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zerland + France Tour
미련 잔뜩 남겨 놓고 체르마트를 떠난다. 타쉬에서 렌터카를 찾아 이번에는 프랑스로 간다. 마터호른(Matterhorn)을 찍고, 이번에는 몽블랑(Mont Blanc)이다.
산길을 돌고 돌아 국경을 넘는다. 여권 한번 꺼내지 않고, 차 한번 세우지 않고 지도에는 있으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선을 지나간다.
스위스 체르마트에서 마터호른 정상을 넘어서면 이탈리아, 프랑스 몽블랑에서 국경을 넘게 되면 또 이탈리아가 나타난다.
알프스가 여러 나라에 걸쳐져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문득 이 나라 사람들이 마냥 사이좋게 국경선을 그었을까라는 생각이 스친다. 아름다운 알프스를 탐내지 않을 자가 있을까?
운전을 하는 내내 공통적인 느낌은, 길이 좁다는 것이다. 좁다란 이차선 도로에 갓길이 거의 없다. 가끔 개천 또는 강 위에 놓은 다리는 일 차선밖에 되지 않아, 누군가 양보를 해야만 건널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SUV가 많이 보인다. 모두 관광객은 아닐 터고, 이 동네 사람들도 차 사이즈가 커지는 듯하다. 어디에서도 길을 넓히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지는 않는다. 이대로 충분한가 보다.
열한 시 넘어서 체르마트를 나섰기에, 프랑스 국경을 넘을 때는 평소보다 점심시간이 늦어진 상태. 샤모니까지 가서 밥을 먹기보다, 달리다가 눈에 띄는 레스토랑이 있으면 그냥 들어가기로 한다. 지나치지 않고 적당한 곳을 찾는 게 관건이다.
샤모니에 가까워지면서 도로변에 레스토랑들이 하나씩 눈에 띈다.
넓은 주차장을 발견하고 일단 진입한다. 작은 역 앞 주차장이다. 주차비를 내는 곳처럼 보인다.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본다. 길 건너편에 호텔 1층 레스토랑이 있어, 그곳으로 가기로 한다. 레스토랑 맞은편 공터에 차들이 서 있는 것이 보여, 차를 그쪽으로 옮긴다. 이렇게 하면, 무료 주차.
우리가 고른 레스토랑은 Hotel du Buet의 1층 레스토랑.
페리에(Perrier)를 본토에서 마시는 날이 있네. 옆에서는 맥주와 콜라를 고른다. 요리 종류를 잘 몰라 맞은편 테이블을 보고 같은 걸로 주문하기도 한다. 치즈도 살라미도 그리고 기억나지 않는 요리들도 모두 맛있다. 기억에 남는 건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는 사실. 그동안 경험상 우리는 5인 3~4 메뉴가 제일 적당하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 보통 마지막에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청한다. 네 사람은 배가 부르면 커피 생각이 없어지는지 안 마시고, 늘 혼자 한잔을 마신다. 운전하기 전에 커피를 한잔 마시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눈꺼풀 무게에 미세한 차이가 있다. 어쩜 커피를 마시고픈 나름의 핑계일까? 프랑스의 첫 에스프레소도 맘에 든다.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 샤모니를 향해 핸들을 돌린다.
샤모니(Chamonix)는 북쪽으로 남쪽으로 높은 알프스 산군에 둘러싸인 마을이다. 인구가 1만 명이 넘지 않으니 도시라고 하기보다는 산골 마을이라고 하고 싶다.
익스피디아(Expedia)를 통해 예약한 호텔은 파크 호텔 스위스 & 스파(Park Hotel Suisse & Spa). 프랑스어에서는 스위스를 'Suisse'로 쓴다. 호텔 위치는 찾았으나 입구를 찾지 못해 또 동네 한 바퀴를 돈다. 두 번째 시도에서 호텔이 보이는 주차장에 임시로 주차를 한다. 도착한 날이 마라톤 대회가 있는 날인지라, 사람도 많고 차도 많아 주차 자리가 없다.
주차장 안에서 비상들을 켜고 한 사오 분 기다렸더니, 나가는 차가 있다. 속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얼른 주차를 한다. 일단 짐을 모두 꺼내서 호텔로 간다. 체크인! 호텔에서 처음으로 다섯 명이 패밀리룸 한방에서 지낸다. 더블베드 하나, 싱글베드 둘, 엑스트라 싱글베드 하나. 에어컨이 없어 문을 여는 순간에는 덥겠다 싶었으나, 잘 때는 그래도 더워서 푸닥거리지는 않았다.
