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연필이 뭐라고

by 배지영

필기구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0.7 샤프연필이다. 필통에 항상 두 자루씩 넣어가지고 다닌다. 되게 꼼꼼해 보이겠지만(ㅋㅋㅋㅋ), 나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다. 그렇게 아끼는 샤프연필도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고 만다.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 30년간 되풀이 되고 있다.

월요일 밤부터 일을 잘 못했다. 아무리 필통을 탈탈 털어도 샤프 연필이 안 보였다. 두 자루 중에서 한 자루도 남아있지 않았다. 내 방 책상, 거실 테이블, 식탁의 위아래를 샅샅이 훑고 다녔다. 핸드폰의 손전등을 켜고 노트북 백팩 바닥까지 들여다봐도 안 보였다. 있어야 할 게 없다는 게 너무 신경 쓰였다.

오늘 오후 7시에는 예스트서점에서 작가 강연회를 진행한다. 오후 5시 30분에는 전북 CBS 라디오 생방송에 <환상의 동네서점>으로 전화 인터뷰를 한다. 집에서 그냥 일해도 되는 날이다. 그러나 내가 한길문고 출근한 이유는 딱 하나. 글을 잘 쓰기 위해서(노트북으로 쓰긴 합니다만) 샤프연필을 마련해야만 했다.

서점에 도착하자마자 전에 쓰던 모델하고 똑같은 샤프연필을 두 자루 아니고 한 자루만 샀다. 비싸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갑자기 사라진 샤프연필이 양심이 있다면, 두 자루 중 한 자루만이라도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희미하게 품고 있어서였다.

나는 노트북 전원을 켜고, 새로 산 샤프연필을 집어넣기 위해 필통 주머니를 열었다. 헐!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똑같은 게 필통 안에 있었다.

#샤프연필
#불안
#수집가는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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