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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Oct 19. 2023

아직도 아기가 거꾸로 있나요?

무엇이 비정상인가요?

보통 임신 27주부터 33주 사이에 태아는 세상을 향해 머리를 아래로 바꾼다. 대부분 그 시기에 자연스레 돌아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드물게는 계속 머리를 위로하고 ( 둔위breech presentation) 있는 태아도 있다. 대부분 병원에서는 몇 주 더 기다리라고 하거나 둔위이니 제왕절개수술 날짜를 잡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한다. 아주 드물게 둔위 출산을 시도해 보려는 용기 있는 산모도 있기도 하지만 아쉽게도 둔위를 자연출산으로 받는 의사나 조산사는 사실상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둔위아기를 자연출산으로 낳으려 하는 산모는 아기를 생각하지 않는 나쁜 엄마로 전락되기 십상이다. 


둔위출산의 위험성은  두정위( 아기의 머리가 아래로 내려가 있는 자세) 아기보다 30%가 높다. 출산이 의료화 되지 않았던 반세기 전만해도 아기의 발부터, 혹은 엉덩이부터 나오는 둔위출산을 했다. 용기가 있어서 낳은 것이 아니고 모두들 그렇게 아기를 낳았으니 어쩔 수 없이 낳은 거다. 출산의 현장에서는 낳는 이나 출산을 돕는 이들은 결과가 좋던 좋지 않던 아기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가끔 그 중 몇몇은 출산 전에 아기의 머리를 아래로 돌리기 위해 외 회전술(ECV ;external cephalic version)을 하기도 한다. 이는 태곳적부터 시행되어 온 방법 중 하나이다. 손을 사용해 산모의 배 위에서 아기의 엉덩이와 머리를 만져서 머리를 아래로 돌리는 것이다. 아기가 임신 30주 전후로 계속 둔위로 있다면 무작정 수술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한 번쯤은 외 회전 술을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산모의 몸집이 작으면 ( 키가 150cm 미만이나 비만산모인 경우) 아기가 돌아길 수 있는 공간이 비좁으니 최소한 32주 이전에 아기의 머리가 자리를 잡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모의 스트레스와  양수의 양도 둔위가 되는데 영향을 미친다. 모든 사람들이 임산부가 마음 편히 임신기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출산을 함께 하기로 했던 산모에게 예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 예정일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정상의 위치해 있던 아기가 거꾸로 돌아있다고 했다. 지금 그 병원은 사정상 수술이 안 되니 대학병원으로 바로 가라고 했단다. 게다가 자궁입구 쪽에 10cm의 근종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이 사실 이번 출산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는데 더 큰일이 생긴 거다. 지금으로서는 자연출산을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객관적인 조언은 필요했다. 


 일단 외회전술을 해볼 것을 권했다. 하지만 외회전술을 하는 대학병원은 당장 예약하기가 어려웠다. 운 좋게 외회전술을 할 기회가 생기더라도 외회전술을 하다가 진통이 시작되거나  외회전술이 실패 할  경우엔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산모는 이래저래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아기를 받기로 한 나나, 낳을 산모나 미련이 남는다. 여러모로 힘들겠지만 지금 만나 보자고 했다. 원한 다면 내가 외회전술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진찰한 병원에서 조산원까지 오는 시간은 한시간정도 소요된다.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아 들어오는 산모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이다. 


 초음파를 보니 아기는 역시 둔위로 앉아있다. 당장 외회전술을 시도하는 것 보다 일단 그들에겐 휴식이 필요한 듯 보였다. “일단 좀 쉬었다가 해 봅시다 ” 따끈한 방에서 부부는 1시간동안 낮잠을 잤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 일단 아무 걱정도 말고, 아무 생각도 말고 쉬라고 했다. 하루 종일 번잡스럽고 두려웠을 아가도 잠시의 쉼이 필요하다. 산모가 잠에서 깨면 외회전술을 할지 상의를 하려 한다. 잠은 사람의 몸을 긴장에서 풀어준다. 산모의 몸이 풀어져서 아가가 제 자리를 잡는데 이로웠으면 좋겠다.