프랑스 샤모니 1박을 위한 호텔 예약에는 사연이 많다.
15년 전, 2007년 7월에 샤모니에 왔을 때는 12명이 함께 몽블랑 등정을 위해 왔고, 그때 숙소는 주인장 내외 중 한 분이 한국인인 알펜로즈(Alpenrose)에 묵었다. 도미토리 방식이라 직접 밥도 해 먹고, 몽블랑 올라가기 전에 이틀, 다녀와서 하루 총사흘을 지냈다.
5명이 함께 도미토리에서 하루 자는 것도 재미있겠다 싶어 알펜로즈에 숙소 예약을 시도했다. 처음 사이트를 통해 예약 메시지를 보낸 게 3월 이전이었나 보다. 6월 말 숙소 예약 건을 너무 일찍 연락했는지, 한 달 전에 다시 연락 달라는 답장을 받았다.
https://www.chamonix-alpenrose.com/
알펜로즈의 특성상, 몽블랑을 하이킹하거나 등반하는 그룹에게 더 적합하기에 우리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옛 기억 속의 알펜로즈를 찾아본다. 그때 마트가 여섯 시에 문 닫는다는 사실에 놀랐다. 자칫하다 저녁 장을 못 볼 뻔하기도 했기에. 샤모니는 관광단지인 덕에 대부분의 상점들도 여섯 시면 문을 닫는다는 주인장의 말에 한국과의 다름을 느끼기도 했다.
알펜로즈 마당에서 알프스 설산을 바라보았다. 7월 한 여름인데, 눈이 있다. 가까운 곳이지만 고도차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알펜로즈에 머물면서 하루는 시차 적응, 하루는 보송 빙하에 가서 피켈과 크람폰 적응 훈련을 했다. 등반 대장인 박쌤은 늘 바빴다. 등반 내내 안자일렌으로 서로를 묶고 걸어야 했고, 서로를 이어주는 목숨줄 같은 로프에는 흠이 있어서는 안 되기에, 그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꼼꼼한 검사를 빼먹지 않았다.
당시 12명은 몽블랑에서 3박 4일을 지냈다.
그리고, 다시 알펜로즈에서 1박을 하고, 체르마트로 이동했더랬다.
그랬던 알펜로즈를 다시 가지 못한 아쉬움 접고, 샤모니 시내에 호텔을 예약하기로 했다.
알펜로즈가 아닌 대안을 찾은 것은 다른 호텔들 예약보다 많이 늦은 시기였다. 예약 날짜가 2023년 5월 23일이었으니, 약 한 달 전이다.
한 달 후의 호텔을 예약하자니 호텔 예약 사이트마다 예약 가능한 호텔의 목록이 조금씩 달랐다. 익스피디아는 주로 일본 여행을 갈 때 호텔 예약을 했더랬다.
익스피디아에서 찾은 Park Hotel Suisse & Spa가 마음에 든 이유는 시내 중심에 있었고, 주차도 가능했고, 스파도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오랜만에 따뜻한 물에 몸을 담는 것도 여행 중 별미라고 생각했다.
호텔 검색 조건에 방 2개, 사람 5명을 입력하기보다 방 1개, 사람 2명 그리고 방 1개 사람 3명의 조건으로 검색하면 선택지가 많아지기에, 이번에도 그렇게 시작했다. 우선 방 1개, 사람 2명으로 예약해서 결제까지 완료하고, 추가로 방 1개 사람 3명으로 검색했다. 건데 이번엔 5명이 동시 입실 가능한 패밀리룸이 뜬 것이다. 이러면 말이 달라진다. 굳이 방 2개로 나눌 일이 아니라, 이번엔 5명이 한 방에 들어갈 수도 있다 하니, 얼른 방 1개, 사람 5명으로 예약하고 결제까지 뚝딱 끝냈다.
남은 과제는 먼저 예약한 2인실을 취소할 것.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호텔 예약 취소 시 즉시 수수료가 발생하는 조건의 방을 예약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호텔 예약 취소 시 24시간 직전, 일주일 또는 10일, 한 달 이전까지는 몇 %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되어 있다. 바로 취소하는 것은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호텔로 직접 연락을 하는 방법이 있고, 익스피디아를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법이 있다. 후자를 선택했다. 예전에도 홋가이도에 호텔을 예약하면서, 같은 사이즈의 방을 중복 예약한 적이 있었고, 익스피디아 에이전트가 이를 해결해 준 적이 있었다. 그리하여 익스피디아 가상상담원과의 채팅이 시작되었다.
