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강아지풀이 구름 한 점 없는 겨울 하늘에 떠 있는 듯 보이는 사진. 카메라 각도를 위해 찬 시멘트 바닥에 엎드렸다. 순간을 포착하려면 나의 호흡도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 멈춘다. 바람이 순간을 어지럽힌다. 마른 강아지풀이 바람과 춤을 출 때마다 호흡을 몰아쉬었다 멈췄다를 반복한다. 서서히 구부린 무릎과 등에 고통이 온다. 꽁꽁 싸맨 몸은 지차 하고 사진 찍는 손은 겨울 냉기에 서서히 감각을 잃어간다.
냉랭하리만치 파란 영하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두 개의 마른 강아지풀을 찍은 이유가 뭘까?
강원도의 농촌은 이미 농한기에 들어섰다. 들판과 강, 숲 속엔 인기척이 없다. 마치 생명이 사라진 지구에 홀로 살아남은 듯한 SF 영화의 주인공, 여기에 있는 나다.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설명할 필요도 없는, 복잡한 관계에 대한 피로감으로부터 탈출한 나. 파란 겨울 하늘 속에서 북풍에 몸을 맡긴 자유로운 내가 프레임 밖에 있다. 사진을 찍기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내가 들어 있는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