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유다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선비 Apr 11. 2018

연애편지

   

 "무엇이 두렵고 걱정되나요?"     


 나에게 무엇이 두렵고 걱정되냐고 물었소? 그렇소. 사실 나는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이 참 많소.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그랬소. 내가 가야 할 길이 끝이 없음을 진작 알았고, 이것이 내 길임을 알기 때문이었소.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끊기로 마음먹었던 것이었소. 모든 것을 끊는다 해도, 나는 아직 알을 깨고 나오는 것조차 힘에 버거운 껍질 속의 새라고 생각했소. 그런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껍질 깨는 것을 도와줄 어미 새도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소. 사실 도움 같은 것은 바라지 않소. 알을 깨지 못하고, 빛도 못 보고, 죽는다 해도, 아쉬움 속에 죽는 것이, 나의 초라한 운명이라면 슬프지만 웃으며 받아들일 마음이었기 때문이오.    

  

 그렇게 나는 밖으로 나가는 문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오는 문을 닫아버린 것이었소. 문을 닫으려는 찰나에 불쑥 손이 들어온 것이었소(그것은 정말로 불쑥 들어왔소). 그 손은 내게는 생각지 못한 불청객이었소. 사실 기분이 썩 괜찮은 불청객이었음을 나는 고백하겠소. 그리고 당신이 물었던 것이었소.      


 "무엇이 두렵고 걱정되나요?"   


 사실 나는 당신이 두렵고, 걱정되오. 나는 아직 껍질도 못 깼소. 깨고 나온다 해도 날 수 있을지는 더욱 막막하오. 그러니 제발 나를 품지 마시오. 내가 만약 죽어버린다면, 그대가 홀로 들어왔을 때처럼 홀로 나가야 하오. 기껏 들어와서 함께인가 싶었더니, 이내 혼자가 되어 나가게 되는 것이오.     


 그렇소. 나는 그것이 두려웠소.  

    

 보잘것없는 나보다도 당신이 처하게 될 바로 그 상황이 두려웠소. 사실 이제 당신은 내게 손님이오. 나의 두려움이, 손님을 불청객으로 바꿔버렸던 것이오. 당신은 조용하게도, 그리고 또 친절하게도 나를 품어주었소. 사실 너무 따뜻했소(이건 참으로 진심이오). 그래서 나는 욕심이 생겨버렸소. 계속 따뜻하고 싶소.   

   

 들어오는 문은 이제 닫혀버렸소. 하지만 나가는 문은 그대로 열려 있소. 그 문도 닫아버리고 싶지만, 그 문은 내가 닫을 수 없는 문이오. 그래서 당신은 언제든 나갈 수 있소. 이건 나에겐 도박과도 같은 고백이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하겠소. 나가는 문은 열려 있소. 하지만 나가지 않았으면 하오. 이젠 욕심을 넘어 당신을 사랑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오. 그렇소. 사실 나는 꽤나 변덕스럽소. 내 멋대로 당신을 불청객으로 만들었소. 그리고 내 멋대로 손님으로 만들었소. 그리고 또 내 멋대로 사랑하는 이로 만들어 버렸소. 그렇소. 나는 껍질 속에서 당신을 사랑하게 되어버렸소. 


 당신을 사랑하게 되어버렸소. 나는 당신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이오.

매거진의 이전글 도룡(屠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