그 과정은 지난하였으나, 결국은 무료 취소 처리되었다.
익스피디아 상담원과 원활한 대화가 가능한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자정 즈음이었다. 낮에는 에이전트 지정까지 잘 이어지지 않은데 반해, 밤에는 바로 에이전트가 답을 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 초반에는 호텔 측에 연락해 보겠다는 메시지를 받았으나 답변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래서 여러 날 같은 접근 방식으로 문을 두드렸다. 결론적으로는 호텔 담당자에게 중복 예약이 된 사연을 메일(chatGPT 도움을 좀 받음)로 보냈고, 그를 토대로 익스피디아 측에서 무료 취소가 가능하게끔 도와주었다. 그리고, 환급까지 끝.
이번에는 실수를 만회하는데 우여곡절이 좀 많았다.
체르마트에서 오전 시간을 보내고,
같은 날 오후엔 샤모니 거리를 걷는다. 날씨 끝내준다.
15년 전, 샤모니 시내에는 쇼핑하러 잠깐 나온 적은 있지만, 에귀 디 미디를 오르지는 않았다. 몽블랑 등정 후 완전히 방전된 상태라 에귀 디 미디를 가는 멤버들을 따라나서지 않았다. 호텔에서 걸어 나와 샤모니 시내를 돌아보고, 다음날 오를 에귀 디 미디 전망대 위치도 확인한다. 전망대 앞에 약국이 보여서, 서로의 속사정을 고려하여 유산균 영양제도 한 통 산다. 함량 높은 걸로.
체르마트에서 영업시간이 맞지 않아, 사고 싶은 기념품을 못 산 경험이 있는 터라, 샤모니에서는 가능한 한 문이 열려 있는 지금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자라는 분위기다.
쇼핑을 마치고, 저녁 만찬을 즐기기 위해 Le Serac 레스토랑으로 간다.
Le Serac은 호텔에서 나오기 전에 맛집을 검색하고선, 평가도 좋고 음식도 맛있어 보여 고른 레스토랑이다. 호텔 옆 주차장을 지나 시내 상가 쪽으로 걸어 내려오면 금방 찾을 수 있는 가까운 곳이다. 쇼핑 전에 Le Serac의 위치를 확인하고, 오픈을 준비하는 매니저에게 야외 테이블을 예약해 두었다.
레스토랑의 테이블은 금방 손님들로 붐빈다. 메뉴판 그림도 멋지다.
메뉴판 탐험을 하다 말고, 선글라스에 비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전체 요리에서는 언어를 샐러드 두 종류, 생선 요리 하나, 그리고 리조또까지 알차게 메뉴를 고른다. 화이트 와인도 추천받아 한 병 주문한다. 술에 약한 은도 와인 잔을 거부하지 않는다. 자, 오늘 샤모니까지 왔고, 내일은 몽블랑을 보러 간다! 건배!!
여행 중 먹은 음식 중 Top of Top. 연어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연어 옆에 무심하게 떨어져 있는 사워크림 방울까지도 찍어 먹게 된다. 요리가 하나도 빠짐없이 진짜 맛있다. 한 톨도 남김없이 진짜 깔끔하게 접시 바닥을 드러낸다. 시원한 와인도 절묘하게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에스프레소 한잔. 오늘은 더 이상 여한이 없다.
처음으로 현금으로 팁을 남긴다. 루체른에서는 카드 결제하면서 팁을 조금 붙여 계산한 적이 있다. 음식도 서비스도 대만족.
아이스크림 가게를 지나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길게 길게의 극치다. 브라보, 촬영자 선!
샤모니에서의 밤을 달콤했다.
아, 호텔 6층에 있는 스파는 가 보았으나, 우리 식 목욕탕이 아니라 수영장의 개념에 더 가까웠다. 풀은 작고 수영복 입고 노는 사람은 많고, 그들의 넘치는 활기에 눌려 조용히 물러 났다. 수용복을 입고 목욕 가운을 걸치고 올라가서 물에 몸을 담그고자 하는 마음은 싹 가셨다. 멋진 스파가 있으나 편하게 즐기기엔 여의치 않았다.
다섯 명이서 처음으로 호텔 한 방에서 깨어났다. 세면대 2개, 욕조 1개가 한 공간에 있고, 변기는 별도 공간에 있어 다섯 명이 한꺼번에 준비하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다. 아쉬운 건, 조식엔 먹을 게 없다. 유일하게 손이 가는 건 눈앞에서 오렌지가 착즙 되어 나온 주스. 그것만 세 잔 마시고 아침 식사 끝.
