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경옥 Oct 21. 2022

교무실 내 자리

오늘 처음으로 마주한 자리인데 그 어느 장소보다 편안하다.

이제 '등교'가 아닌 '출근'으로 학교에 간다. 교무기획부는 학교 교문에서 출발했을 때 가장 찾기 쉽고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그렇기에 학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내 자리까지 가는 데는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첫 주에 출근할 때는 아침마다 책상 위에 어떤 물건이 놓여있을까 맞춰보는데서 오는 설렘이 꽤 컸다. 매일 아침마다 누군가가 우렁각시처럼 자리 위에 선물을 올려둔다. 나중에 알고 보니 행정실 선생님께서 신규 선생님, 전입 온 선생님 자리에 올려두시는 거라 했다. 어제는 문구세트 같은 게 잔뜩 놓여 있었다. 선생님이라면 문구점에 가지 않아도 펜, 지우개, 스템플러 이런 것들을 얼마든지 쓸 수 있나 보다. 오늘은 파일철이 놓여있다. 이렇게 누군가 내 존재를 알고 있고 또 챙겨주려 한다는 것에 위안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내 자리이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이 자리에서 학생과 상담을 하겠고, 업무 처리를 할 것이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며 다른 선생님들은 각자 자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가볍게 훑어본다. 딱 보기에 가장 큰 차이점은 책장이다. 다른 분들 책장에는 책이 많이 꽂혀있는데 내 자리엔 달랑 교과서 두 권, 지도서 한 권이 꽂혀 있다. 이것저것 사무 용품은 주시지만 책은 따로 주시진 않나 보다. 텅 빈 책장이 민망하니까 회의 때 나눠주신 주간 업무 계획 프린트라도 잠시 올려놔 본다.


나의 책상, 의자, 그리고 물건들, 온전히 나의 것으로 가득 채워질 이 자리,

1년간 잘 지내보자고.




매거진의 이전글 교생실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