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유다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선비 May 28. 2018

건축학 개론 명대사 12+3

건축학 개론 다시 읽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영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매번 철학 관련 글만 쓰면 여러분이 힘들어하실 테니, 사실은 제가 더 힘들기 때문에... 오늘은 쉬어갈 겸 영화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이미 글 제목에서 보고 오셨겠죠? 오늘 같이 이야기해볼 영화는 '건축학 개론'입니다. 나온 지 엄청 오래된 영화입니다. 이제 와서 이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엄청난 뒷북이겠습니다만, 그래도 하고 싶네요.


 저는 이 영화를 엄청 좋아합니다. 심심할 때마다 돌려보곤 하는데요. 볼 수록 참 매력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번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 좀 그래서, 이렇게 글로도 한 번 남겨보려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에 관련된 영화는 아닐 겁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대사들은, 하나의 '상징'으로 통합됩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제가 떠들었나요?


 영화의 제목부터가 건축학 개론이다 보니, 영화에는 '건축'과 '집'이라는 말이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서 '건축' 혹은 '집'을 전부 '사랑'으로 바꿔서 영화를 보게 되면, 굉장히 좋은 영화가 되고, 대사 하나하나가 명대사가 됩니다. 막상 영화 제목부터가 '사랑학 개론'으로 바뀌죠? 저는 예전에 심심해서 '건축'과 '집'이 등장하는 영화의 모든 대사를 '사랑'으로 치환해 봤습니다. 그리고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대사를 끄적여놨었는데요, 그때 끄적여두었던 대사들을 공유해보겠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요? 이제야?



 마음에 들었던 대사 12개와 보너스로 3개를 준비했습니다.



1. 예쁘기만 하면 땡이야?


 엄태웅은 건축주들이 디자인적으로 예쁜 건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예쁘게 디자인을 합니다. 그러자 팀장이 말합니다. "예쁘기만 하면 땡이야?" 이를 치환해볼까요? "사랑이 예뻐 보이기만 하면 땡이야?" 한 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남들이 보기에(건축주) 예뻐 보이기만 하면 진정한 사랑일까요? 물론 예뻐 보이기도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남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면서 사랑하지 말라는 말이겠죠?



2. 너 하는 일 집 짓는 거 아니야?


 한가인이 엄태웅에게 말합니다. "내가 널 왜 찾아왔겠어, 너 하는 일 집 짓는 거 아니야?" 이를 치환해볼까요? "너 하는 일 사랑하는 거 아니야?"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들은 참 많습니다. 특히나 중요한 이유들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사랑은 언제나 포함됩니다. 사람은 사랑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대사입니다.



3. 왜 집을 짓는지 알아야, 어떤 집이 필요한지 알지


 엄태웅이 한가인에게 말합니다. "왜 집을 짓는지 알아야, 어떤 집이 필요한지 알지" 네 이제 제가 어떤 식으로 글을 써나 갈지 아시겠죠? 이 역시 치환해보겠습니다. "왜 사랑을 하는지 알아야, 어떤 사랑이 필요한지 알지" 이 대사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것에는 소중한 목적들이 있습니다. 사랑도 마찬가지겠죠. 사랑을 해야 할 이유를 알게 되면, 어떤 사랑이 필요한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겁니다.



4. 30년은 돼야 그게 집이지


 엄태웅은 한가인의 집을 보러 갑니다. 그리고 한가인은 이 집이 30년도 더 된 집이라며, 낡았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엄태웅이 말한 대사입니다. 이제는 바로 치환을 하겠습니다. "30년은 돼야 그게 사랑이지" 물론 사랑은 기간보다는 밀도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동고동락할수록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30년은 돼야 그게 사랑이지!



