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었어 나는
빗방울 하나에도 온몸이 떨렸지.
살랑이는 바람에
봉오리가 부풀고
햇살을 향해 난 만개했지
그리 길진 않았어.
그 환희와 격정은.
떨어져 나뒹굴어도 황홀했지.
잊을 수 없는 짧은 순간을 지금도 기억해.
똑같아 보이지만 똑같지 않은 계절은
알아채기도 전에 또 다른 계절을 맞이했지.
수없이 수없이 시간은 똑같은 속도로 지나가
나는 이제 그루터기가 되었지.
환희와 격정은 사라졌지만 천천히 내 곁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져.
누구에게나 손 내밀며 자리를 내어주지.
가끔은 울부짖어도 좋아.
많이 많이 자랑해도 좋아.
그저 조용히 앉았다만 간다 해도 좋아.
그래,
너무 슬퍼하지도 마.
다 지나갈 거야.
너무 무서워하지도 마,
누군가가 네게 손을 내밀 테니까.
가다가 다리가 아프면 그루터기에 앉아도 돼.
너를 위해 비워둔 자리를 기억하렴.
모두를 따듯이 안아 주고 싶어.
이제 난,
누구나 쉴 수 있는 그루터기가 되어 참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