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삶을 준비하고, 꾸리고 있을까?
우연히 방송에서 재방영하는 '더 패키지'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첫 방이 아니라 이미 3회가 지나고 4회를 보게 되었는데 내용도 재미있을 듯하고, 함께 프랑스를 여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풍경들이 좋아서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 1회부터 마지막 방송분까지 모두 보면서 드라마 제목은 '더 패키지'라는 여행상품이지만 여행이 마치 우리네 삶의 모습처럼 느껴지고 그 시간을 통해 배우고, 깨닫는 것들이 많아서 주변 친구들에게도 추천을 해 주었다.
'더 패키지'는 Jtbc에서 2017년에 방송된 12부작의 드라마다.
3 커플과 혼자 온 여행객까지 4팀이 여행에서 서로의 형편과 상황으로 겪을 수 있는 갈등과 여행 이전의 삶과 연장된 일상의 모습들이 하나하나 펼쳐지면서 그것에 대처하는 서로 다른 모습들을 통해 배우고, 양보하고, 이해하게 되는 모습들이 이어진다. 해피엔딩으로 여행도, 서로의 관계도 잘 마무리되며 끝나게 되는데 예상된 결말을 그대로 적중했지만 배울 것도, 생각해 볼 것도 너무 많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여행 가이드인 윤소소(이연희)와 홀로 온 여행객이면서 프랑스에 입국하는 순간부터 끊임없는 사고를 일으키는 산마루(정용화)와의 관계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회복하고 새롭게 사랑해 가는 모습까지 그리고 있어 달달함도 가득하다.
부녀간으로 아버지와 딸이 함께 여행에 참여했는데 불륜으로 오해하기도 하고, 중년부부의 커플을 보면서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도 되돌아보고, 중년부부의 서투른 사랑법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다.
7년 차 연애 중인 커플의 갈등과 모든 걸 갖추고 결혼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젊은 커플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랑과 경제적인 면이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 커플의 모습을 보면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지도 새로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우리가 여행을 준비하고 떠난다면 가고 싶었던 곳과 자신의 형편에 맞게 준비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고, 여행의 즐거움과 기대감만이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정리하려고, 혹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려고 여행을 택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여행지의 하이라이트라고 보이는 몽쉘미셀의 모습이다.
나도 이 팀이 여행하는 곳들을 똑같이 여행해 보았지만 미처 보지 못한 부분들도 많고 또 여행했던 곳이기에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여행객들이 순간순간 뱉어내는 대사들이 얼마나 멋진지 두고두고 생각해 보게 되는 명대사인 듯하다.
'여행가방을 싸면서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구분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여행은 행복해지기 위해 떠난다.'
'게으른 친구랑은 여행가지 말라.' '그런 사람은 불평도 많다.'
그리고 감정표현까지 대신해 준다는 패키지~^^
공감백배다.
가이드의 센스로 여행객들 간의 감정도 어루만져 주기 때문에 어색함으로 미처 표현 못한 것까지 대신해 주기 때문인 듯하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회사를 위해, 아니 자신의 안위를 위해 무조건 회사 입장을 옹호하는 사람들 때문에 회사에서도 쫓겨나고, 여자 친구에게도 배신받은 산마루(정용화).
혼자 딸을 키우다 재혼을 하기 위해 딸의 허락을 받고 싶지만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딸의 앞날을 위해 검정고시와 대학 진학만을 주장하다 딸과의 갈등을 겪는 싱글대디 정연성(류승수)과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없었기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혼하려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새엄마를 맞이하려고 노력하는 딸 나현(박유나).
위암을 진단받고 멋진 영정사진도 찍고 남편과 좋은 시간을 보내려 한 중년 아내 한복자(이지현)는 여행하는 내내 사사건건 불평과 불만을 일삼는 남편으로 창피하기도 하고, 미워서 여행이 즐겁지 않다. 그런데 그런 아내와 달리 우연히 알게 된 아내의 위암 소식에 과거 공주가 나오는 곳에 가보고 싶다고 했던 아내의 말을 기억하고 프랑스 여행을 준비했지만 정작 아내가 말한 장소는 로마였다.
아내가 힘들까 봐 함께 여행 온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불평을 털어내고, 잘 먹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호텔에서 김치찜까지 감행하여 호텔에서 쫓겨날 뻔까지 했다. 과거 아버지상으로 많이 그려졌던 독불장군과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과 지혜가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고집불통 남편으로 오갑수(정규수).
연애기간만 7년째.
남자친구 김경재(최우식)는 제대로 한 탕을 쳐서 멋지게 프러포즈하고 결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무슨 말만 하면 '나중에~'라는 말로 피해버린다. 직장도 오래 다니지 못하고, 사업은 하는 대로 잘 풀리지 않아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가서야 이런 것들보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반면 특별할 것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는 것에 늘 시들하니 재미없어하는데 어느 날 직장상사로부터 프러포즈를 받게 된다. 남자 친구와의 갈등으로 고민을 하지만 그동안의 정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남자 친구인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던 한소란(하시은).
어린 나이에 남자 하나 보고 멀리 프랑스까지 따라왔지만 자신을 버리고 떠난 남자로 인한 상처로 가족과도 소통 없이 보내며 여행 가이드를 하고 있는 윤소소(이연희)는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확인하게 되고, 산마루와의 사랑이 시작되면서 조금씩 상처들이 회복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족 간의 소중함도 알게 해 주고, 정의를 위해 대기업과도 당당히 맞서는 모습과 그것에 반해 대처하는 직장인들의 모습, 전과자 사위도 아낌없이 맞아들이는 모습 등 우리가 꿈꾸고 그리는 모습들이 다 들어있는 성공한 인생의 패키지 같은 '더 패키지'의 드라마는 슬픔 없이 사랑과 감동이 가득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다.
그래서 우리도 이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과 치유, 회복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지~
목적지를 향해 무엇을 담고 있는지~
양보할 것, 감당할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가득 들고 간 여행 가방 안에 더 채우고 돌아오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더 패키지'를 보면서 한 번 생각해 보고, 고민해 보고, 새롭게 패키지를 꾸며 보면 어떨까 싶다.
나도 새롭게 목표를 정하고 다시 준비하는 것들이 있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설사 준비한 것만큼 대가를 얻지 못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또 새롭게 도전해 보려 한다.
그것은 결과를 떠나서 도전하고 준비한 과정을 통해 얻고 알게 된 것들이 많기에 그것만으로도 가장 멋진 '패키지' 상품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곳까지 가면서 겪는 과정들이 어쩌면 성공이 아닐까 싶다. 설사 손에 들려지는 것은 없어도 그 과정에서 겪어낸 것들이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가장 편리한 시대를 살면서 어쩌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주저앉기보다 이것이 아니어서 '나중에~'라고 변명하지 말고 다시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지 '도전'이라는 패키지를 새 상품으로 소개하면서 새로운 출발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