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K Mar 16. 2022

클라이언트 4분면

그동안 많은 클라이언트들을 만났다. 감사하게도 좋은 분들이 많았다. 다만 그들간에 변별이 존재하는 것 같아 4가지 유형으로 나눠보고 싶었다. 그 기준은 심플하다. 아는것과 모르는것, 두 축의 4분면. 


첫 번째 유형,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클라이언트다.

여러 유형 중에 가장 똑똑한 유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 똑똑하고 자존심 센 대한민국 사람들 입에서 모른다는 말이 어찌 감히 나올 수 있으리오. 소통도 비교적 명확하게 된다. 모른다고 하는 것만 서로 체크하면 나머지는 알고 있는 거니까 커뮤니케이션 사이의 공백이 없다. 처음부터 광고나 마케팅을 했었던 사람 중에는 찾기 힘들다. 조직이 바뀌어 광고 관련 부서로 왔는데 그 전 팀에서도 평판이 좋고 일을 잘했던 분들이 이러했다. 그들에게는 모른다는 말이 자존심과 별개의 영역에 존재한다. 그만큼 자존감이 강한 부류들이라고 본다.


두 번째 유형, 모르는 것을 안다고 얘기하는 클라이언트다. 

공기 중 돌아다니는 말들에 다양한 미사여구가 탑재되지만 알맹이는 없다. 어떤 형태로든 수많은 아웃풋을 양산한다. 그러나 브랜드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나 광고의 방향성에 대한 핵심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유형들이 솔직히 답답할 때는 있지만, 그 성실함에는 박수를 쳐 주고 싶다. 마케팅의 방법론에 대한 프레임이 여물지 않은 상황에서 나름 최선의 결과를 내려고 하는 것. 광고회사에서 짧은 기간 동안 일하다 클라이언트로 이직한 친구들 중 이런 유형을 많이 겪었다. 광고 전문가로 뽑혀서 갔는데 뭔가 보여줘야 된다는 압박감이 클 것이다. 솔직히 나도 클라이언트 회사로 이직했으면 이런 유형으로 비춰졌을 것 같다.


세 번째 유형, 아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클라이언트다.

천 길 마음속 알아내기. 험난한 여정을 걸어가야 한다. 클라이언트 보스들 중에 이런 유형이 많은 것 같다. 이번 광고 캠페인에서 제시했으면 하는 키 메시지, 이미지 등에 대해 이미 이 분들 머릿속에 들어있다. 그런데 여러 제작안을 보여줘도 그 보스는 특별한 코멘트가 없다. 왜일까. 3가지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다. 1번, 클라이언트 실무들 앞에서 원하는 대로 좌지우지 하면 꼰대같아 보일까봐. 2번, 제작안을 추가로 더 봐야 더 좋은 게 나올 거라는 굳은 믿음. 3번, 내적 확신은 있는데 그 확신이 99%라서 1%가 채워질 때까지 시간을 두고 싶은 마음.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는 답을 찾아내야 한다. 


네 번째 유형, 아는 것을 안다고 하는 클라이언트다.

같이 1시간만 있어도 답답함에 숨이 조여온다. 광고회사에서 갈고닦은 경험과 논리를 무기로 미팅을 리드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대응하느라 순간순간 늙어가는 느낌이다. 미팅이 끝나면 클라이언트가 준 숙제가 산더미. 이럴 땐 클라이언트 근처 식당가서 팀 사람들끼리 낮술 한 잔 하고싶다. 광고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채 클라이언트로 이직하거나, 클라이언트 마케팅 팀에서 오랜 시간 내공을 갈고닦은 분들 중 이런 유형이 많다. 가끔은 이들로 인해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특히 광고 촬영할 때, 촬영한 제작물들 클라이언트 시사할 때. 클라이언트와 제작팀 간에 원활한 소통의 장이 열리며 AE들이 소외될 때가 있다. 이럴 땐 일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어설프게 끼지 않되, 존재감이 다시 회복될 수 있는 시점을 노린다.


지금까지 재미로 살펴본 클라이언트 유형이었다. 클라이언트 시점에서 본 AE 유형은 어떤지도 궁금하다. AE 업무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기 때문에 누군가는 AE가 도대체 뭐하는건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고 부지런한 AE 덕분에 참 편하다고 얘기하는 이도 있을 것 같다. 뭐, 누군가의 평가에 일희일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당시의 상황과 사람의 성향에 따라, 평가는 같은 사람을 두고도 다를 수 밖에 없을 테니.

이전 04화 부사수의 퇴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