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잘 모르는 자연출산 이야기
대한민국의 출산다큐 "어느 초산모의 출산기"와 “울지 않는 아기”
괜스레 "조산원"이라고 하면 낡은 , 늙은 할머니 .깨끗하지 못한, 두리뭉실한, 거미줄, 가난한 사람들, 뒷골목, 어두침침, 아기울음, 산모의 비명, 사라져가는 곳, 비 의료인, 저렴한 곳,,,이라는 생각을 한다. 조산원을 2002년에 개설하고는 이런 이미지를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아주 많이 하였다. 그리고 하루 종일 산모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열거한 조산원에 대한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인식들을 바꾸기엔 숨이 가빴지만 하나 씩, 하루하루, 그 일에 근거를 찾기에 열심이었다.
“ 어느 초산모의 출산기”
2003년 가을, 한 교육 비디오 제작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조산원에서의 자연 출산 과정을 비디오에 담아 출산 교육 자료로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산모는 자신들이 섭외를 할 테니 출산장소와 자연스러운 출산을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흔쾌히 승낙했다. 그 무렵 외국 조산원이나 조산사들 ,혹은 자연출산에 관한 비디오나 교육 자료를 찾고 있었다. 우리나라 산모의 출산자료는 찾을 수가 없었다. 출산 전 아기를 낳을 부부를 만났다. 출산할 때 의료적인 처지는 거의 없을 것에 대해 동의도 받았다.
초산의 여자가 3.6킬로 건강한 여자 아기를 낳았다. 다큐의 제목은“ 어느 초산모의 출산기”로 정했다. 당차고, 알뜰하고, 건강한 그녀는 그렇게 대한민국 처음으로 회음절개 없고, 관장과 제모 없이, 자유로이 움직이며 출산 다큐멘터리를 찍은 최초의 엄마가 되었다.
자신의 출산과정을 교육용으로 내어 놓기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두고두고 지금까지 그녀의 용기에 감사를 전한다.
그렇게 태어난 아기는 벌써 20살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런 개입 없이 자연스럽게 태어난 아기는 건강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울지 않는 아기”
2005년 구성애 아우성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자연출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데 도움을 줄 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자연출산에 대해 알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승낙이고 뭐고 너무 반가워 쾌재를 불렀다. 당시 성교육자로 유명세를 타고 있던 구성애 선생님과 함께 하는 촬영이라니, 생각만 해도 흥이 났다.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격언을 믿어보기로 했다. 이런 일 저런 일을 하다보면 출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것이다. 감독을 맡은 이 승훈 피디가 내용을 정리하고 촬영 편집을 했고 간간히 나는 자연출산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 그 동안 수 없이 찾고, 읽고, 공부했던 것들이기 때문에 굳이 원고는 필요 없었다. 내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는 대부분 자연출산의 중요성에 대한 것들이었다.
산모가 섭외되고 짧으나마 자연출산에 관해 교육을 했다. 온순하고 선한 분들이다. 나름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그 분들 내면의 강인함도 느껴졌다. 진통이 시작되는 것만 남았다.
예정일을 3일 남기고 진통이 시작되었다. 자연스러운 출산은 집에서 진통을 견디다 출산장소로 이동 하는 것이다. 아기를 기다리며 밥도 챙겨 먹고 밖에 나가 걸어 다녔다. 움직여야 아기가 수월히 태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계속 소식을 주고받으며 아기를 기다렸다. 진통의 주기가 5분 내로 짧아지고 강해지자 출발을 알려왔다. 마포에서 안산까지, 거의 한 시간이 되는 거리다. 진통을 하며 차를 탄다는 것은 무척 힘들다. 엄마가 되는 일은 여자를 전사로 만든다. 늘 만나는 전사들을 보며 나도 힘을 얻는다.
조산원에 도착한 그들은 또 긴 시간을 견디며 아기를 기다렸다. 다행이도 출산의 과정을 촬영한다는 것을 그녀는 잊고 있는 듯 보였다. 아기는 건강히 태어났다. 다큐는 거짓을 말할 수 없다. 태어난 아기나 엄마와 아빠가 된 부부의 절절한 순간들이 카메라에 담겼다.
조산원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는 피디에게 난 가정출산을 한 어느 산모의 동영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 즈음에 찍은 너무 행복한 출산 동영상 이었다. 자연스럽게 집에서 아기를 낳는 모습을 본 PD는 감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출산 주인공인 산모를 설득했고 다큐의 일부에 또 다른 산모의 출산이 편집되어 들어갔다.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확고하게 가정출산을 하는 산모의 의지에 함께한 우리는 감동했다. 말도 되지 않는 가정출산에 화가 난 남편이 집을 나가고 아내는 홀로 진통을 했다. 급하게 보호자로 불려나온 언니는 당황했지만 의외로 침착했다. 아기를 받았던 나는 산모 언니의 대담함에 또 한 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진통을 하는 장면과 아기가 나오는 장면은 사실 언니의 작품이다.
느낌이 왔을까! 아기가 막 태어나려는 순간 남편은 돌아왔다.
"남편분이 지금 아무리 가정출산을 반대하신다 해도 이미 아기는 나올 준비를 마쳤습니다. 병원으로 갈 시간은 없습니다. 최선을 다할 것이니 걱정 마시고 아기 낳는 것을 지켜봐주세요" 순조로운 호흡과 힘주기 조절로 아기는 정말 환상적으로 미끄러져 나와 엄마의 가슴에 안겼다. 아기의 호흡은 고르고 움직임도 탄력 있다. 눈을 뜨고는 아빠를 쳐다보려 고개도 든다. 영상을 찍고 있는 언니의 입에서도 탄성이 터져 나왔다
나중에 완성된 다큐를 보면서 알게 된 일이지만 이때 남편은 연신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신기함 사랑함 미안함, 만감이 교차되는 손길처럼 느껴졌다.
출산 동영상 사용을 허락 받은 후 피디와 구성애 선생님, 동료들은 이 동영상을 보고 감동에 겨워 까무러졌다. 사실 지금도 그 동영상을 보면 무어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진한 감동이 몰려온다.
"울지 않는 아기 " 다큐를 찍은 이 승훈 PD는 2005년11월 24일에 대한민국영상대전 일반부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큐 "울지 않는 아기"를 접하고 자연출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산모들에게는 두려움을 자신감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긍정의 시선으로 바꾸게 했다.
다큐멘터리 “울지 않는 아기”는 대한민국의 자연출산에 변혁을 이룬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