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
나무는 그곳에 있었다.
꽃들도 그곳에 있었다.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우리의 삶 역시 이 곳에 있었다.
그렇게 모든 것은 죽어있는 채로 존재했다.
아니다.
사실,
죽어있는 채로 살아있는 것은 나뿐이었다.
그들의 존재를 내가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태도를 탈바꿈해야 한다.
그 순간 모든 존재자들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실 존재란 곳곳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다만 보아도 보지 못했을 뿐이다.
죽은 것은 산 것을 볼 수 없다.
흐릿한 눈이 느끼기에 태양은 그토록 밝았던가?
나는 존재의 언덕에 올랐다.
나는 서툴게 하나씩, 하나씩 채색하기 시작했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나는 눈을 떴고,
나무는 숨 쉬고,
꽃들은 생장했다.
나의 흐릿한 눈은 이제,
시안(詩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