5.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애정을 가지고, 이해를 시작하는 것이 건축학 개론의 시작입니다


 교수가 학생들에게 자신이 사는 동네를 알아보라는 과제를 내주면서 한 말입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사랑에 애정을 가지고, 이해를 시작하는 것이 사랑학 개론의 시작입니다." 사랑을 하면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죠? 딱 그 대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을 소중히 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은 사랑을 하는 시작입니다.



6. 뭐 어때? 죽은 거 살려준 건데


 대학생 시절의 수지와 이제훈은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빈집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수지가 벌컥 문을 열고 그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러자 이제훈은, "저기요 그렇게 막 들어가시면 안 돼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집은 사랑이나 마음을 뜻합니다. 빈집은 사랑이 없는 텅 빈 마음이겠죠? 그곳에 수지와 이제훈이 들어갔으니,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수지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간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경험하셨듯이, 사랑은 예고 없이 벌컥하고 우리의 마음속으로 들어옵니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참 잘 표현했다고 보이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수지는 시계의 태엽을 감아주고, 시계가 돌아가게 끔 해주죠. 당연히 둘의 사랑이 시작된 것이라는 상징이겠죠? 그러면서 수지가 말합니다. "뭐 어때? 죽은 거 살려준 건데"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죽은 것과 같다고 극단적으로 말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사람이 사랑을 한다면 더욱 잘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겠죠?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만이 정말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는, 낭만적인 대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7. 원룸인 거잖아, 달랑 방 한 칸에서 먹고 자고 어떻게 살아?


 고준희와 엄태웅이 택시 안에서 신혼집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대사입니다. 고준희는 그래도 신혼집인데, 달랑 방 한 칸에서 먹고 자고 어떻게 사냐고 말합니다. 이 대사는 맨 처음의 대사인, "예쁘기만 하면 땡이야?"와 이어지는 대사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좋아 보이는 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은 아니겠죠? 중요한 것은 둘 간의 진실된 마음인 것이지, 남들 눈에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를 궁리하지 말라는 말일 겁니다.



8. 난 건축하는 사람 멋있는 것 같아


 한가인이 엄태웅에게 한 말입니다. "난 사랑하는 사람 멋있는 것 같아"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멋지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하고 있는 연인들의 마음들 중에서, 멋지지 않은 마음이 있을까요? 아마 없을 겁니다. 사랑하면 예뻐진다는 농담이 있죠? 어쩌면 농담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9. 네가 집 지어줘, 공짜로


 수지와 이제훈이 과제를 하러 간 곳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수지가 이제훈에게 한 말입니다. 나중에 너 건축가 되면, 네가 집 지어줘! 공짜로! 사랑에는 정말로 대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할 때는 정말 상대방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요.



10. 영광인 줄 알아, 네가 내 집에 들어온 첫 손님이야


 수지가 이사를 가고, 이제훈이 수지의 집에 갑니다. 그때 수지가 한 말입니다. "영광인 줄 알아, 네가 내 마음에 들어온 첫 손님이야" 영화의 마지막에서 한가인이 엄태웅에게 이 말을 하면서 증명됩니다. "네가 내 첫사랑이었으니까"



11. 집 짓길 잘한 거 같아. 어 짓길 잘한 거 같아


 한가인의 집이 완성되고, 엄태웅이 묻습니다. "집 지은 소감이 어때?" 그리고 한가인이 말합니다. "어 사랑하길 잘한 거 같아. 어 사랑하길 잘한 거 같아" 비록 둘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그 당시 사랑을 했던 것. 그 마음만큼은 진솔했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사랑한 것에는 절대 후회가 없다는 마음이 느껴지는 대사입니다.



12. 집이 지겨운 게 어딨어? 집은 그냥 집이지


 영화의 끝자락에, 엄태웅이 어머니에게 이 집이 지겹지도 않냐고 묻자 어머니가 한 대사입니다. "사랑이 지겨운 게 어딨어? 사랑은 그냥 사랑이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입니다. 정말 한 번 생각해볼 대사입니다. 사랑은 정말 그냥 사랑입니다. 사랑이 힘들어지는 이유는 어쩌면, 사랑에 너무 특별한 의미를 자꾸 붙이려고 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네 약속했던 대로, 12가지의 대사를 같이 읽어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추가로 3가지를 더 이야기하고 끝내겠습니다.




