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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선비 Apr 26. 2018

철학책 뭐부터 읽어야 하지?

입문자를 위한 철학책 추천

* 참고로 제가 소개하는 책들의 출판사와 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저 추천을 할 뿐입니다.



 오늘은 여러분들께 책을 좀 추천해드리려고 합니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철학에 당연히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의 철학은 학문적인 의미의 철학이라기보다는, 인간이라면 고민하게 되는 삶에 대한 문제들 정도로 이해하셔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막상 우리가 철학에 관심이 가서, 철학 관련 책들을 읽으려고 하면, 무엇부터 읽어야 할지, 그리고 책을 하나 정해서 펼치게 되면 무수한 학문적인 용어들 때문에 포기해버리게 됩니다. 철학적인 용어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철학은 어떤 책으로 시작을 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 기준으로 차근히 철학에 맛을 들일 수 있는 테크트리(?)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철학은 크게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으로 구분할 수 있겠죠? 우리는 하나의 막연한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동양철학은 신비로운 지혜를 배울 수 있고, 서양철학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철학, 그러니까 학문적인 용어들이 튀어나온다는 이미지입니다. 네 사실 그런 측면이 강합니다. 우리는 주로 동양철학 관련 저서들은 '고전'으로 부르고, 서양철학 관련 저서들은 '철학책'이라고 말을 하니까요. 뭐 어떤 식으로 부르던지 간에 추천을 해볼까요?




동양철학


 동양철학의 저서들은 대부분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입니다. 한문으로 쓰여있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나 한문 잘 모르는데 동양철학을 읽을 수 있나?" 네 읽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전혀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우리가 읽는 대부분의 인문학 서적들, 소설책들도 번역본을 읽고 있으니까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고전들도 전부 깔끔하게 번역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번역본을 읽고, 나중에 관심이 가게 되면 한문과 번역을 비교하면서 읽으시면 됩니다.



1단계)

 저는 처음 동양고전을 읽으려는 분에게는 무조건 '논어'를 추천합니다. 너무 뻔했나요? 일단 우리가 공자에 익숙하기도 하고, 내용상 모호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읽히기 때문입니다. 논어는 무수한 출판사에서 번역이 되어 나옵니다. 그래서 무엇을 읽을지 고민하실 텐데요. 그냥 펼쳐보고 내가 읽기 편하게 생긴 걸로 우선은 고르시면 됩니다.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2단계)

 논어를 읽으셨다면, 이제 테크트리가 갈리게 됩니다. 공자 라인으로 갈지, 아니면 다른 라인을 알아볼지로요.


공자 라인

 논어를 읽으신 후에, 만약에 공자 라인(?)이 마음에 드신다면, 바로 '맹자'를 읽으시면 됩니다. 맹자는 꼭 옛날이야기 같은 느낌이 나고, 읽다 보면 맹자의 말싸움(?) 기술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그러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동양철학적인 느낌을 익히게 됩니다.



다른 라인

 다른 라인을 알고 싶으시다면, '도덕경(노자)'을 읽으시면 됩니다. 공자가 인간적인 입장에서 세상을 본다면, 도덕경은 좀 더 큰 자연적인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물론 공자가 작다는 건 아닙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른 것이죠). 도덕경은 다소 모호할 수는 있겠으나, 입문 단계에서는 어떤 책을 읽어도 익숙하지 않을 테니,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하시고 일단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만약에 노자 라인이 마음에 드신다면, 후에 '장자'를 읽으시면 됩니다. 장자는 우화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나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유명한 '호접지몽'도 장자에 나오는 말이죠.



3단계)

 이제 동양철학의 전반적인 이미지가 몸에 잡히셨을 겁니다. 다소 미숙하긴 하지만 동양철학에서 야인(?)이 되셨습니다. 이제는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서 읽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도 추천을 해드리자면 '손자병법', '한비자', '채근담'입니다.


 손자병법은 유명하죠? 전쟁술에 관련된 책이지만, 읽다 보면, 현대의 마케팅과 크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마케팅을 공부하시는 분들은 아마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한비자는 처세술에 관련된 책입니다. 현대에서 우리가 회사에서 일을 하죠? 그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행동강령 같은 느낌이 납니다. 사회생활에 접목시키면 재미있으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채근담은, 동양철학의 여러 사상들이 짬뽕(?)되어 있는 책입니다. 인생의 지침으로 삼을 만한 여러 가지 경구들이 주를 이룹니다. 한 문장씩 음미하는 것이 좋으시다면 이 책을 읽으시면 좋으실 겁니다.



야인 단계)

 1, 2, 3단계를 거치고, 동양철학에 맛을 들이기 시작하면, 이제 책을 스스로 찾아 읽는 단계에 들어오게 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갈래를 잡으면서 읽으시면 좋으니 우선 동양철학을 전반적으로 다루는 철학사 계열을 읽으시면 좋습니다. 철학사를 읽으시면서, 여러 철학자들도 만나보시고, 저서들의 이름도 알아가세요. 그러면서 관심이 가는 책을 읽으시면 됩니다. 추천할 동양철학사는 펑유란의 '중국 철학사'입니다. 이 책은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요, 오리지널 두꺼운 것이 있고, 하나는 '간명한 중국 철학사'입니다. 처음에는 '간명한 중국 철학사'를 추천합니다. 절마다 호흡이 길지 않아서 읽기가 그나마 편합니다.




