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하고 유일한

by 다다

최진영 작가의 산문집 『어떤 비밀』 북토크를 마쳤다. 내게는 작가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8월의 제주에서부터 시작된 오늘이기도 했고, 1년 전 『단 한 사람』을 읽고 나서 시작된 여정이기도 했다. 북토크가 있던 토요일 아침, 공간 오픈은 9시지만 오전 7시 40분에 문을 열었다. 전날 책장 진열과 의자 세팅을 모두 마친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이 일찍 집을 나섰다.

북토크 1시간 전, 의자 위에 작은 봉투와 함께 제주 무한의 서에서 담은 필름사진으로 만든 엽서와 작가님의 문장이 프린트되어 있는 무한의 서 드립백, 작가님에게 의미를 주는 무한(∞)과 오케이 슬로울리 로고로 만든 비건 쿠키를 놓았다. 작가님 자리에는 엽서와 같은 사진으로 만든 패브릭 코스터를 잔 아래에 슬며시 두었다. 작지만 마음이 담긴 선물 덕분에 선물에 대한 소개로 말랑한 시작을 열 수 있었다.

오늘 북토크에는 총 17명의 독자가 함께했다. 모집 인원이 최대 15명이라서 마감 후 대기 신청해 주신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스텐랙을 입구 쪽으로 조금 더 당기고 나니 여유 공간이 생겨 대기 신청하셨던 분 중 두 분께 연락드릴 수 있었다. 함께한 분 중에는 공간에 처음 오신 분도 계셨지만 지난 1년 동안 작가님의 작품을 함께 읽었던 분들이 많이 계셨다. 『단 한 사람』을 읽고 난 감상을 나누며 언젠가 작가님을 모시게 되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아득한 미래처럼 느꼈던 일이 1년 후 정말로 이뤄지게 되어 모두에게 꿈같았다.

북토크를 하게 된다면 『이제야 언니에게』로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산문집이 출간된 덕분에 작가님의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북토크는 작가님과 질문을 주고받는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현장 질문을 포함하여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었다.

어떤 북토크는 마치고 나면 여운이 파도처럼 쉬지 않고 밀려온다. 이날이 그런 날이었다. 북토크는 끝났지만, 많은 분들이 남아 독자와 사인하며 대화하는 모습, 공간에 있는 책들에 사인하는 작가님을 몇 걸음 떨어져 지켜보셨다. 오늘 나눈 질문들이 너무 좋았다는 말을 건네기도 하고, 준비하느라 애썼다는 말과 1년 전 나눈 이야기가 현실로 이뤄져 꿈같다는 말을 전하는 분도 계셨다.

내게 진심 어린 축하와 북토크 소회를 나눠주신 분들을 떠올리니 꼭 수상 소감 같다. 『어떤 비밀』의 마지막 문장인 “우리는 이토록 작고, 나약하고, 순간이어서 고유하다. 이토록 사소해서 유일하다. 이 세상에 당신은 당신뿐이고 나는 나뿐이어서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문장처럼 고유하고 유일한 하루로 기억될 2024년 11월 30일.

북토크 공지 포스터에 작가님의 사인을 받았고 사인이 담긴 액자는 곧 고명재 시인님 액자 옆 흰 벽에 걸 예정이다. 그 말을 듣고 한 분이 집에 걸린 가족사진 같다고도 하고 아빠, 엄마 같다고도 하셨다. 할머니 집에 가면 벽면 가득 붙어 있는 가족사진과 손주 사진처럼 소중한 순간이 액자로 남아 공간에 함께하고 있다. 아직은 책장과 북카트 사이 벽에 세워둔 모양이 좋아서 사이에 두었다.

북토크에서 나눈 많은 이야기 중에서 작가에게는 첫눈과 같은 작가의 처음에 관한 여러 이야기와 삶을 잘 졸업하고 싶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이 나의 유일한 순간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어떤 것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엇보다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꾸준함과 성실의 힘을 믿게 해 주었던 작가님의 이야기가 내 삶에도 오래 간직될 것 같다.

작가님께 내게는 오늘이 11월 마지막 날이 아닌 올해의 마지막 날 같다는 이야기를 드렸는데, 정말로 그런 마음이 든다. 한 해 동안 애썼다고 나를 다독이며 12월을 새 마음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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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부터 11월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나하나 중요하고 소중해서 허투루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북토크를 끝으로 모두 마무리하고 나니 얼마 전 목걸이 체인이 꼬여 한참을 끙끙거리며 매듭을 풀다가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던 체인을 고리 사이를 벌려 빼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풀리지 않는 매듭은 없다는 생각에 용기를 얻기도 했는데, 어떤 일이 어렵고 막막할 때마다 그 일을 잘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그 일이 싫어서인지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던 최진영 작가님의 말이 떠오른다. 11월은 『어떤 비밀』 북토크 준비와 성현 님의 수필집 『바다에는 하얗고 까만 새들이』 출간 준비에 온 마음을 쏟았다. 너무 많은 텍스트를 읽으면 무언가를 놓칠 것 같아 미뤄 두었던 책들을 이제 기쁘게 펼 수 있겠다.


(2024. 11)



[오케이 슬로울리] 최진영 작가 『어떤 비밀』(난다, 2024) 북토크 F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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