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운영하면서 종종 손님들에게 선물을 받을 때가 있다. 서점 계정에 올리면 혹시나 다른 분들이 부담을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 개인적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대신 핸드폰 사진첩 폴더에 소중히 모아 두었다. 사진첩 폴더 안에는 비워둔 테이블에 머무는 동안 뜬 클로버 키링부터 직접 그린 그림으로 만든 메모지와 직접 만든 독립출판물, 비즈로 만든 책갈피 등 손수 만든 물건이 있기도 하고 귤과 군고구마, 붕어빵처럼 겨울을 닮은 간식들이 있기도 하다. 가끔은 맥주를 선물 받을 때도 손난로처럼 패딩 안에 넣고 다닌다는 따끈한 삶은 계란을 받은 적도 있다. 나 역시 좋아하는 공간에 갈 때면 작은 무언가를 사장님께 건넬 때가 많은데 반대로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선물을 받을 때면 고마움과 쑥스러운 마음이 함께 든다. 여행지에서 생각나 사 왔다며 드립백과 티백, 작은 문구류를 건네실 때면 일상에서 뿐 아니라 다른 장소에서 이곳을 떠올려 주었다는 것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에는 3년간 체류를 위해 중국에 가셨던 은애 님이 잠시 한국에 온 동안 방문해 주셨다. 중국에 가기 전 집에서 돌보던 행잉 식물을 내게 주고 가셨는데 중국에서 무탈히 지내고 계신 은애 님처럼 식물도 다행히 이곳에 잘 적응했다. “중국에서 만들었으니 메이드 인 차이나예요.” 하며 내민 선물 꾸러미를 푸르니 직접 뜬 뜨개 티 코스터와 중국에서 구매한 니트 양말과 홍차 티백이 들어 있었다. 브라운 컬러의 티 코스터는 실 중간에 다른 컬러의 실이 섞여 있어 만들 때마다 조금씩 다른 디자인이 된다고 하셨는데, 내게 선물해 주신 코스터는 초록색 실이 군데군데 돋아 있어 꼭 땅 위에 돋아난 새싹 같다. 언젠가 정저우에서 음악을 틀어 놓은 채 책을 읽다가 공간에서 자주 듣던 음악이 흘러나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는 은애 님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글을 읽으면서 나 역시 그리움과 애틋함이 동시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은애 님이 선물해 주신 양말은 아끼는 공간인 한쪽가게 사장님과도 짝꿍이어서 출근할 때, 한쪽가게에 갈 때, 용기가 필요한 날 신겠다고 약속했다.
어제는 sbi 출판학교를 수료하고 여러 번의 면접을 거쳐 출판 마케터로 취업하게 된 주희 님이 오랜만에 공간을 찾아 주셨다. sbi 출판학교의 출판 마케터 과정을 이수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주셨던 때가 작년인데 그 과정을 잘 마치고 새내기 출판 마케터가 된 주희 님께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서울로 돌아가는 주희 님을 배웅한 후 비워둔 테이블 서랍에 둔 방명록을 펼치니 다시 올 땐 좋은 소식을 들고 오고 싶었다는 주희 님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혹시 도전 앞에 망설이고 있다면 일단 저는 당신을 응원하니 너무 겁내지 말기를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에 덩달아 힘이 났다.
어쩌면 가장 큰 선물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공간에서 보낸 시간을 소중히 기억해 주는 마음, 고민과 힘듦을 지나 다시 마주했을 때 함께 웃을 수 있는 것. 1월의 영수증 문장으로 고른 문장이 오늘의 내 마음과 꼭 닮았다.
“멀리 있어도 곁에 있을 수 있다. 요즘 나는 이 말을 믿으며 산다. - 김달님 『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202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