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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여행 20. 몽블랑

France + Switzerland Tour

by okayjjang

브레방(Le Brevent)을 향하다


하루 전에 알게 된 놓칠 수 없는 반가운 이야기! 샤모니에서 몽블랑을 즐기는 다른 방법이 있다. 체르마트에서 만난 박쌤께서 에귀 디 미디를 갈 거라면, 반대쪽도 꼭 가 보라고 말씀하면서 뭐라고 이름을 알려 주셨는데 당최 외워지지 않는 어색한 지명인지라, '반대쪽'만 새겨 들었다.


에귀 디 미디를 올라갈 때는 다음 코스로 산악 기차를 타러 가 볼까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내려오면서 마음을 고쳐 먹는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바로 그 '반대쪽'인 브레방(Le Brevant).


주차 정산 성공. 프랑스에서 두 번째 정산기 앞에 섰다고, 버벅거림 없이 무사통과. 관광지답다. 나만 헷갈려하거나 버벅거리는 것 같지는 않다. 정산기 앞에서 어색해하는 앞차로 인해 살며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어느새 가서 알려 주고 싶다. 역시 타고난 오지라퍼.


샤모니 시내를 통과하여 반대편 브레방으로 이동한다.


Google Map: 에귀 디 미디 發 브레망 着


에귀 디 미디가 3,842m인데 반해, 브레방은 2,525m의 높이다. 1 day 멀티 패스로 케이블카 탑승 완료. 케이블카 노선 아래로 등산로가 보인다. 길 따라 걷고 있는 사람이 있다. 화창한 여름날인 덕분에 발 한걸음 내딛자마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데, 걷고 있는 그이가 땀에 젖어 있을 것이 절로 상상된다. 그래도 건조하고 산바람이 있다 보니, 땀을 흘려도 끈끈하거나 기분이 언짢거나 하지 않을 것 같다.


CHamonixL-: 브레망 오르기


케이블카로 한방에 해발 2,000m를 오른다. 참 쉽게도 오른다.


Chamonix: 브레망 가는 길에 만난 레스토랑


알프스에서는 늘 그렇듯, 걷는 이들을 대환영하는 분위기다. 3시간 조금 넘게 걸으면 브레방에 올라 몽블랑과 어우러진 알프스 산군을 감상할 수 있다. 선택은 자유.


Google Map: 브레방을 걸어서 오르고 싶다면?


눈앞에 펼쳐진 장관 앞에 더 오르지 않고 쉬어 가기로 한다. 맞은편에는 몽블랑과 그랑드 조랑스 그리고 알프스의 여러 봉우리들.


Chamonix: 그랑드 조랑스(Grandes Jorasses)와 몽블랑(Mont Blanc)


몽블랑을 턱밑까지 올라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고, 맞은편에서 앉아 살랑살랑 부는 알프스 바람을 맞으며 한걸음 물러서서 보는 것도 묘미가 넘친다.


Chamonix: 그랑드 조랑스(Grandes Jorasses)와 알프스


아래를 보면 샤모니, 시선을 가로지르는 선은 바로 케이블카 노선. 오른쪽으로 오르면 브레방(Le Brevent).


CHamonix: 해발 2,000미터에서 내려다보는 샤모니


45도 경사면을 오르는 무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언덕 마루에 오른다. 지나가는 구름이 만들어 주는 그늘도 반갑다.


Chamonix: 브레방을 가다 말고 멈춰 선 그곳


브레방을 오르다 말고 멈춰 선 그곳에서 폰으로 담은 알프스 파노라마. 해발 4천 미터 급 산과 2천 미터 급 산세의 차이가 색깔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해발 2천 미터에는 풀이 산다. 그 위로는 돌과 눈만 보인다.


Chamonix: 몽블랑과 브레망


이 멋진 장관을 혼자 즐길 순 없다. 한국과의 시차를 감안하여 밤중이 아니기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페이스톡을 건다. 살짝 약 올리는 느낌도 없지 않지만, 이 풍광을 있는 그대로 강하게 전하고 싶다. 멤버들이 모두 한 마음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통화하느라 바쁘다.


