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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5시간전

선물 받은 미래

 지난여름 제주 무한의 서를 찾았을 때 그곳에 최진영 작가님이 계셨다. 작가님은 나를 모르지만, 나도 모르게 작가님과 눈이 마주친 순간 활짝 웃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나서 바로 옆에 앉아 계신 작가님께 수줍은 인사를 드렸다. 그러고 나서 줌으로 진행했던 『오로라』 북토크에서 어떤 질문을 한 독자였다는 말과 대전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 작품 중 『이제야 언니에게』를 가장 좋아한다는 이야기 등을 드렸다. 내 이야기를 들으시던 작가님은 산문집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주셨다. 아직 어디에도 작가님의 산문집이 나올 거라는 정보가 없던 때였다. 작가님께 출판사를 여쭤본 후 제주에서 돌아오자마자 출판사에 북토크 관련 문의 메일을 보냈다. 카페를 나서기 전 작가님과 필름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이미지 파일이 아닌 공간에 왔을 때 인화된 사진으로 받고 싶다고 말씀해 주셔서 북토크를 진행하게 될 거라는 미래를 선물 받은 듯했다. 그 덕분에 육지로 가기 위해 영업을 종료하는 무한의 서 마지막 온라인 주문 때 북토크에 오시는 분들께 선물할 드립백을 주문할 수 있었다. 『어떤 비밀』 출간을 앞두고 출판사에서 북토크 일정을 상의하기 위한 연락이 왔다. 나에게는 여름부터 이미 시작된 북토크가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18년 동안 펴낸 장편 소설과 단편 소설 열네 권을 모두 읽었다. 지난해 『단 한 사람』을 읽고 난 후 시작된 1년에 걸친 여정이었다. 초기 작품인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과 『나는 왜 죽기 않았는가』 (개정판 『원도』)를 가장 최근에 읽게 되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소설가라는 직업은 오래 전의 나를 현재로 계속 불러들이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자는 작품의 출간 시기와 관계없이 작품을 읽게 되니 나이지만 지금의 나는 아닌 작품들을 보며 작가님은 어떤 생각을 하실지 궁금해졌다.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작가의 전작을 모두 읽는 것과 동시에 『어떤 비밀』을 세 번 재독했다. 11월 초에는 출판사 주최로 서울에서 진행한 북토크에 다녀오기도 했다. 북토크 일정이 정해져 있음에도 안희연 시인이 진행하는 『어떤 비밀』 북토크에 다녀온 것은 온전히 독자로 함께하고 싶은 마음과 시인이 진행하는 북토크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궁금해서였다. 그날 내가 느낀 것은 진행자와 작가의 관계와 관심사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는 점이었다. 서점에서 소규모로 진행하는 경우라면 참석하는 분들에 따라서라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산문집으로 진행하는 북토크이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 있었는데 무언가 해답을 얻은 기분이었다. 시인과 함께했던 이날의 북토크에서는 시인과 소설가가 단어를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와 시적인 산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북토크를 일주일 앞두고 다시 한번 책을 읽으면서 질문지를 만들었다. 북토크 신청서에 남긴 독자의 질문과 나의 질문을 더하고 나니 총 28개의 질문이 만들어졌다. 그동안 진행했던 북토크에서 나눈 질문이 15개 내외였던 점을 생각하면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대로 진행하면 작가님도 독자들도 집에 못 갈 것 같아 며칠 동안 고심하며 18개의 질문만 남겨 두었다. 몇 개는 현장 질문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예비 질문들로 빼 두었다. 

 질문지를 만들면서 장은교 작가의 『인터뷰하는 법』을 자주 떠올렸다. ‘단 하나의 질문만 할 수 있다면, 무엇을 묻고 싶은지’ 내내 생각했는데 어제 아침, 눈을 뜨는 순간 생각이 났다.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은 ‘어떻게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는지’다. 어쩌면 가장 평범한 질문이지만 내가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18년 동안 꾸준히, 성실하게 글을 써 온 작가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


(202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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