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다. 받아내다.

아기를 낳다

by 김옥진

새벽 세시, 아기가 태어나려 한다. 주섬주섬 눈도 뜨고 옷도 입고 눈곱을 떼었다. 24시간 중 가장 한가할 거리, 어디선가 불쑥 고양이들이 나올듯한 껌껌한 골목을 지난다. 저 멀리 나란한 초록불들을 굳이 빠르게 지나갈 이유는 없다. 먼 곳서 오는 사람들이 춥지 않게 방 온도를 한껏 올린다. 새 생명을 맞이할 팀들이 속속 똑같은 몸짓으로, 똑같은 말을 뱉으며 들어온다. 녀석의 첫 발자국이 순조롭기를, 밤샘을 하지 않기를, 그곳의 모두가 봄꽃 향기를 맡기를 소원한다.


긴긴밤이 가고 동이 튼다. 여전히 애를 쓰고 있는 낳는 이와 태어나려는 이, 해가 머리 위에 오르자 작은 인간이 세상으로 왔다.


옛다!

이제 엄마 품으로 가거라.

옳지, 이제 네 스스로 숨을 쉬거라.

두 발로 꿋꿋이 하늘을 벗 삼아 살거라.

따듯한 양수를 닦으며 기도를 한다.

건강하거라. 행복하거라.

어디선가 너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음을 기억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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