어느새 샤모니 동네를 품고 있는 몽블랑을 넋 놓고 바라만 본다. 세로로 길게 초록 위 몽블랑을 담는다.


Chamonix: 샤모니 건너 몽블랑 1 (세로)


저 어딘가 에귀 디 미디이려나 하고 가로로 한 컷 남긴다.


Chamonix: 샤모니 건너 몽블랑 2 (가로)


그 왼쪽으로 까만 돌이 뾰족뾰족하게 서 있는 그랑드 조랑스. 올 테면 오라는 듯 위용 당당하다.


Chamonix: 샤모니 건너 그랑드 조랑스


마냥 바라다보면, 저 산에 오르고 싶어지나 보다. 험하기로 유명한 그랑드 조랑스 북벽은 산 좀 오른다는 등반가들을 유혹한다. 산 대 사람으로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왜? 그게 좋으니까! 그러는 순간 살아 있음을 느끼니까!! 산이 그곳에 있으니까!!!


하늘을 나는 사람들


작은 돌을 의자 삼아 풀밭에 털썩 주저앉는다.


Chamonix: 오르기를 거부한 채 초록 위에서 알프스 만끽하기


언덕 위에서 알프스 망중한을 즐기던 중 시선을 사로잡은 이들이 두둥 등장한다. 바로 비상(飛上)하는 인류.


Chamonix: 비상(飛上) 준비


알고 있는 페러글라이딩은 언덕 위에서 두두두 내리 달리다가 부웅 나는 느낌이었다. 여기에선 제자리 뛰기 두어 번에 그대로 하늘로 솟아오른다.


Chamonix: 하늘을 날다


우리의 시선은 한동안 위를 향한다. 함께 날고 싶다 보다는 너 참 잘 나는구나의 기특하다는 기분이다. 늙었나? 번지 점프가 허공을 나는 마지막 경험이다. 한 번쯤 페러를 하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실천을 서두르지는 않는다.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깐. 어쩌면, 그것마저 해 버리고 나면 남겨둘 한 가지마저 사라지면 아쉽지 라는 마음도 쪼꼼 있다.


Chamonix: 너는 나는구나


브레방에서 만난 비상하는 이들은 좀처럼 내려올 줄 모른다. 바람이 좋은가 보다.


Chamonix: 비상(飛上)


내려올 줄 모르는 이들은 그대로 두고, 우리는 내려간다.


Chamonix: 내려가다


샤모니로 일단 돌아가기로 한다.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쇼핑의 기회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다시 만난 에귀 디 미디 광고판에는 우리가 사진에 담은 투명창이 보인다. 몽블랑 정상에 선 느낌을 주고 싶어서 만든 거구나하고 뒤늦게 실감한다.


Chamonix: 에귀 디 미디는 샤모니를 기준으로 브레망 맞은편에 있음


몽블랑과의 조우


샤모니에서의 첫 주차장으로 컴백. 이번에는 관광지의 월요일답게 주차장이 여유롭다.


어제저녁, 만찬을 즐겼던 Le Serac 앞을 그냥 지나칠 쏘냐. 찰칵! 오늘도 맛있는 음식으로 여러 사람들이 즐거워하길 바란다.


Chamonix: 오픈 준비 중인 어제의 만찬 Le Serac


어제 고민하느라 선물을 고르지 못했던 현이 여러 매장을 다시 살핀다. 어제 찜한 그곳이 보이지 않는단다. 같은 길을 서너 번 서성거리다가 이유를 눈치챈다. 문이 닫혀 있어서 기억의 퍼즐 맞춤에 실패한 것이다. 열려 있던 모습과 닫힌 모습은 완전히 다르게 느껴진다.


주인장의 메모가 무슨 내용인지 너무 궁금하다. 혹시나 잠깐 자리를 비운 것이길 기대하면서 파파고를 들이댄다. 우리는 오늘 이 가게를 들어갈 수 없다. 자연스럽게 포기한다. 주인장은 농장 가셨단다.

