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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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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May 11. 2024

아기 받는 일은 행복하잖아

산파일기

조산원을 하고 있는 선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요즘 들어 주된 주제는 저출산이다. 산모가 없다. 산모가 없으니 산부인과처럼 조산원도 유지하기가 힘들다. 우리나라를 통틀어 열 군데 정도 남은 조산원이 사라지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인 듯하다. 조산원이 점점 사라져 산모들의 출산의 선택폭이 줄어드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서로 걱정과 격려를 한다.

퇴직할 연배가 되자 대부분 친구들은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집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힘든 친구들은 그동안의 지위나 경력을 덮어버리고 요양병원에 취직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평생직장을 다녔던 친구들은 사지 멀쩡한데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나마 나를 비롯해 조산원을 연 선배들은 정년이 없으니 낫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런데 말이야,

행복하잖아.

아기 받는 일 말이야.

꼬물꼬물 아기가 태어나 처음으로 내 손위에 안기는 일,

그럴 때 참 행복하잖아.

그 맛을 잊지 못해 지금껏 아기를 받고 있는 거잖아"


전화기 너머에 있는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나의 일은 고된 만큼 행복도 느끼는 일이지.

나도 선배처럼 그 행복을 놓지 못해 지금껏 아기를 받고 있는 거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고됨을 넘어선 기쁨이 있는 일은 아기 받는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출산율이 떨어져도 나를 버티게 하는 행복한 일,

아기를 받는 나의 일은 끝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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