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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비줌마 Jul 29. 2021

제13회 공유 저작물 창작 공모전

'미운 아기 오리의 비밀'




건우네 집 앞마당은 늘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동물들로 정신이 없습니다.

발로 땅을 파며 부리로 먹이를 찾느라 마당 이곳저곳을 파헤쳐 놓는 닭과 그 닭들을 쫓아다니며 혼자서 술래잡기를 하는 강아지 '짱구'가 있고, 엄마 오리를 따라 어디나 졸졸졸 줄지어 다니는 오리 가족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평소라면 건우는 건우가 제일 좋아하는 강아지 '짱구'랑 같이 뛰노느라 바쁠 텐데 오늘은 대문 밖에 있는 연못가 오리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 꼼짝을 안 합니다.

곧 아기오리가 태어날 거라는 아빠의 말을 들었기 때문에 며칠 전부터 오리집 앞을 맴돌며 아기오리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아빠의 말처럼 며칠이 지나 엄마 오리가 품었던 알에서 하나, 하나 알을 깨고 아기오리들이 태어났는데 몽실몽실한 몸통에 넓적한 짧은 발로 뒤뚱거리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똑같은 걸음걸이를 하며 하루 종일 아기오리를 따라다니는 재미로 살아갑니다.

어느새 오리 가족이 대가족이 되어 마당을 가로질러 가는 두 무리의 오리 가족들로 늘 건우네 마당은 북적이는데 어느 날 아기오리들 중에 유독 한 마리가 몸집이 더 크고 걸음걸이도 조금 다르다는 것을 건우는 알게 됩니다.


건우는 아빠에게 귓속말을 하며 "아빠, 이건 비밀인데 아기 오리 하나가 형인가 봐. 다른 아기오리보다 더 크고 뛰지 않는데 걸음도 빨라. 나처럼 동생이 태어나니 아기가 되고 싶은 것 같아. 그래서 아기 오리들 틈에 있는 거니 모른 척해야 해"

건우도 엄마가 동생을 낳고 엄마 아빠가 동생만 예뻐하는 것 같아 잠시 엄마 아빠의 관심을 끌려고 오줌도 싸고, 손가락도 빨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 아빠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아빠는 건우와 약속을 지키기로 하고 건우가 말한 아기오리를 보니 정말로 몸도 다르고, 다리 색깔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아기 오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대문 밖 연못가에 사는 백조의 알 하나가 잘못 오리에게 와서 오리 가족이 된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직은 오리들이 어려서 많은 차이가 없기에 잠시 더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아기 오리들이 자랄수록 점점 다른 몸집과 움직임에 아기오리들이 다른 모습을 가진 아기 백조를 은근히 따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건우가 아기 백조에게 다가가 소곤거립니다.

"괜찮아. 네가 더 크고 멋있어서 잠시 미워하는 건데 곧 괜찮아질 거야. 나도 그랬거든. 나도 엄마, 아빠가 동생만 예뻐해서 동생을 미워했는데 지금은 안 그래. 그러니 너도 조금만 참아."

"그런데 너도 너무 앞서서 가지 말고 너무 뒤떨어지지도 말고 같이 가. 가족이잖아. 우리 아빠가 가족은 늘 함께 하는 거래. 동생들이 너보다 작아서 못 따라가는 거니까 조금만 천천히 가. 그러면 같이 갈 수 있어. 알았지?"

아기 백조는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건우의 말에 잠시 고개를 떨굽니다.




아기 오리가 점점 자라 몸집이 엄마 오리처럼 커지자 아기 백조는 엄마 오리보다도 더 커서 머리가 엄마 오리 위에 있게 되었습니다.

너무 다른 모습에 어디서 봐도 눈에 띄는데 그런 모습에 건우는 속상합니다.

"아빠 쟤는 왜 다른 오리들과 달라."

"건우야, 쟤는 오리가 아니라 백조인 것 같아."

"백조?"

"백조가 왜 오리집에 있었어?"

"혹시 백조 엄마가 잠시 몸이 아파서 오리 엄마에게 부탁한 게 아닐까? 건우도 엄마나 아빠가 함께 있지 못할 때는 할머니 집이나 옆집 누나 집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한 적이 있잖아."

"아, 그런 거구나."

"그럼 오리가 아니니까 오리 가족이 아닌 거야?"

"그건 아냐. 오리는 아니어도 백조도 물에서 살고 지금껏 오리랑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같이 살 수 있고, 그럼 가족이지."

"그렇구나. 그럼 내가 앞으로 아기 백조가 오리 가족과 더 잘 지내게 칭찬해 줘야지."


건우는 아빠 말이 끝나자마자 아기 백조에게 달려가 머리를 쓰다듬어줍니다.

"엄마가 아파서 속상했지? 그런데 오리 엄마가 잘 봐주니까 괜찮아. 지금 너에게 무관심한 것은 아기 오리가 많아서 그런 거야. 네가 키도 크고, 몸도 큰 형아니까 네가 아기 오리들과 더 잘 놀아주면 괜찮을 거야. 알았지?"

건우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아기 백조는 쪼르르 아기 오리들이 있는 곳으로 헤엄쳐 가서 함께 어울립니다.


어느 날 아기 백조가 아픈지 연못가에서 꼼짝을 안 합니다.

오리 가족들이 집으로 가고, 다시 연못으로 오기를 반복하는 중에도 아기 백조는 혼자 떨어져 움직이질 않습니다.

건우도 낮잠을 자느라 그런 아기 백조의 상황을 몰랐습니다.

나중에 아빠가 아기 백조의 다리에서 피가 나는 것을 알게 되어 잘 싸매어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자 무척 속상해서 아기 백조에게 달려가 보니 건우보다 먼저 달려온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엄마 오리가 아기 백조의 아픈 다리에 계속 부리를 갖다 대며 어루만지는 것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모습이 너무 기뻐서 아기 백조에게 달려가려 하자 아빠가 건우의 손을 잡습니다.

지금은 우리보다 오리 가족들이 더 반가울 것 같으니 우리는 조금 이따가 다시 가보자는 아빠 말에 건우는 아빠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잠시 가족끼리 함께 있도록 기다려주자는 것은 알 것 같아 아빠를 보고 웃으며 아빠 손을 잡고 집으로 왔습니다.

오늘은 아기 백조도 혼자가 아니기에 다리가 아프지만 맘이 놓입니다. 그리고  이제 아기 백조 옆에는 모습은 달라도 아프거나 어려울 때 달려가서 함께 있어줄 오래 가족이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기쁩니다.

서로 모습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조금씩만 양보하고, 기다려주면 누구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건우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날이 오기까지 많이 참고, 기다리고, 건우의 격려와 칭찬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기 백조를 통해 건우는 오늘도 성장합니다.

그러나 아기 백조의 비밀은 아기 백조가 슬퍼할까 봐 영원히 아빠와 둘만 알고 비밀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제 아기 백조는 새로 갖게 된 오리 엄마와 오리 형제들과 행복하게 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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