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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케이티나 Jan 09. 2019

<부끄러운 육아 고백>

할아버지 03.


할아버지 03.


두 딸을 키운 80년대 일본 유학시절, 나는 나름 선진국의 앞선 육아 노하우를 실현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두 딸들이 육아에 쏟아붓는 정성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는, 30년 전 자부심은 아예 고개조차 들 수없는 수치심으로 바뀌고 말았다.


비과학성, 비위생, 무계획은 차치하고, 우선 아기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없었다.


창피하지만 가장 대표적 예. 10평 남직한 원룸에서 줄곧 담배를 피워댔다. 흡연 횟수를 줄인다든가, 밖에 나가 핀다는 최소한의 배려도 없었다.


출산을 앞둔 두 딸이 이구동성으로, "아빠! 담배 안 끊으면, 손주 안아볼 수 생각도 마세요!"는 그냥 던져보는 엄포가 아니다. 몇 번의 시도를 전부 실패했던 나로서는, 금연은 고등고시에 준하는 '할아버지 자격시험'이었다.


첫 손주를 보고도 얼마가 지났건만 담배를 끊지 못했던 나는, 끝내 하느님께 밉보이고 말았다. 나는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겨우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근데 하느님께 크게 밉보이진 않은 것 같다. 담배연기 속에서도 꿋꿋이 커준 두 딸, 큰 탈 없이 넘긴 뇌경색, 두 손 주를 마음껏 부벼대며 육아에 올인하고 있는 나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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