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규, 주형, 수민이는 어릴 때부터 친구다. 평범한 청소년들이었다. 집에 오면 문을 쾅쾅 닫고, 노래를 크게 켜놓고, 피자와 치킨을 좀 많이 먹었다. 피방과 편의점에 잘 다니던 세 청소년이 집에서 함께 밤을 보낼 때면, 우리 부부는 안방에서 잘 나가지도 않았다. 고등학생 되면서 청소년들의 표정은 보들보들해지고 성격과 미모가 동시에 아름다워졌다.-
2년 전, 눈 많이 내린 날밤이었다. 차선은 지워지고, 다니는 차도 없었다. 우리 부부는 수송동 수민이네 집 앞으로 갔다. 제규와 주형이가 타자 차 안에서는 감홍시 같은 술 냄새가 났다. 자기 집 앞에서 내리는 주형이는 짧은 머리를 한 번 쓱 쓰다듬더니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 저 다음 주에 군대 가요.”
“응....”
그 다음 말을 해야 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주형이는 키는 커도 여리고 순하다. 스무 살이지만 고등학생 같았다. 그런 아이가 국방의 의무를 하러 간다. 콧물을 닦으려고 휴지를 찾고 있는데 울지 않는 성숙한 강동지가 지갑을 꺼내서 나한테 줬다. 주형이는 안 받으려고 했다.
“받는 거야. 건강하게만 갔다 와.”
주형이는 휴가 나올 때마다 “어머니 선물이에요”라며 군대 화장품을 줬다. 나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주형이가 마지막으로 화장품 선물을 한 건 올해 9월, 제대 기념이었다. 같이 있던 수민이는 “어머니, 저도 좀 볼게요” 하면서 화장품을 요리조리 살펴봤다.
지난달에 수민이는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다. 주형이의 입대와 제대, 제규의 입소와 퇴소로 단련된 나는 쿨했다. 잘 갔다 오라고 웃었고, 수민이는 내 손이 무안하지 않게 재빠르게 돈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퇴소했다고 우리 집에 왔다. 물론, 군대 화장품을 사들고서.
“이건 어머니 거고요. 파란 건 아버지 거예요. 그리고 저번에 주형이가 사온 달팽이 크림 다 썼지요? 그래서 특별히 어머니 것만 하나 더 샀어요.”
제규가 옆에서 지켜보더니 “다정한 남자네, 다정해.” 하면서 놀렸다. 수민이는 훈련소에서 키가 좀 더 큰 것 같았다. 짬밥도 맛있었지만, 제규가 해주는 밥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오래 전 한 때처럼 우리 식구랑 같이 저녁밥을 먹었다. 김장하러 본가에 간 주형이 약 오르라고 밥상 사진 보내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어머니, 토요일에 그거 봐야죠. 놓치면 안 되잖아요.”
크느라고 파워당당하게 하고 싶은 대로 행동했지만, 이제는 한없이 다정해진 남자들은 설거지를 했다. 강동지랑 나랑 강썬님은 소파에 앉았다. 유팡님과 대북곤님과 김종벨님을 보면서 울다가 웃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다정한 남자로 커준 덕분에 마음 편하게 텔레비전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