 산모가 잠에서 깬 뒤 다시 진찰을 하니 역시 그대로 똑같았다. 지금이 임신 38주, 예상 체중 2.7킬로의 아기가 제 자리로 돌아갈 확률은 많이 낮다. 하지만 자연출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해보는 것은 옳은 일이다. 고민을 한 부부는 외회전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잠시 나의 마음도 복잡해진다. 별 탈 없이 아기가 제 자리로 가기를 기도했다.


  산모를 똑바로 눕힌 후 덥혀진 나의 따듯한 손을 배에 대었다. 마음속으로 짧은 대화를 했다. ‘지금부터 너를 만질 거야 조금 불편하겠지만 힘을 내보자.’ 이완을 돕기 위해 라벤더 오일을 바르고 잔잔한 피아노음악도 틀었다. 산모가 예민해지지 않도록 조도도 낮추었다. 


  제일 먼저 내가 할 일은 골반에 들어가 있는 아기의 엉덩이를 위로 올려주는 것이다. 나의 손에, 팔에, 배 근육에 힘이 들어간다. 가끔씩 자극으로 산모의 자궁이 단단해 진다. 자궁수축이 올 때는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물 흐르듯 수축이 풀리면 또 다시 아기의 엉덩이를 위로 올려 돌아갈 공간을 확보한다. 


  먼저 시계방향으로 아기의 엉덩이를 9시 방향으로 밀어 올려 힘을 가한다. 12시 방향에 있던 아기의 머리가 두시방향으로 돌 수 있도록 양 손으로 힘조절을 한다. 잘 하고 있다고, 잘 견뎌서 건강히 만나자고, 그 방의 모두는 절실하게 아기에게 이야기를 한다. 아기의 머리가 3시 방향으로 가더라도 엉덩이가 9시에서 10시 사이로 올라가지 않으면 아기는 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아기의 위치가 조금 바뀌었더라도 손을 놓으면 바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중간 중간 아기에게 쉼을 주기위해 산모의 배에서 손을 놓곤 한다. 아기가 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일이므로 외회전술을 하면서 3~4 분 간격으로 태아심음도 청취한다. 도플러로 듣는 것보다 청진으로 아기의 심박동수를 듣는 것이 산모의 안정을 위해 좋기도 하고 아기를 돌리는 입장에서도 아기의 위치변동을 세심히 알 수 있다. 가끔은 불안해 할 부부를 위해 도플러로 아기의 안녕을 확인시키기도 한다.


  채 십여 분이 지나지 않아 손끝에서 아기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내가 돌리고자 한 쪽으로 머리가 돌아가는 느낌이다. 위치를 고정해서 한동안 잡고 기다리며 산모에게 심호흡을 열 번 시켰다. 다시 네 발로 엎드리는 자세로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며 박자에 맞추어 산토끼 동요를 부르게 했다. 노래는 긴장을 풀게 하는 힘이 있다. 그 방의 모두는 산모와 함께 산토끼 노래를 합창했다. 


  다시 천천히 바로 눕혔다. . 촉진을 해 보니  치골 위에서 동그란 것이 만져진다. 아기 머리가 엄마 골반 쪽으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해녀가 고된 물질 후 한 토해내는 숨비소리  처럼 길게 한숨을 토해 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 있었는지 산모는 코끝이 금세 빨개졌다.

 “돌아갔나요?“ 

대답대신 미소를 보낸다. 초음파로 최종 확인을 해야 한다. 


어디 보자! 산모의 배 위에 젤리를 바르고 초음파 촉으로 산모의 치골 위를 대 보니 동그랗게 아기의 머리가 내려가 있다. “아기 머리가 제 자리를 잡았어요 축하합니다!" 부부가 조용히 감격의 눈물을 닦는다. 나도 그제서야 제대로 된 숨을 쉬었다. 불안했지만 외회전술을 해 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도 했다. 


 이제 진통 걸려 산모가 원하는 아기마지 하는 일만 남았다. 이제부터는 자연스레 진통이 올 수 있도록 더욱 더 열심히 걸으라고 말해 주었다. 미소가득 돌아가는 부부의 뒷모습에 마음이 포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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