에귀 디 미디에 올라 몽블랑과 알프스 산군을 보고, 호텔로 다시 돌아와 체크아웃을 하기에는 시간이 번거로울 수 있어 아침 식사 후에 짐을 몽땅 챙겨서 체크아웃을 한다. 렌터카에 짐을 모두 싣고 다니기로 한다. 하루 동안 샤모니 구석구석을 보고 나면, 스위스 몽트뢰로 넘어갈 참이다.
호텔 근처 공용주차장의 주차정산기와 잠깐 씨름을 한다. 현금도 되고, 카드도 되는 건 분명한데, 지폐를 안 먹어 주기도 하고, 카드를 인식 안 하기도 한다. 어느 타이밍에 어느 버튼을 잘못 누른 것일까? 멤버들이 눈치채기 전에 얼렁뚱땅 정산 끝.
우리는 에귀 디 미디를 향해 출발함!
https://www.montblancnaturalresort.com/en/
매일 새벽 다섯 시면 눈을 뜨고, 일곱 시면 나갈 채비가 끝날 줄 알았더라면, 여행 일정을 조금 더 이른 시간부터 잡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여행 전에는 아침 먹고 9시 10분이면 이른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샤모니에 도착해서는 여유만만의 시간이다.
적당한 주차장을 못 찾아 에귀 디 미디 근처에서 빙빙 돌다가 지하 주차장을 발견하고 쏠랑 들어간다. 주차 티켓 발권해 두고, 이제는 걸어서 이동한다. 주차장이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멀어진 만큼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걷는다. 금방 땀이 솟는다. 화창한 날씨 덕분에 오늘은 몽블랑 정상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2007년 7월, 몽블랑 정상에 올랐으나 궂은 날씨로 정상에서의 고도감도 느끼기 어려웠고, 주변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아 아쉬웠다. 해발 4,807m!
이번 여행에서는 Mont Blanc(몽블랑)의 높이를 4,810m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많이 봤다. 샤모니에서 산 엽서에도 캘린더에도 소개 자료에도 그렇게 적혀 있다. 15년 사이 3m가 높아진 것일까? 그건 아닌 듯하다. chatGPT도 여러 가지 이유에서 높이 표기가 달라졌을 수 있다고 한다. 구글 맵에서 몽블랑산을 선택하면 4,807m로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Mont Blanc, 이탈리아어로 Monte Bianco로 불리는 이 산은 하얀 산(White Mountain)을 의미하고, 알프스와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유럽 최고봉은 코카서스 산맥에 있는 엘부르즈산(5,642m)이다. 재미있는 건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를 어떻게 정하냐에 따라 엘부르즈는 유럽이 되기도 하고 아시아가 되기도 한다. 후자가 되면 몽블랑이 유럽 최고봉이 되기도 한다.
높은 산을 오르는 이들은 몽블랑은 알피니즘의 시작이 된 곳으로 보고, 엘부르즈산을 유럽 최고봉, 에베레스트산을 아시아,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 데날리(또는 맥킨리)는 북아메리카, 아콩카와는 남아메리카, 쿡산은 오세아니아 최고봉으로 꼽는다.
우리는 오늘 에귀 디 미디(3,842m)까지 케이블카로 오른다.
리기산, 융프라우요흐, 하더 쿨룸, 마터호른을 다녀오면서 이제 케이블카에 대한 무서움은 조금 덜 느끼는 듯하다.
에귀 디 미디로 오르는 케이블카는 중간에 한번 갈아탄다.
해발 3,842m를 케이블카로 단숨에 오르니, 경우에 따라서는 고소 증세를 느낄 수도 있다. 우리 멤버들은 고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는지, 그저 쾌활하다.
저 위까지 이중화에 크람폰 차고, 피켈 꽂아가면서 걸어 올라간다 생각하면, 으으~ 쉽지 않다.
15년 전에는 신나게 그리하였으나, 이번에는 기계의 힘을 빌리련다.
에귀 디 미디에서 몽블랑을 중심을 알프스를 쭈욱 돌아본다. 절경이다.
높은 알프스 산군 사이에 자리 잡은 샤모니(Chamonix).
몽블랑을 등지고 반대편 알프스도 사진에 담아본다.
세 개 봉우리 중 가운데 제일 높은 봉우리가 몽블랑. 정상에서 선 것은 아니었으나, 그와 같은 기분으로 몽블랑을 배경으로 다정한 자매 인증 샷을 남긴다.
조금 오른쪽으로 한번 찍고,
또 조금 더 오른쪽으로 한번 찍는다. 어떻게 담아도 멋지다.
