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는 터진다.

아기를 낳다.

by 김옥진

1. 양수는 터진다.(양막의 조기파수☀SPRM spontaneous ore rupture of membrane)



산모의 이야기

나의 *양막은 미리 안 터질 줄 알았다. 정상의 과정으로 아기를 낳을 것 이라는 생각, 내가 오만했던 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만은 가장 정상의 과정으로 아기를 낳기를 바랐다. 임신의 과정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아기를 만날 생각만 했지 이렇게 어긋날 상황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남편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함께 황급히 산부인과를 찾아갔다. 양막이 열린 것을 확인한 병원에서는 당장 입원하라고 했다. 얼마나 겁이 나던지 다리가 후들거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굳이 가려거든 자퇴 서약서 쓰고 가라고 하니 더 무서웠다. 당장 뭔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우선 아기를 받아주기로 한 조산사와 지금의 상황에 대해 상의를 했다. 그녀와 함께 자연주의 출산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기로 결정했다. 운동도 열심히 했고 태교도 물론이다. 양수가 터짐으로서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속상하다!

다행이도 양수가 터진 후 짧지만 자주 자궁수축이 오고 있다. 조산사는 진통시작 없이 양수가 터졌지만 *자궁수축이 시작되었으니 큰 걱정은 말라고 했다. 조금 전까지 몰려왔던 두려움이 이 간단한 대화로 사라졌다.

당당히 병원을 나왔다. 전화통화 중에도 또다시 살짝 배가 아파온다. 이러다가 금방이라도 아기가 태어나지 않을까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었다. 진통이 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콧노래가 나왔다. 친정어머니는 양수가 미리 터지지 않았지만 어영부영 아프다 아기가 갑자기 태어났다고 했었다. 나도 엄마를 닮을 거란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허상이었다.

점점 배가 아파왔다. 10분에 한 번씩 오던 진통은 7분, 5분으로 줄어들었다. 양수는 간간히 속옷을 적셨고 피가 섞인 이슬도 함께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양수가 나올 때 마다 *마른아기를 낳으면 어쩌나하고 불안이 몰려왔다.

터진 양수는 어쩔 수 없다,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한 조산사의 말을 애써 기억했다. 진통 간격이 5분이내로 줄어들고 제법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못 먹었던 맛있는 치킨도 시켜 먹고 남편과 밖으로 나가 걷기도 했다. 샤워도 하고 간간히 졸기도 했다. 남편은 평온해 보였다. 궁금하기도 하고 진통의 간격이 5분 이내로 들락날락해서 출산센터로 출발했다. 한밤중의 길은 한산했다. 진찰결과 많이 진행은 되지 않았지만 진통간격이 짧으니 입원을 하라고 했다. 밤 동안 간간히 진통을 했는데 아침의 진찰 결과는 참담했다. 처음 왔을 때랑 별반 다르지 않다. 아기를 낳은 후 그 때를 돌이켜보니 사실 그건 진통 축에도 들지 않을 만큼 약한 수축이었던 거다.

해가 중천인 한낮, 집으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네 시간의 꿀잠을 잤다. 진통이 오고 갔는지 기억도 가물거린다. 나를 지키느라 깨어 있던 남편이 그제야 하품을 한다. 남편을 재우고 진통을 촉진하러 혼자 밖에 나가 걸었다. 열심히, 정말 열심히 파워워킹을 했다. 지나가던 어른들이 내가 사라질 때까지 고개를 돌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걱정과 칭찬의 눈길이 느껴졌다.

걸으며 생각해 보니 양수가 터지고 진통이 시원찮은 것에 대해 아기에게 탓을 했었다. 그러나 이 상황은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아기에게 재촉했던 것도 미안했다. 그래서 불안을 멀리 던져버리고 아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럴 거란 생각을 했다. 한숨 자고 난 남편도 나의 의견에 동의를 했다. 불안한 엄마 아빠의 '내려놓음'에 대답을 하듯 진통이 더 강하게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 더 집에서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아무 소식 없는 우리가 궁금했는지 조산사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조산사는 최선을 다했는데 예상보다 진통이 강해지지 않으면 차선을 찾는 것이 옳다고 조언해 주었다. 양막이 터진 경우 마지노선은 24시간, 그 시간은 이제 한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다시 출산센터로 가서 진찰을 해 보기로 했다. 진행이 되고 있으면 낳는 거고 아침이랑 별반 다르지 않으면 차선을 준비하자고 하셨다. 벌써 날이 어둑어둑 해진다. 한 밤중에 출산 장소를 변경하는 것보다 미리 대책을 세우는 것도 좋다고도 하셨다.

