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산파일기

아! 집에 가고 싶다! 이젠 나오너라!

산파일기

by 김옥진

기다림은 조산사의 숙명이다. 노심초사는 내다 버리고 함께 느긋해야 한다. 탄생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

보름달이 뜬다.

물때가 되었다.

함박눈이 온다.

형아가 오늘 동생이 태어난다고 말했다.

살살 배가 조여 온다.

출산 예정일이 지났다.

...

아기가 태어나야 할 온갖 이유를 꺼낸다. 믿음직스럽게 들리는 샤머니즘과 명확한 사실을 그럴싸하게 비벼 넣었지만

보름달은 이미 기울었고,

함박눈은 그쳤으며,

오던 진통은 새벽별에 사라졌다.

동생을 기다리는 형아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상하다' 왜 안 나오는 걸까.

염화칼슘 범벅된 도로를 밤새 내달리고,

그렇게 아기 만나기를 소망했는데...

추레한 숙소 이불 같은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밤을 새운 산모에게 또다시 쉼을 이야기하고

푹푹 빠지는 눈밭을 걸어

차길까지 나왔다. 연탄광에서 몸을 녹인 듯 보이는 검어진 흰색 강아지 세 마리가

축 처진 내 발걸음을 따라온다.

그랬구나,

힘들었겠어,

침침한 눈이 하얀 눈꽃으로 맑아진다.


그저 내가 할 일은 받아들이고 안으며 토닥이는 일이다. 궁리를 하고 있을 아기를 오늘은 만날 수 있으려나.


카페에서 진한 카푸치노를 마시며 잿빛 바다를 보고 있다.

.

.

.

아! 또 하루가 지났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진정 오늘은 아기를 만나기를...

받아들이며 안으며 토닥이는 일은 오늘까지 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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