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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트릭 Aug 12. 2021

[너 자신을 알라]
질문왕 소크라테스에 대하여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고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저자 : 에릭 와이너)


  아마 학창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은 '소크라테스'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리스의 철학자였으며,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말은 "너 자신을 알라"였다는 내용 정도만 저도 수업 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 당시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쓱 훑고 넘어갔었죠.


  그런데 조금씩 나이가 들며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다 보니 '인생이란 무엇인가...',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 이런 고민도 점점 하게 되는 듯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저도 부동산, 주식 관련 책에만 너무 빠져 지내서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는데, 마침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게 되었습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저자 에릭 와이너가 다양한 철학자들을 소개하며, 그들의 생각을 쉽게 풀어서 이야기합니다. 저처럼 철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재밌는 내용이 많지만, 오늘은 앞에서 언급한 소크라테스에 대한 챕터만 다루어 보겠습니다.




1. 질문왕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 조각상 (출처 : 위키피디아)


  소크라테스는 2000여 년 전의 사람이고 직접 남긴 책도 하나 없지만, 그에 대한 흥미로운 기록들은 많이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곳곳을 누비며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 "질문왕"이었습니다.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니키아스는 이렇게 말한다. "소크라테스 근처에 있거나 소크라테스와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은 누구든 논쟁에 말려들기 쉽고,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든 간에 소크라테스가 졸졸 따라다닐 것이며, 결국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소크라테스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일단 소크라테스와 얽히면 소크라테스에게 철저하고 완전하게 털리기 전까진 그를 떨쳐낼 수 없을 것이다." (p.65)
3세기에 활동한 전기 작가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사람들은 주먹으로 소크라테스를 때리고 그의 머리카락을 뜯어냈다"고 전한다. (p.67)


  얼마나 사람들을 귀찮게 물고 늘어졌으면 이렇게 두들겨 맞고 머리카락까지 뜯겼을까요?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질문은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깨닫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대화를 나눌 때에도, 잘 모르면서 아는 척을 하면 질문 공세에 금방 밑천을 드러내게 되죠.




2. 너 자신을 알라


델포이 신전의 터 (출처 : 위키피디아)


  그렇다면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질문왕이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시작은 델포이 신전의 신탁이었습니다.


  어느 날 카이레폰이 델포이 신전에 찾아가서 여사제에게 이렇게 물었다. 아테네에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이 있습니까? 대답이 돌아왔다. "없다. 한 명도 없다." 카이레폰이 신탁의 내용을 소크라테스에게 전하자 소크라테스는 당황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소크라테스는 한낱 석공의 아들이며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하지만 신탁은 틀리는 법이 없었으므로 소크라테스는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소크라테스는 시인에서 장군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경받는 아테네인을 붙잡고 말을 걸었다. 곧 소크라테스는 이 사람들이 그들 생각만큼 지혜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군은 용기가 무엇인지 몰랐고, 시인은 시를 정의하지 못 했다. 소크라테스는 가는 곳마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지 못 하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어쩌면 신탁이 옳을지 모른다고 소크라테스는 결론 내렸다. (p. 48)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소크라테스가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델포이 신전에 새겨져 있던 문구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스스로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끊임없는 질문과 토론 속에서 세상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3.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


아 테스형! (출처 : KBS)


  작년 추석 무렵, 가수 나훈아의 <테스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소크라테스형에게 세상이 왜 이러냐고 묻는 가사가 사람들의 귀에 착착 감겼지요. 코로나 바이러스의 출몰과 더불어 지난 2년 동안은 세상이 너무나도 빠르게 변했고, 지나치게 많은 정보들이 넘쳐나서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는 듯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소크라테스와 같이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 대상이 사람이든,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인생이든, 내가 완벽하게 알지는 못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질문해야겠죠. 그 질문에 완벽한 정답은 없더라도,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삶은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가 답을 찾아가는 모습이 담긴, 재밌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어느 날 새벽 소크라테스는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계속 고민하며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해답을 찾지 못한 소크라테스는 계속 그 자리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정오가 되었고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궁금해하며 소크라테스가 새벽부터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느라 그 곳에 계속 서 있었다고 말했다. 마침내 저녁이 되자 이오니아 사람 몇 명은 그가 밤새 그 곳에 서있는지 보려고 차가운 바깥 공기 아래로 침구를 들고 나왔다. 그는 새벽이 다가오고 해가 떠오를 때까지 계속 같은 곳에 서 있었다. 그리고 떠오른 해를 향해 기도를 올린 후 자리를 떴다.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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