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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현 May 29. 2020

권위적인 아빠, 권위 있는 아빠

자녀교육

요즘 들어 아이들이 뭔가 결정 내리기 전에 나에게 먼저 묻고 행동할 때가 많다. 본인이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일 때 부모에게 조언과 허락을 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도 되는 것을 굳이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을 보며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다.


9살 첫째 딸

친구한테 내 물건 줘도 돼?

양치질 그만 해도 돼?

학교 끝나고 내 돈으로 과자 사 먹어도 돼?


5살 둘째 아들

화장실 가도 돼?

물 마셔도 돼?

얼음 한 개 꺼내어 먹어도 돼?

장난감 가지고 놀아도 돼?

나 졸린 데 낮잠 자도 돼?


아 이건 아닌데...


이전에 배웠던 교육학 용어 몇 가지가 떠오른다.


1. 발달단계와 발달 과업


 발달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은 전 생애에 걸친 인간의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를 8단계(영아기, 유아기, 유치기,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중장년기, 노년기)로 구분하였다. 각 단계별로 해내야 할 숙제가 있는데, 이를 발달 과업이라고 한다. 개인이 발달 과업을 잘 수행해내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하면 심리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나이로1-2세에 해당하는 영아기에는 신뢰감 형성이라는 과업이 주어진다. 어머니와의 관계, 상호 작용을 통해서 아이는 신뢰감을 형성하게 된다. 이 때 잘 형성된 신뢰감은 앞으로의 맺어갈 모든 관계의 밑바탕이 된다. 어머니와의 관계가 불안정적이거나 어머니로부터 지속적인 거부를 당할 경우 아이는 신뢰감 형성이라는 과업을 달성하지 못하고, 불신감을 형성하게 된다. 


자율성은 유아기(우리나라 나이로는 3-4세)에 형성시켜야 할 과업이다. 이 시기에 유아는 스스로 걷고,  탐색하고, 자신의 힘으로 하려는 것이 많아진다. 이러한 도전, 시도, 탐색들이 지속적으로 좌절될 때 아이는 자율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소외감, 수치심, 의심, 강박이 발달하게 된다.


음...나의 발달 단계에 따라 아이들을 바라보고, 평가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발달 단계를 고려한 교육, 양육 !!


2. 양육 방식


내가 아이들을 너무 통제하고 있는 게 아닐까? 혹시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화를 많이 내서 아이들에게 '괴물'이 된 것은 아닐까? 아이들에게 나는 무서워서 피하고 싶은, 그러나 인정받고 싶은 존재인 걸까?


나의 양육 방식을 점검해 볼 필요성이 생겼다.


미국의 심리학자 바움린드는 '애정'과 '통제'를 기준으로 부모의 양육 태도를 아래와 같이 4가지로 분류하였다.

바움린드는 적절한 통제와 애정이 있는 권위 있는(authoritative) 양육태도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럴 때 아이는 사회성이 발달하고, 정서적으로 잘 성장할 수 있다.


자녀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녀를 양육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통제도 하고, 애정 또한 강하다고 생각을 했다.


하. 지. 만.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아이들의 행동을 돌이켜 보았다.


얼마 전에 아이가 엄마 말은 잘 안 듣고, 아빠 말만 듣는 것에 대해 아이에게 물어보니 아빠는 무섭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제 놀이터에서 버릇없이 행동하는 다른 집 아이를 나무랄 때에 옆에서 듣고 있던 둘째 아이의 겁먹은 표정.

이밖에도 첫째 딸이 자기 용돈으로 과자를 산 후 길거리에서 나와 우연히 마주쳤을 때 자기가 산 과자를 숨긴 것, 자신의 속사정, 힘든 일에 대해서는 잘 얘기를 안 한다는 점, 뭐든지 다 물어보고 행동하려는 점,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 모두 나에게 인정받으려고 한다는 점 등등


아... 심각한데?


혹시 아이들, 아내에게 나는 괴물일까?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독재적 양육 태도와 권위 있는 민주적 양육 태도의 차이는 아이가 부모의 ‘권위’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고 하였다.   

부모의 양육 태도 유형은 부모의 입장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충... 격...


아무리 내가 권위 있는, 민주적인 부모라고 생각해도 아이에게는 독재적인 부모라고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아동 학대를 일삼는 부모도 자신은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한 것이지 학대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아... 이럴 수가....


'EBS 60분 부모 : 문제행동과의 한판승 편'에 권위적인 부모와 권위 있는 부모의 차이가 나온다.


권위적인 부모는 자기 규칙을 아이에게 맹목적으로 강요하며, 잘못했을 때는 예외 없이 심하게 처벌하거나 훈육한다. (중략) 권위 있는 부모는 평소 아이에게 애정을 충분히 표현하고 자애롭다. 잘못했을 때는 엄하지만 잘했을 때는 진심으로 칭찬하며 함께 기뻐할 수 있다. 아이가 부모 말을 잘 따르면 충분히 칭찬해 자긍심을 높여주고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춰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 가르침은 엄격하지만 협박이나 체벌이 아니라 일관성과 설득력을 갖춘 부모가 권위 있는 부모이다.


우리 가정의 자녀 교육 목표를 나열해보면

-주체적이고, 주도적인 삶,

-합리적 선택, 분별력을 갖춘 삶

-삶의 다양한 기회를 즐길 줄 아는 심적으로 여유롭고 풍요로운 삶.


그런데 현재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권위 있는 부모는 아이를 잘 조절할 수 있다. 꼭두각시처럼 마음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길 안내자 역할을 한다. 진정한 권위를 지닌 부모는 아이에게 존경을 받는다. 부모 행동이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기에 아이는 자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부모가 제시한 벌을 받으면서 반성하고 한 발 더 나아가는 기회로 삼는다.

<EBS 60분 부모 : 문제행동과의 한판승 편>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 무섭고 두려운 아빠가 아니라 권위 있고, 존경받으며, 아이들에게 옳은 방향으로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아빠가 되도록 변해야겠다.



출처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1800

https://ko.wikipedia.org/wiki/%EC%97%90%EB%A6%AD_%EC%97%90%EB%A6%AD%EC%8A%A8

[네이버 지식백과] 부모의 진정한 권위는 무엇일까 (EBS 60분 부모 : 문제행동과의 한판승 편, 2010. 5. 21., EBS <생방송 60분 부모> 제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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