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항암 2차 4일 차
2차 항암주사를 맞은 후 이틀간은 예상보다 덜 힘들었다. 백혈구 부스터를 맞고도 살만하다. 이번엔 수월하게 넘어가려나 하고 야무진 생각도 한다. 아니었다. 부스터를 맞은 지 4일 차, 항암제의 본색이 이제야 나타난다. 증상의 발현은 사람들마다 다를 테고 같은 사람인데도 차이가 난다. 진통제를 아끼지 말자고 결심했으니 하루 한두 번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얼른 먹었다. 통증은 훨씬 준다. 체중이 빠져서인지 기운이 없다.
이번에는 4일 차가 되자 1차 항암 때 가라앉았던 입안이 다시 헌다. 이미 혀는 백혈구 부스터를 맞은 후부터 진즉에 제 역할을 잃었다. 갈라지고 얼얼해서 맛을 느낄 수 없다. 혀에 오이를 얇게 썰어 물고 있으니 시원하고 좋다. 이상하다. 어쩐 일인지 이번에는 먹고 싶은 음식이 단 한 가지도 없다. 세상의 온갖 음식을 떠올려봐도 메고 싶지 없다. 입맛이 돌게 했던 무청 시래기 찜도, 설렁탕도, 내게서 등을 돌렸다. 입맛이 없는 것이 이런 거로구나. 또 다른 신세계를 경험한다. 체중은 하루 이틀새 500gm~1kg씩 준다. 날씬해져서 옛날 옷들이 쑥쑥 들어간다. 이렇게 체중이 빠져도 되는 걸까. 연료를 넣어야 몸이 움직일 텐데 어쩔까. 몸에게 뭐가 먹고 싶나고 종일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묻는다.
오후쯤 딸기 생각이 났다. 호위무사는 냅다 마트로 달려가 제일 크고 싱싱한 딸기를 대령한다. 그대 하나, 나 하나, 공평하게 먹어야 서로를 보살필 힘을 얻는다. 물론 그의 입맛은 변함없이 훌륭하다. 이것저것 잘 먹는 그의 모습을 보며 맛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감각인지 깨닫는다. 이런 호위무사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새벽 세 시, 2차 항암 7일 차, 아프다. 이곳저곳이 중구난방으로 쑤신다. 진통제를 먹었다. 가만히 누워 몸을 살핀다. 발칙하게도 어쩜 이렇게 온갖 곳을 찌르고 다니는지. 진통제 효과가 나타나 평화로워졌지만 잠은 달아나버렸다. 웬일인지 배가 고프다. 문득 미역국이 먹고 싶다. 먹고 싶다는 의지가 나를 일으킨다. 평생 아기 받으며 끓였던 미역국, 눈 감고도 끓일 수 있다. 사실 지금 그리운 맛은 조선간장 맛이다. 미역국엔 수십 년 세월을 품은 씨앗 간장이 화룡점정이니까. 내 방식대로, 이 새벽에, 미역국을 끓인다.
부엌으로 가는 것은 회복의 신호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은 다시 서려는 반증이다. 꼭 일주일 만에 냉장고 문을 연다.
뜨끈한 미역국을 먹는다. 속이 확 풀리며 다 나은 것처럼 힘이 솟는다. 창밖은 아직 어둡지만 하나 둘 차들이 늘어난다. 부지런한 사람들, 미역국 한 그릇쯤 먹고 나왔으려나. 모든 이들이 건강한 하루를 보내기를 소망하는 아침이다.
*미역국 사진은 인풀루언서 레지나에게서 가져왔 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