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zerland Tour
여행을 시작하면서, 요일 감각이 사라졌다. 취리히 공항에 도착한 게 17일(토). 첫날 빈터투어를 시작으로 뮌헨, 인스브루크, 취리히, 그리고 루체른까지 다섯 밤을 보냈다. 토, 일, 월, 화, 수 닷새를 호텔에서 보냈고, 드디어 우리끼리 밥 해 먹을 수 있는 에어비앤비 숙소로 간다.
오늘 밤은 반드시 먹을 테다, 삼겹살!
쇼핑 따위로는 절대 지칠 리 없는 4인과 쇼핑 파워 박약한 1인이 한 자리에 모여 달달한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루체른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인터라켄, 툰호수와 브리엔츠호수 사이에 자리 잡은 멋진 도시로 간다.
인터라켄(Interaken)은 호수들(laken) 사이(inter)라는 뜻의 독일어가 합쳐진 이름이다. 융프라우를 가기 위해선 인터라켄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https://www.myswitzerland.com/ko/destinations/interlaken-1/
관광청 사이트에서는 웹캠으로 주요 포인트를 볼 수도 있다.
방에 앉아 웹캠으로 느끼는 스위스 인터라켄 풍경, 좋다. 더운 날 밤에 고도감 있는 시원한 알프스 풍경으로 기분 전환해 보고 싶다면 클릭!
겨울의 인터라켄 모습이 궁금해진다.
정오쯤 출발해서, 인터라켄에 도착하니 출출하다. 점심 먹기 딱 좋은 시간이다. 시내로 들어와 밥집 보다 주유소가 먼저 보인다. 주유 먼저. 그리고선 주차장을 찾는다. 이번에도 주차비 정산은 easypark 앱으로 해결한다.
주차하고, 인터라켄 동네 마실을 간다. 점심은 전통 스위스식 요리를 먹자고 누군가 이야기한다. 오늘 저녁 삼겹살 파티를 되새기며 가볍게 무시한다. 점심은 인터라켄 맥도널드로 정한다. 여기도 감자튀김, 예술이다. 햄버거와 콜라가 사이드로 밀린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톡 하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라고 이야기하고, 맥도널드 맞은편에 있는 인터라켄 관광안내소(Interlaken Tourismus)를 들어간다. 예매한 티켓을 종이로 교환해야 하는지, 사용 범위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고, 인터라켄 안내 지도를 하나 챙긴다.
오전 쇼핑의 여파인가, 수상한 날씨 때문인가 모두들 그다지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그럼, 우리 장 보러 가자!
관광안내소와 같은 건물에 COOP이 있다. 여기가 '텐트 밖은 유럽'에 나온 그 COOP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영상을 다시 찾아볼 정성은 없다. 스쳐 가는 궁금증.
다섯 명이 세 팀으로 나뉜다. 한 팀은 불판에 올라갈 육류, 한 팀은 야채와 과일, 홀로 남은 이는 맥주와 와인을 고른다. 상추 포장 참 마음에 든다.
장바구니 한가득 먹거리로 채워서, 발걸음도 신나게 인터라켄 시내를 걷는다. 다행히도 주차장이 가깝다.
애어비앤비애서 예약한 숙소를 향한다. 인터라켄 시내에서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호수를 따라 달리다가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는 동네로 들어선다. 2차선 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진행방향의 5시 방향으로 꺾이는 커브를 한방에 들어가지 못해 먼 유턴을 한번 하고서야 숙소를 찾는다. 좁은 1차선 도로가 양방향이라 맞은편에서 차가 오는지 눈치껏 살펴야 한다.
숙소 앞에 도착하고 보니, 체크인 시간보다 빨리 도착했다. 가까운 호숫가를 다녀오기로 한다.
인터라켄에서 숙소 쪽으로 온 길을 되짚어 나가 본다.
도로변에 주차장을 발견하고 차를 세운다.
비도 오고, 움직이기도 귀찮고 해서 기사는 차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네 사람은 산책을 나선다.
비 오는 날 호숫가 산책도 운치가 있다.
각자의 폰으로 찍고, 찍어주고 툰호수에서의 시간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이번 여행을 시작할 수 있게 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툰호수'이다. 지도상 인터라켄의 서쪽에 있는 호수가 튠호수(Thunersee), 동쪽에 있는 호수가 브리엔츠호수(Lake Brienz)이다.
한 동네에 있는 호수인데, 하나는 see로 표시하고, 하나는 Lake로 표시한다. 여기서 그냥 넘어갈 순 없지. 대체 왜 다르게 부르냐고?