결연한 마음으로 다시 출산센터로 갔다. 문을 열고 나의 얼굴을 본 조산사는 진통으로 석고처럼 굳어진 내 모습에 '됐다!"라는 감탄사를 외쳤다. 다행이도 나의 자궁은 3~4센티가 열려 있고 아가는 어제보다 더 많이 내려와 있었다. 하루 동안 애쓴 보람이 있었던 거다. 몸을 받아들이고 아기의 맘도 받아들였던 것이 효과가 있었음이다.

어제 밤, 함께 밤을 지샌 둘라와 조산사는 또다시 추석 연휴 둘째 밤을 보내야 한다. 아기를 낳는 나도 나지만 365일 내내 대기를 하고 아기를 받아내는 이 분들이 대단해 보였다. “내일이 추석이네요. 추석날에 태어나지 않으려고 요 녀석이 머리를 쓴 것 같기도 해요”. 괜스레 미안한 마음에 너스레도 떨었다. 참 힘들지만 아기를 만날 생각에 그 와중에도 설레었다. 3.4.5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고 있었지만 출출해서 소시지 사 먹으러 남편과 편의점에 다녀오기로 했다. 힘을 내려면 든든해야 하니까. 이곳서도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았다. "저 지금 진통중이예요"



조산사 이야기


양수가 열린 산모는 하룻밤을 나와 허투루 보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씩씩하게 강한 진통이 올 때까지 집에서 기다렸다. 다음 날 저녁이 돼서야 다시 출산센터로 왔다.

왜 그녀의 자궁문은 진통은 잘 오는데도 자궁문은 천하태평이다. 왜 잘 열리지 않을까? 조금 있으면 둘째 날이 샌다. 얄궂게도 보름달이 살찌면서부터 5일 연속으로 아가들이 줄줄이 태어났다. 회복을 위해 그저 시간만 나면 나는 눈을 붙였다. 오늘 그녀의 아기를 만날 수 있을까? 새까맣던 창문 커튼 사이로 희뿌연 아침이 들어온다. 다행이도 둘째 날의 자궁문은 아침의 햇살처럼 점점 넓어진다.

시간이 흘러간다. 많이 진행이 된 산모는 이따금씩 힘이 들어가고 또 가끔은 울음이 터뜨린다. 애씀이 비명으로 바뀔 때 아기는 막바지 힘을 내어 내려오고 있다. 드디어 잠시 후 아가를 만난다. 출산 직전, 아드레날린으로 무장된 그녀의 몸은 전사로 바뀌었다.

이틀 밤을 샌 *둘라들을 잠시 쉬게 하고 남편을 불러 세웠다. 씩씩한 그녀는 진통 간간히 방 안을 열심히 걷다가 진통이 오면 *출산 의자에 앉아 힘을 준다. 남편에게 아내의 뒤를 따라다니라고 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그는 누군가가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편해 보였다.

진통이 올 때마다 출산의자에 앉자 잘 열리던 자궁 문이 붓기 시작했다. 바깥골반이 좁다는 증거이다. 자궁문에 ☀부종이 생기면 피부가 약해져서 *산도의 *열상을 초래할 수 있다. 다시 냉큼 눕혔다. 붓기가 빠질 때까지 최소 30 분간다시 누워서 진통을 해야 했다. 얄궂게도 많이 내려온 아기 때문에 누워 있어도 힘이 들어간다. 자궁경우의 붓기가 가라앉을 때까지 힘주기를 하지 말고 대신 호흡조절을 해야 한다. 힘이 들어가는데 힘을 빼는 일은 어떤 것보다 힘들다. 하지만 힘들어도 그렇게 해야 자궁경부 열상을 방지할 수 있다.

"신경 쓰여요 남편은 나가 있으라고 해 주세요!" 애쓰는 산모가 남편에게 말했다. 산모는 남편이 보는데서 힘주는 것이 싫다. 그 말을 들은 남편은 후다닥 거실로 나갔다. 사실 우리들은 진통 중에 남편이 주는 부정적인 기운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남편의 부재를 확인시키려고 일부러 방문 닫는 소리도 크게 내주었다. ☀둘라들도 함께 내보냈다. 산실은 아주 단조로워졌다. 나와 그녀 둘 뿐이다. 프라이버시가 지켜진 산실이 고요해 지자 산모는 이리저리 자세를 바뀌어가며 본능적인 포즈를 취했다. 나의 제안이나 지시는 필요 없다.

