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시간표요.’
근처에 앉아계신 실무담당 선생님께서 종이 하나를 내어주신다.
<교사 시간표>라는 타이틀이 적힌 조그만 종이, 오른편에 이름이 적혀 있는 게 좋다. 정말 이 학교의 소속 교원이 되었구나 실감 나는 순간이다.
‘띠링’
교무실의 교직원 PC에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전체 시간표가 완성되었다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시간표를 담당하는 수업계 선생님의 개운한 숨소리가 들린다. 한 학기 동안 모든 선생님은 본인 시간표에 맞춰 살아갈 것이다. 처음 받아 들었을 때는 낯선 시간표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눈 감고도 무슨 요일이 몇 교시까지 있는지, 점심은 언제 먹는지 파악할 것이다.
이번 학기는 2개 과목을 맡았고, 학년도 2개 학년이다. 얼마 전 학교에서 받은 형광펜을 들어 같은 과목을 같은 색으로 칠해본다. 노란색은 흔하니까 연분홍색과 연두색으로 결정했다. 시간표를 여러 장 프린트해서 교과서, 지도서, 교무수첩에까지 붙인다. 사진도 한 장 찍어둔다. 그럴듯하게 폰 바탕화면으로 할까 했지만 좀 오버스러운 것 같아서 그만뒀다. 직접 만든 허술한 진도표도 프린트해 교과서에 붙여본다.
시간표에 따라 진도를 나가고 수행평가를 계획하고, 때로는 같이 쉬는 날을 맞이하거나 행사를 하기도 할 것이다. 월요일 3교시에 만난 학생들과 수요일 5교시에 만날 수도 있다. 급식 전 배고프다며 메뉴가 무엇인지 물어보다가도 오후 시간표일 때는 급식 잘 먹었냐 말을 건넬 것이다. 선생님은 시간표를 보면서 각반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학생들은 시간표를 보면서 매교시마다 어떤 과목이다 이야기하며 본인만의 감정을 표하겠지.
수업 종이 울리고 교실로 향한다.
선생님과 학생들은 서로의 시간표가 맞아 같은 장소에서 한 시간 동안 만난다. 일주일 시간표는 정해져 있지만 그 시간 속 교실에서는 매번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같은 반일 지라도 분위기가 매번 같지 않고, 본인의 상황에 따라 학생들의 표정도 달라진다. 그들이 보는 선생님의 분위기와 표정도 다를까. 오늘은 어떻게 인사를 건네며 수업을 시작할지 상상하며 교실 앞문을 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