먹는다.

아이들과 몸으로 놀아주며 눈을 맞추는 아버지를 둔 아이들은 자신감으로 차 있다. 어디서나 당당하고 거리낌이 없다. 부모가 주는 신뢰와 사랑은 가정 밖에서 힘을 발휘한다. 아버지가 되려는 자는 자신의 부모보다 조금 더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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