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까치집을 인 채로 강동지는 밥을 해서 아점을 차렸다. 일요일에 누리는 평화는 얼마 안 가서 산산조각 났다. 밥 먹자마자 꽃차남은 소파에 엎드려서 눈물을 쏟았다. 왜 우냐는 내 질문에 답을 하려고 고개를 든 꽃차남의 얼굴은 완전 척척하게 젖어 있었다.
“아빠도 같이 볼링장 가자고! 엄마랑 둘이서는 안 가. 그러면 안 간다고. 절대로 안 가!”
오, 예! 볼링장 안 가면 나도 좋고 강동지도 좋다. 볼링 좋아하는 사람은 꽃차남뿐이다. 꽃차남이 눈물을 하도 많이 쏟아서 우리 집이 떠내려간다고 해도 달래기 싫었다. 내 방으로 들어와서 노트북을 켰는데 신경이 쓰였다. 얼마 못 버티고 거실로 나갔다.
강동지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다. 오후에 사무실 나가서 회의 하고 집에 오면 5시 반. 그때 나가서 볼링 치고 저녁밥 먹고 들어오자고 애원했다. 엎드려있던 꽃차남이 콧물을 닦으면서 소파에 앉았다. 여전히 머리에 까치집을 인, 반백 살의 강동지는 말했다.
“화 풀었어? 그럼 아빠 안아줘.”
볼링전투에서 가볍게 아빠를 제압한 꽃차남은 스마트폰으로 펭수를 봤다. 염치가 있으니까 크게는 안 웃고 피식피식 웃었다. 나는 그 틈을 타서 강동지한테 소리 안 내고 입으로만 말했다. “패.배.자.”
약속대로 우리 식구는 오후 5시 반에 볼링장에 갔다. 꽃차남과 내가 먼저 치고, 꽃차남과 강동지가 두 번째로 치고, 그 다음에는 꽃차남 혼자서만 볼링을 친 다음에 끝내기로 했다. 지난번에 무릎 부상을 당해서 회복하지 못한 나는 울며불며 치는 꼴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쳤다.
막 재밌어지는 순간에 거짓말처럼 꽃차남 친구 승균이가 개인용 볼링공 가방을 끌고 왔다. 189점이 최고 기록인 승균이는 12만 원을 내고 하루에 5게임씩 볼링을 친다. 주말에는 따로 돈 내고 쳐야 하는데 혼자서 그 저녁에 볼링장에 온 거다.
내가 마지막 볼링공을 던지고 전광판에 딱 100점이 나온 순간, 아무도 하이파이브를 해주지 않았다. 이런 대점수를 내고도 축하받지 못하다니. 꽃차남은 이미 승균이한테 가 있었다. 강동지는 서운하면서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나는 또 소리 안 내고 입으로만 물었다. “왜?”
“아빠는 집에 가래. 친구랑 둘이 친다고.”
강동지는 꽃차남과 친구 승균이한테 음료수를 사서 바치고, 나는 계산하는 데로 가서 꽃차남이 하루에 5게임씩 한 달 동안 볼링을 칠 수 있게 12만 원을 결제했다. 엣헴! 엣헴! 신이 나. 이제 볼링 치러 안 가도 된다. 그런데 패배자가 된 이 기분은 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