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파일기
주섬주섬 아침상을 차린다. 된장찌개, 맨 구운 김, 참기름과 꿀을 섞은 맛간장, 반숙 계란프라이, 봄동 무침, 김장김치. 짠 총각무 한 개가 차려진다. 이 중에서 내 입맛을 돋우는 것은 짠 총각무다. 봄 깍두기처럼 작게 썰어야 밥과 어울릴 정도로 짜다. 볼품도 없고 맛도 별로지만 기억은 자꾸 그쪽으로 손을 이끈다. 어느 해, 푸릇한 청춘의 어머니는 총각 무김치를 짜게 담아버렸다. 손맛이 좋은 건 많은 실수가 곰삭아져야 생기는 법, 어머니의 손맛은 긴 세월이 빚어낸 무형의 산물이다. 어린 나는 어머니가 차려주신 데로 총각무를 먹었을 테다. 한창 입맛이 좋을 어린 나이는 차려진 모든 것이 맛있었을 터, 내 뇌리에 맛있는 음식으로 콱 박혀버리지 않았을까. 천천히 총각무 조각을 음미한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
작은 압력솥이 누룽지 맛 김을 뿜어낸다. 2인분 솥이라고 하지만 밥들을 적게 먹으니 우리 집에서는 4인분 솥인 되었다. 덕분에 날마다 갓 지은 밥을 먹는 즐거움을 누린다. 정말로 입맛이 없을 때 솥밥 누룽지는 생명을 살리는 보약에 가깝다. 냄새만 맡아도 노랗게 눌린 귀요미 누룽지가 떠오른다.
식탁 위 그릇이 비워지고 아이들은 출근 인사를 한다. 부산한 아침이 간다. 오롯한 시간이 아침햇살을 데리고 들어온다. 지금, 아이들이 청소년쯤 된 나이였으면 좋겠다는 미련스러운 생각을 한다. 그랬으면 좀 더 좋은 엄마가 되었을까. 그래도 최소한 아침밥은 먹여주는 엄마는 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오늘이, 지금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