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는 19년 동안 신문기자로 인터뷰어로 사람들을 만나온 장은교 작가의 『인터뷰하는 법』 북토크와 워크숍이 있었다. 북토크를 마치고 나니 북토크 진행 방식과 일정이 확정된 8월 중순부터 9월 28일까지 지나온 장면들이 떠오른다.
워크숍 중심의 북토크를 진행하기로 한 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워크북이었다. 워크숍을 위한 작은 노트를 만들어 함께하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사에 워크북 제작에 필요한 파일을 요청한 후 ‘표지 디자인과 비슷하게 만들지, 심볼을 활용해 귀엽게 만들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심플하면서 귀여운 느낌으로 디자인 방향을 잡았다.
워크북은 노트를 활짝 펼치면 인터뷰하는 심볼이 나란히 나타나고, 표지만 보면 인터뷰 대상자인 심볼만 보이게 디자인했다. 마이크를 든 심볼이 있는 뒤 표지 하단에는 ‘인터뷰는 ‘당신’에게서 ‘이야기’를 발견하는 과정입니다.’라는 책 속 문장을 담고 인터뷰이만 있는 표지에는 심볼 상단에 인터뷰 대상자인 나의 이름을 쓸 수 있도록 ‘interview by ‘ ’’를 적었다. 내지는 질문을 직접 쓸 수 있게 무지로 두고 대신 스트레칭하는 터틀넥프레스 심볼을 상단에 작게 배치해 귀여운 포인트를 주었다.
‘oo 했다.’라는 마침표를 찍기 위해 지나온 시간에는 디자인 과정뿐 아니라 많은 숨은 이야기가 있다. 제작을 마치고 도착한 노트가 인쇄 실수로 색상이 고르지 않아 다시 제작해야 했는데 새로 제작한 노트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견돼 그중 일부만 사용해야 했다.
워크숍에서 함께 나눌 디저트로 터틀넥프레스 로고와 특별심볼을 활용해 쿠키커터를 만들고 프랑스 과자점 리틀딜라잇에 제작을 의뢰했다. 그동안 여러 행사를 함께하면서도 쿠키를 따로 판매하고 계시지 않아 쿠키 문의는 드리지 못했는데 어렵게 드린 부탁에 선뜻 제작을 맡아 주셔서 맷돌로 제분한 유기농 통밀로 만든 특별한 쿠키를 준비할 수 있었다. 행사는 9월 말이지만 9월 초에 미리 테스트 쿠키를 구워 와 주신 덕분에 북토크까지 아무 걱정 없이 나머지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북토크와 워크숍을 앞두고 『인터뷰하는 법』을 비롯해 공저한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경향신문 젠더기획팀 공저)와 산문집 『오늘도 당신이 궁금합니다』를 재독하고 작가님의 최근 인터뷰 영상도 챙겨 보았다. 그날 함께 오시는 터틀넥프레스 김보희 대표님의 『첫 책 만드는 법』과 최근 인터뷰도 함께 읽으면서 작가님은 보이차를, 대표님은 탄 맛이 없는 고소한 커피를 좋아한다는 취향을 알게 되어 당일 함께하는 티와 핸드드립 커피로 청귤 보이차와 산미 없는 원두를 준비했다. 청귤 보이차는 전문 티룸 ‘어플랜트숲’에 문의해 청귤 안에 보이차 찻잎이 들어간 소청감으로 준비했다.
