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옥진 Feb 19. 2023

이박 삼일 '방 이봄'을 받아내다.

아기를 낳다.

입원한 지 이틀이 지나갑니다. 왜 그런지 몰라도 산모의 진통이 제대로 안 옵니다.

부부의 집이 강릉이라 돌려보낼 수도 없고  눕기만 하면 코골이 이중창으로 변해버리니 참 난감합니다.  이틀 동안 함께한 모두의 얼굴이 말이 아닙니다.  달콩이 엄마와 아빠는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런데 출산이 70%나 진행되어 있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 머리를 맞대고 왜 그럴까라고 48시간째 머리를 쥐어짰지요. 움직이는 것이, 쉬지 않는 것이 답인듯했습니다.


또다시 둘째 밤을  이렇게 보낼 수 없었어요.

눕지 않고 온갖 움직임을 다 해보았어요. 다행히도 슬슬 제대로 진통이 왔지요.

양수가 터지고 정말 멋지게 진통이 옵니다. 산모는 아프다고 하는데 저는 아자! 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지요. 술술 잘도 내려옵니다. 예상 밖의 순조로움이 불안을 데리고 오긴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 불안은 괜한 것이 아니었어요.

아기 머리가 나오기 직전 연약했던 산도가 벌써 열상을 입어 출혈을 했습니다. 아기만출 전이라 압박을 가해야 했어요. 다행히도 아기가  태어나고 나서는 출혈이 좀 줄어들긴 했습니다만... 참 오랜만에 한참을 꿰맸습니다.

아기를 보며 견디는 산모나 얼굴이 벌겋게 잔뜩 긴장한 나를 느끼는 분위기도 낯설고 싫었어요.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죠. 모든 옛 기술을 꺼내와 차근히 마무리를 했습니다. 허리를 펴며 '나머지는 내 소관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산사라는 직업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새삼 느껴졌지요.


마무리 후 달콩이에게 젖을 물려주었습니다. 다행히 혀의 길이가 적당했어요. 뱃속 발길질이 예사롭지 않았던 녀석, 당참이 느껴집니다.


오후에 달콩이, 아니 이봄이를 집으로 보냅니다.

성은 방씨, 이름은 '이봄'이라 벌써 지었다고 싱글벙글 아빠가 말합니다. 아직 멀은 둘째아이 이름도 지었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이 와중에 우리를 웃게하는 그를 남편으로 둔 이는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합니다.


영화같은 이박삼일, 어찌보면 끔찍스러운 영화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지요.그래도 탄생스토리는 happily  ever after아니겠어요.

웃을 수 있는 끝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사랑스런 부부에게 온 이봄이가 넉넉한 아이로 건강히 자라기를, 돌아가는 차를 보내며 생각했어요.


내게도 칭찬합니다.

정말 수고했다. 김옥진!!!

이봄이에게 카드를 썼어요. 그냥 지금 막 스치는 글귀로요.

엄마는 요렇게 이박삼일을 지내며 너를 만났단다.

친할머니가 사주신 배내저고리 인증샷

작가의 이전글 내가 받고야 말겠어!(휘온과 단휘 탄생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