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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위로 가을이 온다.

by 김옥진

가을비에 무거워진 잎사귀가 일찌감치 낙하를 선택했다. 장렬하게 수놓은 노랑 빨강잎사귀들로 마당은 찬란하다. 고개를 들 겨를이 없는 사람들은 바닥의 색을 보고서야 시간을 알아챈다.


무심결에 밟고 지나간 발자국들이 잎사귀 위에 또 다른 흔적을 새긴다. 아이들 가방의 무게는 흐린 밤색이다. 택배기사의 땀방울 무게가 더해진 잎사귀는 더욱 짙다. 어깨에 짊어진 무게는 여권에 찍힌 입국심사도장처럼 정확하다. 나의 무게는 얼마일까.


바람을 만난 노랑잎이 무게 위로 떨어진다. 주위가 밝아진다. 알록달록 아파트 마당에 가을이 그림을 그린다. 시간을 그린다. 땀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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