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인 수경은 먹은 것이 소화가 안 돼 토하기를 밥 먹듯 하고 체하기는 하루 건너다. 위장이 자주 탈이 나는 통에 임신 기간 내내 하루하루를 간신히 산다.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방광염도 와서 항생제도 먹었다. 이런저런 소소한 사건으로 주고받은 메시지는 엄청 많다.
'징징이'다. 그럼에도 뱃속 아기가 잘 크고 있는 것이 신통하다. 출산은 강한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하다. 체력도 없고 정신력도 지지 부지한 이 여자가 나랑 아기를 낳겠다고 한다. 체력이 없으면 시키는 운동이라도 해야지! 뺀질거리는 이 이를 어쩔까? 굳세어라 수경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그렇게 임신 후반기를 보냈다. 아마 긴 시간 진통으로 징징거리다가 간신히 낳던지, 못 견디고 병원으로 가던지, 아기도 못 견뎌 응급 수술을 할까 봐 걱정이다. 한편으로는 그냥 병원 출산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 아기 낳다가 죽을까 봐 걱정이 된다는 수경의 말에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싫다!
이삼일 전부터 배가 아프다고 했다. 보통 같으면 이미 진진통으로 넘어와서 아기를 낳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러면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43살의 나이가 아기를 내보내기엔 힘겨운 게야.
어쩌나!
오후에 제대로 진통이 온다 했다. 노산에, 체력 부족의 자연 출산은 그저 목 빼고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아무런 약물의 사용 없이 오는 자연 진통은 아기를 잘 견디게 하니 걱정할 것은 없다. 내심 낼 아침 녘이나 한밤 중에 아기 낳으러 올 것이라 가늠했다. 밤 중 힘씀에 대비해 초저녁에 한 숨 자 두어야 한다. 자려고 누웠지만 계속되는 시시콜콜한 수경의 메시지에 잠을 잘 수가 없다.
보내오는 진통 어플을 보니 생각보다 너무 잘 온다. 그 나이에 절대로 올 수 없는 간격으로 자주 온다. 예상외로 수월 하던지 진통을 못 참고 잘못 체크를 하던지 둘 중 하나다. 에잇! 그래도 초산에, 노산이니 한 시간만이라도 더 견디라고 했다. 삼십 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전화가 왔다. 너무 아프다고 난리다. 통화하면서 진통 한 번이 또 왔다. 전화기 너머의 신음소리가 심상치 않다.
오. 시. 오!!!
어머나! 4cm나 열려있다. 아기도 많이 내려와 있다. 오는 도중 진통이 뜸해졌다고 또 걱정을 했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예상 밖이다. 비록 밤은 새울 것 같지만 내가 염려하던 증상들은 없다. 간신히 바나나와 빵 한 조각을 먹고 왔단다. 잘 먹어야 잘 낳는다. 연신 매실주스와 다른 먹을거리를 먹였다. 아내를 돌보느라 남편은 저녁을 먹지 못했다기에 가까운 마트 가서 요기하고 오시라 내 보냈다.
고요해졌다. 또다시 밤에 아기 맞을 준비를 한다. 그래도 그만하니 되었다. 내진을 끔찍이도 싫어하기에 입원 이후 진찰은 생략했다. 조금씩 달라지는 그녀의 몸동작과 소리에 진행을 가늠할 수 있다.
알고 보니 원래 걱정이 과한 수경이었다. 사소한 것에도 몇 배 더 고민을 하고 부정적인 성격에 남들이 똑같이 겪는 일에도 예민했던 거다. 그녀의 소식은 반을 툭 잘라내어 생각해도 될 뻔했다. 그리 심각하지도 않았고 운동도 나름 잘하고 있었던 거다. 자신을 깍아내리고 부족하다고 생각한 그녀를 100% 받아들인 나의 실책이다. 그녀의 별칭을 '징징이'라고 붙인 것 취소한다. 나의 특급 칭찬과 수줍어 보였던 남편의 격려에 수경이의 고지는 이제 막 코앞이다.
80%의 걱정을 날려버리고 그녀를 보니 다른 사람으로 보였다. '징징이'가 아니라'전사'다.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 출산 호르몬 샤워를 한다. 날씬해서 다소 힘은 달리는 듯 보이지만 그만하면 되었다. 남편이 아기 낳을 때 나가 있기로 한 계획은 변경되었다. 다리 한쪽을 남편이 잡아 주어야만 힘이 제대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걱정 많은 수경이 변신했다. 수줍어 보였던 남편도, 징징이 수경도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다. 맞다! 변신이다!
♡Transformation♡ 변신은 출산의 최고봉이다. 길고 긴 출산의 걱정은 예쁜 아가가 수경의 가슴에 올려짐으로 끝이 났다.
아기를 낳자마자 또 시작이다. 변신이 사라졌다.
다시 걱정이 몰려와 이것저것 물어본다. 아기 손톱이 왜 이렇게 길어요? 어머나! 등에 털이 새까만데 괜찮은 건가요? 젖을 잘 못 물면 어떡하죠? 아무래도 젖양이 적을 것 같아요! 천기저귀가 낫겠는데 힘들면 어떡하죠? 저 열상(perineal tearing) 입은 곳이 염증이 생길 거 같아요! 힘 빠져서 못 일어나겠어요! 저 변 볼 때 꿰맨 곳이 혹 터지지는 않겠죠? 아기 어떻게 안아요? 똥 쌌는데 좀 치워주세요!
에구! 에구! 에구!
다시 예전 별칭을 갖다 붙여야 하겠다.
아빠를 꼭 닮았다. 숯검댕이 눈썹은 그대로 떼어다 붙인 듯하다! 사이즈만 작다! 그들의 아기임에 틀림없다. 까만 숱 많은 머리카락과 그 보다 더 까만 눈썹에 흠짓 놀랐다. 수줍은 남편은 아기의 얼굴이, 특히 눈썹이 자기 아버지와 너무 닮아 깜짝 놀랐다며 박장대소했다.
심한 입덧에 소화불량에, 먹는 것마다 탈이 난 그녀는 숯검댕이 유전자의 별남으로 먹는 것을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몸에 맞는 음식만 먹을 수 있었기에 양수도 깨끗하고 덩달아 아기도 건강했다. 숯검댕이 눈썹을 가진 아기를 보시고는 흐뭇해하실 숯검댕이 할아버지의 미소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