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현 Jun 02. 2020

꿈을 크게? 작게?(2편)

자기 계발과 자기 착취

Image by Karen Arnold from Pixabay


"선생님, 저에게는 엄하게 대해주세요. 저는 칭찬을 받거나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제가 나태해지기 때문에 칭찬보다는 쓴소리 해주시는 게 더 좋습니다."   


10여 년 전에 가르쳤던 한 중학생이 했던 말이다. 

무엇이 그 아이를 스스로 다그치게 만들었을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것을 보면 그 말에 대해 내가 받은 충격과 그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꽤 컸던 것 같다.


피로사회(한병철, 2012)에서 한병철 교수님은 현대 사회를 성과사회로 규정하였다. 근대 사회가 규율과 통제로 대변되는 규율 사회였던 반면, 현대는 개인들이 규율과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사회이다. 그리고 개인의 성과가 중요시되는 성과사회이다. 성과사회에서는 타자가 개인을 규제하고, 억압하는 주체가 아니라 자유가 주어진 개인이 스스로의 삶을 통제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주체이다. 통제와 억압이 없어지고,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또한 발생한다. 


자기 착취


한병철 교수님은 성과사회를 살아가는 자유로운 현대인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 스스로를 착취한다는 현실을 포착하였다. '이건 안 돼, 이것은 하지 마'의 통제 사회에서 '넌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노력하면 할 수 있어.'의 성과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은 스스로를 다그친다. 성공하지 못한 것의 귀책사유가 개인의 노력 부족이 되므로, 개인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다그친다. 자기 착취를 하면서. 

 자기 착취의 결과는 탈진, 우울증, 소진증후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의 쥐들처럼 맹목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다가 해를 입는다. 스스로 부는 피리 소리에. 


한병철 교수님은 자기 착취, 그리고 이로 인한 소진, 우울증을 예방하고 벗어나기 위한 활동으로 목적지향적인 행위로부터의 해방, 모든 것을 자기에게로 끌어들이는 자기 무장의 해제 등을 언급하였다. 이는 무위의 여유, 막간의 여유를 통해 가능하다. 


나태 vs 자기 계발 vs 자기 착취


성과사회에서 개인은 무엇인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 무위가 어렵다. 10여 년 전의 중학생이 그러하였고, 이제까지 살아온 내가 그랬다.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려고 노력했고, 나태해지지 않게 나를 주위를 다그쳤고, 때로는 탈진했고, 우울했다.


자기 결정성이 결여되어 있고, 자기에 대한 신뢰가 없으며, 심리적인 여유 없이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것은 자기 계발이 아닌 자기 착취이다. 잠깐 멈추고 돌아봐야 내가 하는 행동이 자기 계발인지 자기 착취인지 알 수 있다. 한병철 교수님의 무위, 막간의 여유, 신영복 교수님의 30% 여유, 혜민 스님의 멈춤은 자기 착취를 일삼는 바쁜 현대인에게, 그래서 고통받는 우리들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해독제와 같다.   

작가의 이전글 꿈을 크게? 작게?(3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