* 매운탕과 씨발 다 좆같애


 한가인이 술에 취해서 한 말입니다. "매운탕 이름 이상하지 않냐? 알이 들어가면 알탕이고, 갈비가 들어가면 갈비탕인데, 얜 그냥 매운탕. 탕인데 맵다. 그게 끝이잖아. 안에 뭐가 들어가도 그냥 다 매운탕. 그냥 나 사는 게 매운탕 같아서.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고, 그냥 맵기만 하네" 영화의 주제와는 약간 벗어나는 대사이지만, 한 번쯤은 생각해볼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살이 참 힘들죠? 하지만 매운탕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매운탕에도 들어 있는 재료들이 참 많습니다. 아무리 매워도, 그 안에 어떤 것들이 들어 있는지 잘 생각해보고, 탕의 이름을 스스로 지어주는 것이 조금은 우리의 힘든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


 그리고 완전히 술에 취한 한가인이 말합니다. "아 씨발 다 좆같애" 여태껏 참 많은 좆같애를 들어봤지만, 한가인의 좆같애가 제가 들어본 좆같애 중에서는 가장 씁쓸한 좆같애였습니다.



* 어머니의 냉장고


 이건 저에게 참 어려운 상징이었습니다. 제가 머리가 좀 떨어져서, 의미를 찾는데 오래 걸린 상징입니다. 제가 냉장고도 하나의 상징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스쳐 지나가는 냉장고가 영화에서 두 번이나 나오기 때문입니다. 영화 초반에 이제훈이 냉장고 문을 열자 음식이 쏟아집니다. 아주 냉장고가 꽉 찼죠. 그리고 이제훈이 말합니다. 냉장고에 있는 것들 좀 버리라고요. 그리고 영화 후반에 냉장고가 또 등장합니다. 어머니가 냉장고를 열자 음식이 또 쏟아지죠.


 저는 한동안 생각을 해봤습니다. 왜 꽉 찬 냉장고가 두 번이나 등장하는 것인지에 대해서요. 물론 제가 억지로 해석하려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고 결론지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소중한 것들이 영원했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친구들에게 받은 선물이나, 편지들을 따로 보관한 경험들 있으시죠? 자 그럼 이를 집으로 옮겨서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 오래오래 상하지 않고 오래갔으면 하는 것을 넣어두는 곳이 어디죠? 바로 냉장고입니다. 냉장고가 꽉 차 있고, 그 안에 있는 것들을 버리지 않은 장면이 영화에서 두 번이나 나옵니다.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을 추억이라고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 추억들을 하나도 버릴 수가 없는 겁니다.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항상 꽉꽉 차 있는 것이죠. 물론 이는 냉장고에 관한 제 생각입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영화의 제목


 건축학 개론의 영문 제목은, architecture 101입니다. 101을 굳이 왜 붙였을까요? 그저 가벼운 생각이지만, 1은 사람을 0은 그 사이의 공간을 뜻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은 사람(1)과 사람(1)이 그 사이(0)를 채워나가는 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어휴 수고하셨습니다. 이렇게 건축학 개론의 명대사 12가지와 추가 3가지를 이야기해봤습니다. 이 긴 글을 설마 다 읽으신 분이 계시려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읽으셨다면... 정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말씀드리고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사랑의 정의는 많습니다. 어쩌면 정의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요. 이 글은,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 영화의 관점에서 써 본 글입니다. 그러니 기분 좋게 가볍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위의 대사들은 대부분 이상적인 이야기들입니다. 비록 이상적인 것은 현실적인 것이 되기 힘들겠지만, 하나의 이상으로 마음속에 잡아두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진짜 끝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밖에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