서양철학


 서양철학은 동양철학에 비해서 이미지가 좀 딱딱합니다. 동양철학은 지식보다는 지혜적인 느낌이어서 읽는 이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한 반면, 서양철학은 뭔가 하나하나 따져대서 어느 정도 동일한 해석을 요구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는 근, 현대 철학으로 넘어온 뒤의 이야기이지, 과거의 서양철학은 동양철학처럼 대화도 많이 하고, 풍부한 논의를 이어나갑니다. 그러니 겁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1단계)

 1단계에서 저는 두 권을 추천합니다. 하나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이고 또 하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추천하는 이유는, 일단 소크라테스가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익숙하죠.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서양철학에 대한 이미지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사실 서양철학의 시작 이전에는, 신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화에 친숙해진다는 것은, 서양철학이 시작될 때의 배경과, 서양인의 기본적인 마인드를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죠. 우리는 동양인이어서 동양철학을 대하는 마인드가 이미 어느 정도 있는 반면, 서양의 마인드는 따로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신들의 싸움이나 연대기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들을 신으로 상징했다고 보고, 인간의 감정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읽으셔도 재미있습니다. 두 권 모두 유명하기 때문에, 다양한 출판사에서 나옵니다. 처음에는 그저 책을 펼치고 읽기 편하게 생긴 책으로 선택하시면 됩니다. 크게 따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2단계)

 1단계를 읽으셨다면, 동양철학과 마찬가지로 테크트리를 결정하게 됩니다. 하나는 소크라테스 라인이고, 하나는 철학사 개론으로 넘어가는 방법입니다.


소크라테스 라인

 소크라테스 라인(?)이 마음에 드셨다면, '크리톤'을 읽으시면 됩니다. 소크라테스가 감옥에서 친구와 대화하는 내용이고, 양도 많지 않아서 읽기에 편합니다. 만약에 크리톤도 마음에 드셨다면, 약간 힘들 수는 있는데, 용기를 내서 '파이돈'을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은 내용이 짧기 때문에, 보통 한 권으로 통합되어 있는 책이 많습니다. 그 책으로 한 번에 읽는 것도 방법이죠.

 


철학사 개론

 만약에 소크라테스 라인이 아니라, 여러 철학자들의 이름과 사상이 궁금하다면, 바로 철학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단, 어려운 철학사 책은 절대 반대입니다. 기운만 빠지거든요.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부터 시작하시면 좋습니다. 나는 성인인데 청소년용을 읽는다고 부끄러워하시면 안 됩니다. 청소년용이야말로, 전반적으로 가볍게 훑어볼 수 있는 좋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3단계)

 이제 어느 정도 서양철학의 느낌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미숙한 야인이 된 거죠. 여러 책들에 관심이 가실 텐데요. 몇 가지 추천을 하자면,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 버드런트 러셀의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추천합니다.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꼭 철학뿐이 아니라 교양적으로도 읽으면 아주 좋은 내용입니다. 그리고 소유냐? 존재냐? 는 우리의 삶의 방식을 소유하는 삶, 존재하는 삶으로 나누어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사실 이 책은 갓 대학생이 된 분들이 읽으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더 큰 어른이 읽으셔도 충분히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철학이란 무엇인가는, 말 그대로 철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합니다. 하지만 철학 자체에 대한 설명이라기보다는, 철학에서 어떤 것들을 문제 삼고 있는지를 말해주죠. 어쩌면 글이 약간은 어려울 수 있지만, 차분히 읽으면 소화가 되실 겁니다.


야인 단계)

 이제 야인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동양철학과 마찬가지로, 철학사를 한 번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2단계에서 읽은 청소년용이 아니라, 약간은 무거운 철학사 책을 읽으시면 됩니다. 철학사 책도 굉장히 많은데, 처음에는 렘프레히트의 '서양 철학사'를 추천합니다. 그나마(?) 가볍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어려우실 겁니다. 그래도 철학사 책 한 권을 읽으시면, 자신감이 많이 붙으실 겁니다. 이 철학사를 읽은 후에는, 슈퇴리히의 '세계 철학사'를 읽으시면 됩니다. 어느 정도 두께도 있고, 말투가 딱딱하지 않으며, 동양철학도 약간 다루는 점이 특징입니다. 나는 더 더 자세히 서양 철학사를 공부해보고 싶다! 하시면, 무게도 내용도 꽤 무거운 힐쉬베르거의 '서양 철학사'를 읽으시면 됩니다만... 이 책은 좀 나중에 읽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이 보다는 앞의 철학사를 약간이라도 읽어보시고, 마음에 드는 철학자의 저서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니면 몇몇 특징 있는 철학자들을 모아서 설명해주는 책들을 읽어도 좋고요. '현대 철학의 거장들'이 읽기 편하고 내용도 좋을 겁니다.






 동양, 서양으로 나누어서 단계별로 추천을 해봤습니다. 물론 이 단계를 따르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제 경험을 토대로 어느 정도 지침을 드릴 뿐입니다. 그리고 짧은 추천글 이기 때문에, 책에 대한 내용은 자세히 써놓지는 않았습니다. 그나마 써놓은 것도 굉장히 거칠었습니다. 이 글은, 철학에 관심이 가는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그래서 철학 관련 책을 이미 많이 읽으신 분들에게는 아마 도움이 되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아무튼, 제가 써드린 테크트리를 타시면 약간은 수월하게 철학에 접근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제 철학사 연재 글과 철학 용어 사전도 추천합니다. 홍보 아님


철학에 관심이 있으신 입문자를 위해 연재 중인 서양철학사입니다.

오선비와 수경낭자의 시간 죽이기


철학용어의 개념들을 예시와 함께 배울 수 있는 용어 사전입니다.

오선비의 철학 용어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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