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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Nov 14. 2024

어쩌다 고양이가

 한 달 전의 일이다. 공간 앞에 주차를 마치고 들어오신 손님이 주차된 차 아래에 있는 고양이를 발견하고 평소 가지고 다니는 간식을 꺼내 고양이에게 주었다. 그 자리에서 먹지 않고 건물 옆으로 난 통로로 왔다 갔다 하며 먹이를 먹는 고양이를 보며 ‘엄마 고양이인가?’하고 말하셨는데 그날 오후 한 고양이가 공간에 찾아왔다.

 공간 마감 후 뒷문을 열어놓고 정리를 하다가 뒤를 돈 순간 무언가 후다닥 달려 나가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고양이인 것을 깨닫고 서둘러 달려 나가 사과했는데 나중에 CCTV를 확인하니 내가 통창 앞에 놓인 작업 테이블을 정리하는 사이 스텐 테이블인 공유 테이블까지 와 공간을 두리번거리며 살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날 어린이들에게 이야기하니 먹이도 주지 않고 그냥 보냈냐며 혼이 났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며칠 뒤 통창 너머로 나를 빤히 바라보며 걸어오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누가 보아도 '나 쟤 아는데….‘ 같은 눈빛이었다.

 그렇게 관계가 생기고 나니 자꾸만 고양이에게 마음이 쓰였다. 가을비가 내리던 날에는 이런 날씨에 먹이 활동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졌고 언젠가 다시 오면 먹이를 줘야겠다 싶어 편의점에 가 고양이 캔과 츄르를 샀다. 한 번 먹이를 주고 나니 고양이가 매일 찾아왔다. 고양이 캔을 주다가 이렇게 먹으면 영양이 괜찮을까 싶어 근처 동물병원에 가 사료를 추천받았다. 고양이 사료는 자동차와 사람이 자주 오가는 입구 대신 창고로 연결되는 뒷문에서 주고 있다. 어떤 날에는 나보다 먼저 출근해 걸어오는 나를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왜 이제 왔냐는 듯 ‘야옹’하며 말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사료를 먹을 때마다 너무 급하게 먹고 수시로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아 사료만 두고 뒷문을 닫아 두곤 했는데, 이제는 조금 먼발치에서 내가 보고 있어도 경계하지 않고 편안하게 사료를 먹는다. 사료가 부족하다고 느끼면 바로 떠나지 않고 문 사이로 고개를 빼꼼하며 더 달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 본 경험이 없어서 ‘고양이 언어, 고양이가 꼬리를 흔드는 이유, 고양이 키스’ 등을 검색해 보기도 하고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 분들에게 물어보며 고양이의 마음을 추측하고 있다. 이제는 어린이들이 지어 준 ‘그루’라는 이름도 있다.

 처음 고양이 사진을 찍은 날 동물병원에 가 물어보니 한 살 정도 되었다는 얘기를 해 주셨다. 그 얘기를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1년 전 자동차 아래에 숨은 아기 고양이를 발견하고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사진을 찾아보니 성묘가 된 지금의 고양이 얼굴과 똑 닮았다. 어느 날 불쑥 내 삶에 들어온 것 같았는데 어쩌면 계절을 돌고 돌아 결국 만날 사이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날이 점점 추워져 얼마 전에는 고양이 집을 주문해 조립해서 뒷문 옆에 두었다. 경계심 많은 고양이가 집에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지만 고양이 그루가 길에서 나게 될 겨울을 잘 보내면 좋겠다.


(202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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