이럴 땐 chatGPT에게 왜 다르게 부르냐고 묻는다. 'Why are two lakes in Interlaken, Switzerland, Thunersee and Lake Brienz indicated as place names, one as see and the other as lake?' 답은 간단하다. 독일어로 호수는 'see'이고, 'lake'는 영어식 표현이다.
툰쪽은 호수 주변에서 독일어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독일어식 표현인 Thundersee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브리엔츠쪽은 관광객을 위해 영어식 표현으로 Lake Brienz라고 하는 것이다. chaatGPT의 답은 '스위스에서는 호수를 포함한 수역을 나타내는 명명 규칙이 일관성이 없을 수 있고,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라고 전제한다.
독일어로는 Thunersee(투네르제), Brienzersee(브리엔체제),
영어로는 Lake Thun(툰호수), Lake Brienz(브리엔츠 호수).
우리는 브리엔츠 호수 쪽보다 투네르제 쪽에서 많이 놀았다.
비가 잦아들고 에어컨 바람도 벗어나고 싶고 해서 뒤늦게 혼자 호숫가 작은 부두를 걷는다. 자동으로 킁킁거린다. 이 냄새는? 필시 소똥 냄새!
나만 맡은 냄새는 아니다. 궂은날이라 냄새가 나는가? chatGPT는 맞댄다. 비가 오면 습기가 소똥 냄새를 품을 수도 있고, 땅에 갇혀 있던 가스와 냄새가 비로 인해 분출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다시 물어본다. 인터라켄에서 비 오는 날 소똥 냄새가 난다고 느낀 건 이상한 게 아니냐고?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란다. 주변에 목장도 많고, 비나 바람에 소똥 냄새가 묻어나는 건 당연하다고 한다.
관광 안내서 어디에서도 소똥 냄새에 대한 이야기는 본 적이 없었다.
후각은 정상이었다.
오후 4시, 에어비앤비 숙소 체크인!
주인장은 에어비앤비 메시지로 체크인 방법을 알려 준다. 약속된 장소에서 키를 찾아 숙소로 들어간다. 2명씩 잘 수 있는 방 3개, 테라스가 있는 거실, 넓은 주방과 너른 원형 식탁이 있다. 화장실은 하나. 공간도 넓고 전망도 탁 트여서 창문을 열면 금방 시원한 바람이 들어온다. 에어컨은 없고 주방 쪽에 키 큰 선풍기가 한 대 있는데, 덥다는 느낌 없이 지낼 수 있다.
창 밖으로 투네르제(툰호수)가 바로 보인다.
이번에도 가위바위보로 방을 정한다. 희와 수, 선과 은, 이번에는 현이 독립한다.
거실 안에서도 거실 밖 테라스에서도 멍 때리기 딱 좋다. 오늘은 급하게 서두를 일이 없는 바, 모두들 자기만의 자리를 찾아 릴랙스!
낮에도 호수를 바라보고,
해 지고 어두운 밤에도 호수를 바라본다.
조용히 툰호수의 야경을 탐닉한다.
오늘저녁 메뉴는 삼겹살과 된장찌개!
차려진 밥상에 앉아 밥을 먹는 즐거움도 있지만, 입맛에 맞는 음식을 직접 차려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은이 묵직하게 한국부터 챙겨온 찌개들 중 된장이 제일 먼저 선을 보인다. 인터라켄 시내 COOP에서 사 온 고기와 소시지, 야채가 달궈진 불판에서 익어간다.
와인으로 시작해 볼까? 토끼 왼쪽 뒤에 보이는 것은 문어 샐러드.
빨갛게 잘 익은 체리로 입가심한다.
밥 주세요, 밥. 맛있는 냄새만 풍기는 건 허기진 자에겐 너무 가혹한 일이오. 밥 주라, 밥!
아, 고기도 주시오.
잘 차려진 저녁 식사 앞에서 인증 샷은 빠질 수 없다.
먹는 동안에도 주방에서는 계속 삽겹살이 구워진다.
마음에 쏙 드는 예쁜 숙소에서, 그리웠던 삼겹살을 눈앞에 두고, 우리네 즐거운 여행을 위해 건배!
I think...
인터라켄은 '텐트 밖은 유럽'이라는 예능 프로에서 유해진 배우가 참 좋아하는 동네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
인터라켄에서 그냥 동네사람으로 살아보면 한 보름은 잘 놀 수 있을 거 같다. 다만, 물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는 쪽이 유리하다고 본다.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그리 번잡스럽지 않고, 정적인 느낌이다. 걷기도 좋고, 자전거 타기도 좋고, 바이크 타기도 좋고, 드라이브하기도 좋다.
다음은 인터라켄의 알프스, 융프라우를 만나러 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