Chamonix: 어제의 기억을 쫓아 찾아온 라이프스타일 샵 - 파파고 기능 Very Good


우리는 샤모니에서 피날레로 또다른 몽블랑을 만난다. 밤맛 나는 몽블랑 케이크는 몽블랑으로 마주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디저트 중 하나란다. 케이크 위에 하얗게 뿌려진 슈가 파우더가 하얀 산이라는 의미의 몽블랑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Chamonix: 또 다른 몽블랑을 만나다


프랑스어 몽블랑의 다른 이름, 이탈리아어 몬테 비앙코. 이 케이크도 처음 만든 이탈리아 요리사가 몬테 비앙코라 불렀다고 한다. 지금은 그 이름보다 몽블랑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한국에서도 프랑스에서도 몽블랑은 참 달다.


https://en.wikipedia.org/wiki/Mont_Blanc_(dessert)


말없이 집 나간 토끼를 찾다


언제 눈치챘는지 기억에 없다. 아마도 Le Serac에서 인증 샷을 찍을 때였을 거라 미루어 짐작한다. 백토진이 사라진 것이다. 이 녀석이 말없지 집을 나갔다. 순간 절망함.


얼른 폰에서 갤러리를 뒤져본다. 샤모니 오는 길에 들렀던 레스토랑에서의 흔적이 마지막이다.


Chamonix: 샤모니 가는 길, 백토직의 마지막 흔적


프랑스 샤모니를 떠나 스위스 몽트뢰를 향해 출발하면서, 혹여나 왔던 길로 되돌아간다면 다시 만나지 않을까라는 진짜 일말의 희망을 가진다. 어느 길로 가는지는 네비만이 아는 터라, 자신이 없다.


다행히도 프랑스 국경을 넘는 길이 같다. 운전하는 내내 혼자 숨죽여 길을 훑는다.


우와, 어제 점심을 먹었던 그 레스토랑을 놓치지 않고 정차한다. 야호~


Chamonix: 위치와 주소를 기억하기 위해 급하게 찍은 Hotel du Buet


중요한 건, 백토진이 정말 여기에 있느냐는 것이다. 옅은 기억과 진한 사진의 흔적만으로 찾아왔으나, 없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멤버들을 차에 남겨둔 채, 레스토랑으로 달려간다.


어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줬던 서버(Server)가 그대로 있다. 제로 베이스인 프랑스어는 도움이 되지 않을 터, 사진부터 들이민다.


안다고 한다. 있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없단다. 5분만 기다리면 백토진이 가져다준다고 한다. 제대로 알아들은 건지 의심스럽다. 서버가 갑자기 사라진다.


하릴없이 레스토랑 앞의 샤페니아만 바라본다.


CHamonix: 백토진을 기다리면 컬러가 독특한 샤페니아를 구경하다


길 건너 사라졌던 양반이 돌아온다. 그의 손에 백토진이 들려 있다. 지나가던 관광객이 놓고 간 흰 토끼를 가져다준다.


부주의로 인해 말없이 헤어졌던 백토진과 다시 조우한다.


Chamonix: 다시 만난 백토진


감사의 인사를 전할 길이 없어 머뭇거리다, 팁의 명목으로 유로 지폐를 건넨다. 받을 수 없다, 줘야 한다 서로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다가 상대방이 모금함에 넣는 센스를 발휘해 준다. Thanks a lot. 커피 한잔을 테이크아웃으로 사들고 안녕을 고한다.


한국 돌아와서 똑같이 생긴 핑크 토끼를 산다. 곧 EMS로 보내주리라 마음먹는다. 다만, 스토리도 함께 보내고 싶은 마음에 살짝 미룬다. 그러다 어느새 프랑스를 다녀온 지 3개월이 지나고 있다. 이제는 정말 보내야지.


I think...


Mont Blanc, 하얀 산으로도 기억되고, 달콤한 케이크로 혀를 녹이고, 비싼 만년필로도 소유욕을 자극한다.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처음으로 고소를 느끼면서 올랐던 그 정상이 기억 속에 아로새겨 있다.


15년 전 정상을 밟았던 몽블랑을 먼발치에서 다른 각도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기쁘기 그지없었다.


I love Mont Bla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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