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단 한 사람』으로 최진영 작가의 작품을 처음 읽었다. 그 후 『구의 증명』 『오로라』 『이제야 언니에게』를 차례로 읽고 『오로라』로 진행했던 온라인 북토크와 인터뷰 기사들을 찾아 읽으면서 작가님의 세계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제야 언니에게』는 작가님이 인터뷰마다 독자가 읽길 바라는 자신의 책으로 언급하는 책인데 나 역시 같은 마음이라서 공간에 오시는 분들이 최진영 작가의 작품 중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물을 때마다 ‘책을 읽고 나면 그 옆에 서 있는 한 사람의 좋은 어른이고 싶어 진다’는 말과 함께 『이제야 언니에게』를 권하곤 했다. 사선으로 책을 진열하는 책장 한 줄에는 늘 최진영 작가님의 책이 자리하고 있고, 책이 누군가의 손에 갈 때마다 다시 채워 넣었다.
지난 8월 제주를 여행하면서 작가님의 배우자가 운영하는 카페 ‘무한의 서 커피로스터스’를 가족들과 함께 찾았다. 마침, 작가님도 공간에 계셔서 인사드리고 줌으로 진행했던 『오로라』 북토크에서 어떤 질문을 했던 독자라는 말과 함께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작가님은 절기편지를 소재로 산문집이 나올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하셨다. 작가님께 출판사를 여쭙고 책이 출간되면 출판사를 통해 공손히 북토크 문의를 드리겠다는 이야기를 드렸는데, 곧 육지로 이사하게 될 예정이며 11월이면 지금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카페를 나서기 전 조심스레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될지 여쭙고 나서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작가님은 인화사진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고 하시며 이미지 파일로 전달받는 대신 공간에 왔을 때 인화된 사진으로 받고 싶다는 말을 해 주셨다. 벅찬 마음으로 제주에서 돌아오자마자 출판사에 북토크 문의 메일을 보냈다. 출판사 계정에서조차 작가님의 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언급되지 않았던 때였다. 배본일이 확정되고 나면 북토크 일정을 상의하기로 하고 책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작가님의 전작을 읽기 시작했다. 서랍에는 작가님과 함께 찍은 사진이 크라프트 봉투에 담겨 작가님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언젠가의 북토크를 기다리면서 무한의 서 영업종료 전 마지막 온라인 판매 기간에 드립백도 주문했다. 북토크에 오시게 될 독자들에게 선물하기 위함이었다. 작가님의 책 속 문장이 프린트된 무한의 서 드립백이라는 것만으로도 작가님을 좋아하는 분들께 더없이 기쁜 선물이 되어 줄 것 같았다. 10월 22일로 배본일이 확정된 후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북토크 일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한 달 뒤인 11월 30일 토요일 오후 1시로 진행이 확정되었다. 그리고 어제 2006년 「팽이」로 등단한 후 등단 18년 만에 펴내는 최진영 작가의 산문집 『어떤 비밀』 초판 사인본이 도착했다.
책이 출간되기 전 작가님 인스타그램 계정에 ‘잘 지내고 계신가요?’라고 사인을 하다가 내 안의 장난기인 ‘아기고래’가 나와 단 두 권에만 다른 사인을 남겼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중 한 권은 대형 온라인 서점 3사 중 한 곳에, 나머지 한 권은 동네서점에 가게 된다고 했는데 그 1부가 나에게 왔다. 작가님의 아기고래를 기다리면서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면 ‘운명’ ‘기적’ 같은 단어를 자꾸만 떠올리게 된다. 어제저녁 사인본 사진과 영상을 계정에 올리니 난다 출판사 대표인 김민정 시인님과 작가님도 깜짝 놀라며 댓글을 남겨 주셨다. 최진영 작가님과는 디엠을 통해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아기고래가 자기를 진정 사랑해 줄 곳으로 헤엄쳐간 것 같아서 기쁘다’는 말을 해 주셨다.
이번 주에는 2017년 출간한 『해가 지는 곳으로』와 책에서 언급된 크리스토프 바타유의 『다다를 수 없는 나라』를 읽었다. 총 열네 권 중 두 권을 남겨 두었고 두 소설과 함께 『어떤 비밀』을 만날 차례다. 언젠가의 바람으로 간직했던 북토크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작가님의 소설 세계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산문집을 나 역시 기쁜 마음으로 펼친다. 한 달 뒤 마주하게 될 북토크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11월을 기다리며 책을 읽고 나눌 질문을 정리하며 차분히 그날을 맞이해야겠다.
(2024.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