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 잘 가셨습니다

아기를 낳다.

by 김옥진

새벽마다 사라지는 진통으로 출산팀들은 일주일 중 두 번이나 날밤을 샜다. 이번이 세 번째 날, 달이 휘영청 뜬 대보름날에, 이 집 저 집서는 오곡밥에 부럼을 먹지만 우리는 아기를 기다려야 한다. 헛걸음한 이틀이랑 다르게 이번엔 진짜 진통이 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진통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보는 우리는 즐겁다. 진통이 오갈 때마다 인상을 펴시라고 입이 마르도록 말한다. 주름을 펴는 것은 긴장을 푸는 것이고, 긴장과 함께 자궁근육도 풀어진다. 부드러운 길로 아기는 더욱 쉽게 세상으로 향한다. 함께 호흡을 잘 따라 한다. 나도 함께 어깨에 힘을 빼고 온화한 얼굴로 그녀를 지켜본다. 짬짬이 눈을 맞추곤 하지만 대부분 눈을 감은 모습은 이미 출산 호르몬 샤워를 하고 있는 증거다. 6cm 개대가 되자 풀에 물을 받는다. 계속 허리 통증으로 얼굴은 다시 일그러지지만 입수를 하자 180도 달라진다. "히야!!! 따듯하니 물이 좋네요~ 이거 강추입니다. 정말이에요. 훨씬 허리 통증이 덜하니 살 것 같아요. 최고의 출산을 제가 하고 있네요 " 갑자기 제정신이 든 듯 외쳐댔다. 덜 힘들고, 나아가 행복한 마음이 든다는 그녀의 말은 밤샘으로 피곤한 우리를 위로한다. 자궁문이 따듯한 물에 백기를 들었는지 슬쩍 힘이 들어가는 소리가 난다. 천골을 바닥에 깔고 등을 동그랗게 만들어 아기가 미끄럼을 잘 탈 수 있게 출산 자세를 돕는다. 몇 번이나 반복을 해야 할지 알 수는 없으나 힘주는 소리는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승리의 소리다. 아기가 태어나려 하니 식구 모두가 깨었다. 모두가 이 순간을 느낀다.

멀리 있는 어머니도 느끼고 기도하는 지인들도 느낄 수 있는 이 기운! 새 생명은 소리 없이 모두에게 탄생을 알린다. 물속으로 "뿅" 아기가 태어났다. 공기보다 부드러운 따듯한 물속에서 탯줄을 붙잡고 눈을 떠 첫 세상을 본다. 모든 사람들의 사랑의 눈빛을 받으며 아기는 엄마품에 안겼다.

아기의 몸에 태지가 많은 것을 보니 아직 예정일이 남은 이른 때다. 요 천재 녀석이 골반 좁은 엄마를 돕느라 일찍 태어난 거다. 애썼다 아가야!


태반이 깨끗하게 떨어지니 출혈도 없고 상처도 거의 없다. 깔끔한 어미 몸에 감동하며 남편에게 진실한 이야기를 한다.

"장가 참 잘 가셨습니다"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한 남편에게 한 번 더 말한다."장가 잘 가셨다고요! " 겸연쩍게 웃는 그가 말 귀를 알아들었을까 의심은 들지만 부부의 녹익은 사랑을 위해 조용한 시간에 진지한 설명을 해야겠다.


한 명의 삼고초려 출산이 추가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