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비의 철학 용어 사전 26.
관습주의/규약주의(慣習主義/規約主義)
관습주의/규약주의(慣習主義/規約主義)
영 conventionalism, 독 Konventionalismus
관습과 규약에 대해서 알아본 만큼, 이번 시간에는 관습주의와 규약주의에 대해서 알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주의라고 한다면, ~를 우선순위에 두고 사유하거나 철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관습주의와 규약주의는 관습과 규약을 우선순위에 두고 사유하고 철학함을 의미하겠죠? 우선 간단하게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상황에 따라서 약간 주의해서 사용해야 하는 용어입니다.
관습주의는 정치철학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들이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여러 제도들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관습의 결과로 보는 입장입니다. 이는 프로타고라스 같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이 옹호한 입장입니다. 이들은 애초에 절대적인 진리를 의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질서나 언어와 진리 자체도 일종의 약속을 통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규약주의는 인식론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과학은 객관적인 실재에 이를 수 없음을 말합니다. 즉, 과학은 실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인간의 정신에 의존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입장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몇몇의 학자들이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하나의 과학적인 이론은, 예측을 위해 관찰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정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여겼습니다. 어떤 두 이론 사이에서 어느 것이 더 뛰어난지, 어느 것이 더 실제적이고 객관적인지 따져보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그저 어떤 이론이 더 편리하고 간명한지만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로타고라스의 상대주의와 소피스트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 철학자들은 하나의 개념을 가지고 평생을 철학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개념이든,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 사실은 불가능합니다. 이 철학 용어 사전에서는, 철학이나 인문학 서적을 읽을 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뜻을 설명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실 때, 문맥이나 철학자, 특정 사조에 따라서 그 의미가 약간은 다를 수 있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어떤 상황이든 그 문맥이 가장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