에귀 디 미디에서 몽블랑으로, 그랑드 조랑스로 등반하는 이들이 눈 위에 발자취를 남긴다. 가운데 바위 정상에 등반가가 있어 그 순간도 담아낸다.
샤모니에서 에귀 디 미디를 올려다보면 그 오른쪽에 몽블랑, 왼쪽이 그랑드 조랑스. 알프스에서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한 3대 북벽 중 하나가 바로 그랑드 조랑스(Grandes Jorasses)이다. 그 외엔 융프라우 옆에 있는 아이거, 고고한 마터호른이다. 등반을 하는 이들에게 알프스 3대 북벽, 대륙별 최고봉 등정은 산에 오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저 설산을 오루고, 누군가는 그것을 그저 바라만 본다. 산을 즐기는 방법은 자기가 정하는 나름인 바, 오늘만큼은 지그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에귀 디 미디에서의 마지막 코스! 엘리베이터를 타고 더 높은 곳까지 오르기로 한다. 그곳에서는 알프스를 파노라마 뷰로 즐긴다.
2대의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1대만 오르내리나 싶더니,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어지자 나머지 1대도 수리를 마치고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한다. 탑승 인원의 제한을 잘 지킨다. 6명 이하?!
높이 올라갈수록 기압이 낮아서 주머니 속에 있던 과자 봉지는 자동으로 빵빵해진다. 허기가 오기 전에 간식 먹기는 필수.
몽블랑 방향으로 난 투명창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가서 인증 샷을 남길 수 있다. 긴 줄을 기다려 우리도 사진을 남긴다. 피사체가 될 사람이 투명창 안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직원 한 분이 폰을 건네받아 두두두두 사진을 찍어 준다. 흡사 속사포다. 그 양반이 찍어 준 사진은 건질 게 없다는 게 여러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은 편이라, 여유를 부릴 순 없다. 동행이 있을 땐 동영상이나 연사로 찍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혼자라면, 카메라를 건네받은 양반의 촬영 실력이 업그레이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투명창 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샤모니와 맞은편 알프스. 사진 한 장으로 그 고도감을 다 설명하기엔 쉽지 않다.
우리는 가지 않았지만, 파노라믹 몽블랑(Panoramic Mont Blanc) 케이블카를 타고 알프스를 횡단하여 이탈리아 쪽으로 건너갈 수도 있다.
https://www.montblancnaturalresort.com/en/panoramic-mont-blanc
우리는 케이블카의 중간 기점인 Plan de l'Aiguille에서 쉬어 가기로 한다. 알프스를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즐기면서, 허기도 채워보려 한다.
핫도그와 맥주, 콜라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알프스 햇살 아래서 광합성을 즐긴다. 매점 겸 기념품 가게에서 Mont Blanc이라고 선명하게 새겨진 텀블러를 지나치지 못한다. 날 위한 선물!
그늘 하나 없는 곳에 앉아 알프스를 올려다보면서 망중한을 즐기는 것도 재미있다. 이쯤부터 눈치를 챈다. 양쪽 귀에서 열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마터호른을 바라보면서 하이킹하는 동안 노란 캡 모자를 쓰고 다닌 덕분에 귀가 햇빛에 탄 모양이다. 찬 맥주잔으로 귀를 식혀 보지만, 반응이 없다.
양팔에 생긴 햇빛 알레르기, 붉은 반점은 틈틈이 알로에 젤로 다독거려 준다. 심할 때 조금 덥더라도 긴 팔을 입기도 한다. 알프스에서 작렬하는 태양의 흔적을 온몸에 새긴다. 청명한 날씨가 여행에 윤기를 더한다.
산 위도 좋지만, 땅바닥도 좋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주차장으로 돌아가기 전에 그늘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그런 광경을 바로 보는 새가 사진에 함께 담긴다.
샤모니 시내를 사부작사부작 걸어 다시금 지하 주차장으로 찾아간다.
걸을 때, 가능한 나무 그늘을 찾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우리는 몽블랑과 알프스를 다른 시선에서 즐기기 위해 렌터카를 타고 짧게 이동한다.
알펜로즈를 다시 찾지 못한 아쉬움 조금, 몽블랑과 제대로 눈인사했다는 기쁨 듬뿍.
쉬운 길로 가는 우리, 조금은 힘들지만 걷기를 택한 다른 이들. 각자의 방식으로 알프스를 즐기는 사람들. 어느 것도 가능하기에 조금 더 매력적이기도 하다.
다음에는 파노라마 몽블랑으로 국경을 넘어 이탈리아로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