지난 토요일, 공간 오픈은 9시이고 북토크와 워크숍은 1시에 시작되지만, 조금 이른 오전 7시 30분에 문을 열었다. 북토크를 진행할 때는 공유 테이블인 스텐 테이블을 공간 밖으로 옮겨야 하는데 의자와 테이블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어 무게가 상당하다. 테이블을 세운 후 기울여 조심조심 옮긴 후 의자를 세팅하고 책장에 진열되어 있던 책을 모두 내린 후 작가님과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을 꽂았다. 첫 줄은 『인터뷰하는 법』, 두 번째 줄은 작가님과 대표님이 쓴 책, 세 번째 줄은 터틀넥프레스에서 출간한 책들을 진열하고 책장에서 내린 책들도 알맞은 자리를 찾아 주고 나니 어느새 오픈 시간다. 이날 공간에는 작가님의 책을 읽기 위해 미리 방문한 독자분과 단골손님분들이 계셨는데 평소보다 상기된 표정으로 분주히 공간을 오가는 나를 보며 걱정과 응원을 보내 주셨다.
북토크 1시간 전, 빔프로젝터를 사용할 예정이라서 노트북과 연결해 연결 상태를 테스트하고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시선에서 바라볼 독자의 모습과 독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게 될 작가님과 화면을 체크하고 의자 간격 등을 살핀 후 작가님과 대표님, 독자를 맞이했다.
“오늘 어떤 하루를 지나오셨나요?”
북토크가 있기까지 지나온 장면들을 이야기하게 된 것은 작가님의 질문 덕분이다. 나는 오늘을 위해 어떤 하루를 지나왔을까, 오늘이 있기까지 어떤 시간을 지나 오늘의 내가 되었을까. 내가 지나온 하루를 떠올리며 애틋해지는 마음처럼 함께한 분들도 이곳에 오기까지 많은 장면을 지나왔을 것이다. 그렇게 마주하게 될 이들의 하루를 떠올리면 하나하나 마음을 다해 준비하게 된다.
많은 것을 챙겼다 해도 놓치는 게 있기 마련이라서 지나고 나면 아쉬운 부분들이 생각난다. ‘빔 연결이 끊어지지 않게 필름냉장고 온도 조절 스위치를 미리 꺼둘걸, 얼음을 더 일찍 얼려 둘 걸, 다음번엔 텀블러가 없는 분들을 위해 여분의 텀블러를 더 많이 준비해야지’하고 북토크 내용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며 다음을 준비한다.
“나는 오늘 왜 이 시간을 만들고 싶었을까?”
장은교 작가님의 『인터뷰하는 법』을 읽으면서 좋았던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었다. 이 책을 소개할 때 좋은 질문은 좋은 삶으로 연결되고 좋은 질문을 위한 연습은 나를 궁금해하는 마음에서부터 라는 말을 늘 전해 왔는데 책 속 이야기를 작가님의 목소리로 듣는 시간이 참 좋았다. 준비한 워크북에 무언가를 적는 모습을 가장 뒷자리에서 지켜보는 것도, 작가님의 다정하면서 단단한 힘이 느껴지는 목소리와 책장 너머로 보이던 초록 풍경도.
‘한 주간 글감을 고민하면서 나와 내 주변을 관찰해 보세요. 글감을 찾고 쓰는 시간은 마음 근육과 쓰는 근육을 키웁니다.’ 온라인 글쓰기 ‘okay write slowly’ 글쓰기 페이지 첫머리에 쓰여 있는 문장이다. 워크숍에서 나눈 나의 하루에 밑줄과 물음표를 만드는 것, ‘그래도 일기’로 나의 하루에 반창고를 붙여주는 것 모두 나를 챙기는 일, 마음 근육을 키우는 일일 것이다.
다른 분들에게는 그날의 하루가 어떤 장면으로 남았을지 궁금해진다. 내게는 앞서 말한 장면들과 북토크가 끝난 후 기다렸다가 내게 ‘앞에서 말씀하실 때 사장님 손이 떨리는 걸 보고 진심으로 준비한 마음이 느껴졌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신 분과 얼마 남지 않은 기차 시간에 조마조마한 마음과 헤어지기 아쉬운 마음, 함께한 순간의 여운으로 작가님, 대표님 손을 잡고 겅중겅중 뛰어 택시까지 달려가던 순간이 영화처럼 남았다.
(202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