한켠에 서서 난 교과서에 쓰여 있는 것을 실제로 본다. 보통의 산모들은 진통이 오가는 사이사이 시간에 쉬느라 바쁜데 이이는 그때마다 다른 자세를 하면서 움직인다. 가르치지 않아도 하루 이틀 사이에 산모는 아기 낳는 법을 터득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렀다. 산도의 부기가 빠지고 드디어 아기머리가 코앞에 있다. 살짝 아기의 머리가 보였다 다시 들어가기도 한다. 다시 둘라들을 불러 다리 고정을 도왔다.

잘 있나? 아기 심장 박동 수를 들어보니 1분에 100번이다. 사실 ☀태아의 심장 박동 수가 100번이라는 숫자는 걱정할 것은 아니지만 은근 조바심이 났다. 힘을 주던 산모도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도와 달라고 애원을 한다. 사실 더 이상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면 다 된 거다. 작은 출산방의 모두는 용기의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아기의 머리가 1센티, 센티, 5센티, 점점 더 보이더니 드디어 머리가 나왔다.

첫울음, 건강하다. 약간 떨어진 심박동수 때문에, 그로인해 시원찮은 울음을 울까봐 했던 걱정들은 훌러덩 사라졌다. 예정일이 채 되지 않아서 태어난 아기 몸에는 *태지가 많다.

엄마 가슴에 안기자 금세 울음을 그친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기를 받아 내느라 함께 힘쓴 내 심장만 계속 둥둥거린다. “ 남편 분 들어오세요” 한걸음으로 뛰어 들어온 아기아빠는 목이 메어 한참을 침만 꿀떡거린다. 눈물도 뚝 떨어진다. 양수가 열린 지 32시간이 지나 우리들은 아기를 만났다. 결국 양수가 터져서 느꼈던 모두의 걱정은 체면을 잃었다. 해냈다!

자궁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 길고 긴 진통을 한 단단한 자궁입구는 자궁의 주인이 만든 거다. 여태껏 살아온 내 삶의 반증이다. 경직되고 열리지 않는 자궁문은 움츠리고 겁내며 살아온 내 삶인 것이다. 산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알 수 있어요. 그 느낌이 뭔지요." 고백을 하는 그녀는 이미 따른 세상을 만난 듯 보인다. 몸이 사랑을 이해했다.

그녀에게는 출산이 단단해져 굳어진 삶을 처음으로 풀게 하는 마법의 과정이었던 거다.


단어설명

☀양막; 태아를 싸고 있는 두 개의 막 중 하나 보통은 진통중이나 출산직전에 터지는 것이 일반적이나 드물게 양막이 진통시작보다 먼저 터지는 경우가 있다. 병원에서는 감염의 위험이 있다고 항생제를 투여한다. 태어난 아기도 항생제를 준다.

☀자궁수축; 자궁근육이 아기를 내보내기 위해 뭉치는 것을 말하며 진통인 경우 통증을 동반한다. 임신 말기에도 통증 없는 자궁수축이 하루 20번 이상 생긴다 .산모가 느끼는 경우도 있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정상이다.

마른아기; 미리 양수가 터져서 대부분의 양수가 밖으로 나오는 경우를 일반인들이 하는 말이다. 하지만 양수는 계속 만들어지고 태아가 소변을 배출함으로서도 유지된다. 가끔은 정말 양수가 하나도 없는 아기도 볼 수 있는데 마른아기라서 위험한 것 보다 태아의 부속물( 탯줄)등이 눌려 태아가 위험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라(Doula); 진통중 산모의 곁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다.

산도; 보통 질을 말하는데 태아가 이 길을 통과해서 태어난다.

☀열상; 아기를 낳을 때 공간이 부족하여 회음 쪽이 찢어지는 것을 말한다. 보통 초산의 경우가 열상을 입을 수 있으며 아기를 낳아본 경산의 경우는 열상을 입지 않을 경우가 많다.

출산의자; 산모가 아기를 낳게 도와주는 변기모양의 의자다. 바깥 골반이 작은 경우엔 외음부의 부종을 초래함으로서 더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 고로 앉지 않는 것이 좋다.

☀태지; 임신 34주 경부터 태아의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생기는 크림형태의 피부 보호막이다. 예정일을 채워 태어나는 경우엔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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