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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Apr 29. 2018

구조주의 들어보셨나요? (2)

정말로 쉬운 구조주의 안내서

* 글이 약간 길지만, 차분히 읽으시면 큰 도움이 되실 거라 약속드립니다:)

* 내용이 길기 때문에, 3 부분으로 나누어 연재합니다



1. 구조와 구조주의

2. 소쉬르, 파롤과 랑그

3. 공시태와 통시태, 시니피에와 시니피앙, 마무리




 예고했던 대로, 이번 연재에서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와 그가 이끈 '구조주의 언어학'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그전에, 1부 내용은 숙지를 하고 오셨나요? 각 연재마다 개별적인 파트로 나누어 연재되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따라오셔야 전체적인 주제를 잘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바로 이 글을 읽으셔도 되고, 좀 더 풍부한 이해를 하고 싶으시다면, 1부를 읽고 오시면 됩니다. 자 그럼 이번 글을 시작해볼까요?


구조주의 들어보셨나요? (1)



소쉬르의 구조 언어학


 페르디낭 드 소쉬르(이하 소쉬르)의 등장 이전에는, 언어학 분야에서 특별히 '체계(구조)'라는 개념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있었다 하더라도, 가벼운 개념이었지 언어학 자체를 뒤집어버리는 중요 개념은 아니었죠. 소쉬르 이전에는 언어 현상을 연구할 때, 보통은 실증적이고, 역사적으로만 연구해 왔습니다. 정말 단순히 말해서, 어떤 특정 지역에서, 언어의 변화를 추적하거나, 언어 계통을 연구하거나, 단어의 어원을 추적한다거나 하는 식이었죠. 하지만 소쉬르는 언어를 이런 식으로 연구하기보다는, 언어 그 자체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기존 언어학 연구에 대한 일종의 반발이기도 했죠. 소쉬르는 언어학에 '체계' 개념을 도입하고, 이것이 '구조'로 발전했으며, 구조를 연구하는 언어학인 '구조 언어학'이 발전하게 됩니다.



랑그와 파롤

 

 소쉬르는 우선 언어 현상을 '파롤'과 '랑그'로 구분합니다. 혹시 한 번쯤 들어보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파롤이란, 우리가 특정 상황 속에서 말하는 구체적인 발화(發話)를 뜻하며, 랑그란, 파롤을 구조화하는 체계를 말합니다. 그래서 소쉬르는 구조와 관련된 랑그를 파롤보다 중요시 여겼고, 랑그를 그의 언어학의 핵심 연구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사실 랑그를 더 중요시 여긴다기 보다는, 언어학을 연구할 때 파롤 자체를 배제시켜버리고 시작합니다. 이 부분이 소쉬르 언어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파롤과 랑그가 확실히 이해가 안 되실 겁니다. 정말 쉽게 말해서, 파롤은 그냥 우리가 평소에 친구들과 대화할 때 사용되는, 우리의 눈에 보이는 대화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1부에서 말했던, 현상의 진영이죠. 그리고 랑그는, 언어 속에 숨어 있는 내부 구조입니다. 1부에서 말했던 구조(보편 혹은 실재)의 진영입니다. 글의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할 테니, 완벽히 이해가 안 되어도 따라오시면 마지막에는 잘 이해 되실 겁니다. 제발


 소쉬르의 생각은 당대에 당연히 혁신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혁신적인 생각에는 항상 비판이 따라오게 되죠? 그 비판은 이렇습니다.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이고, 언어의 중요함이란, 상호 소통과 그 대화 상황에 있는 것인데, 구조 언어학은 이러한 파롤적인 면을 완전히 배제시켜버린채 연구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비판은 휴머니즘 적인 면, 인간의 실존적인 면들 까지도 무시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로 커지게 됩니다. 


 파롤과 랑그의 이해를 위해서 예를 하나 들어드리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스마트폰 가지고 계시죠?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게임도 하고, 카톡도 하고, 검색도 하고, 음악도 듣고 그렇죠? 이것이 실제적으로 사용되는 스마트폰입니다. 파롤의 측면이죠. 하지만 소쉬르는 마치 공학자처럼 스마트폰의 내부 구조만 파악합니다. 회로는 이런 식으로 되어 있고, 어떤 자연과학의 원리가 들어있고... 이것이 랑그적인 측면입니다. 예가 다소 거칠었지만,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이 파롤과 랑그의 대립은, 언어를 어떤 '의미의 차원'으로 다룰 것이냐? 아니면 단순한 '기호들의 집합'으로 다룰 것이냐? 하는 논란을 낳게 됩니다. 기호의 차원(랑그)에서만 본다면, 언어는 외부 상황과 철저하게 단절된, 닫혀버린 집합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미(파롤)의 차원에서 본다면, 다양한 외부 상황들과 구체적으로 연관되고 호응되는 열린 집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의미의 차원'이란, 언어는 구체적으로 사용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호의 차원'이란, 우리의 언어는 다양한 단어들이 특정 문법을 통해 체계적으로 짜여있다는 의미로 우선은 이해하시면 됩니다. 기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3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집합이란 말에 혼동이 오실 수 있으니, 예를 하나 들어보는 게 좋겠네요. 어떤 건물(언어 그 자체)이 있는데, 그 안에는 여러 문자 기호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건물이 꽉 닫혀있어서 우리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닫힌 집합'으로 언어를 보는 것이고, 그 건물이 활짝 열려있어서 우리 사람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기호들과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열린 집합'으로 언어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해가 좀 되셨나요?


 소쉬르는 랑그와 파롤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랑그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뇌 속에 자리 잡히게 된 집단적인 형태이며, 파롤은 개인적이며 순간적인 개별적 경우의 총합이다.", "언어학의 유일하고도 진정한 대상은 랑그인데, 이는 그 자체로서, 그것만을 위해서 고찰되어야만 한다." 함축적으로 말을 해서 단박에 이해가 안 되실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이해가 되실 겁니다. 그래서 소쉬르가 자신의 언어학에 내건 슬로건은, "현상에 대한 구조의 우위'입니다. 즉 파롤보다는 랑그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죠. 막말로, 사람들이 언어를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는 별 관심 없고, 난 언어 그 자체에만 초점을 맞출 거야!라는 겁니다. 너무 막말이었나...



한 번 정리를 하자면, 소쉬르는 기존의 언어학에 새로운 연구 방식을 도입했다. 소쉬르는 언어를 랑그와 파롤로 나누었다. 그는 파롤을 배제하고 랑그만을 주로 연구했다. 그 랑그가 언어의 구조이며, 소쉬르의 언어연구 방식을 구조 언어학이라고 한다. 소쉬르는 언어를 기호들의 닫힌 집합으로 이해했으며, 그 기호들의 체계(구조)를 연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언어적인 현상(파롤)을 배제했다는 비판이 따라왔다.



 구조를 탐구하는 이러한 소쉬르의 연구 방식은, 언어학 분야 말고도 인문, 사회, 과학 등 여러 영역에 걸쳐서 하나의 큰 화두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소쉬르의 구조 언어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랑그와 파롤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쉽게 이해가 되셨으면 좋겠네요. 언제나 그렇듯 이해가 안 가신다면, 저를 탓하시면 됩니다.


 다음 마지막 연재에서는, '공시태'와 '통시태' 그리고 '시니피에'와 '시니피앙'의 개념들을 알아보고, 구조주의에 대해 정리하고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읽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소쉬르에 대해서 가볍게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의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오선비의 쓰레기 철학 강의 14 - 소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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