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옥진 Oct 15. 2022

5일간의 여정

아기를 받아내다.

긴 시간을 한 아기의 탄생과 함께 했다. 낳는 이의 힘씀과 돕는 이의 애씀이 어우러져 한 곳에 부어졌다.

소진된 몸과 마음은 바람처럼 가볍다.

훨훨 비워 한바탕 나른 후 다시 제 자리로 온다.


돌아오는 길, 통도사라는 푯말을 보고 방향을 틀었다. 뒤뚱뒤뚱 첫걸음을 걷는 아기처럼 가을이 오고 있다. 대웅전을 돌며 애쓰며 첫 발을 디딘 새 생명을 위해 기도를 드린다. 기도는 청아한 하늘과 목탁소리와 함께 하늘을 날아간다.

그렇게 한참을 통도사 품에 있었다.


기진함을 보충하려 통도사 잔치국수를 먹는다. 혀가 깔깔해져 도무지 맛을 모를 때는 후루룩 먹을 수 있는 국수가 제격이다. 건너편에서 묵묵히 나를 쳐다보는 그는 나를 위해 태어난 것만 같다.


산도 만나고 들판도 쓰다듬으며 하루해는 붉은 노을에 진다. 다섯 날 째, 깜깜해진 후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지져 쓰러져 있는 침대 위, "친구야 보고 싶다" 불쑥 동창이 보내온 문자에 마음이 설렌다. 누군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행복하다. 행복한 마음이 나누어져 내게로도 퍼졌다. 널브러져 있던 마음도 따듯한 글씨에 깨어났다.

또다시 고추 세우고 걸어가야지.

나눌 따듯함을 차곡차곡 채워놓아야지.

하루만 더 자고 내일은 꼭 일어나야지.

작가의 이전글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