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밤에 현금자동인출기

by 배지영


20210111_130337.jpg



강썬님이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사왔다. 감동은 5초 뒤에 깨졌다. 빈말을 하지 않는 강썬님이 “내가 먹고 싶어서 산 거야.”라고 했다. (내가 사준) 4만 원짜리 큐브를 팔아서 2천 원을 받고, 자기 돈은 1천 원만 보탰으면서도 은혜를 베푸는 사람처럼 으스댔다.

중고거래 해보니까 재미진 모양이었다. 오늘 오후부터 강썬님은 큐브 거래 사이트에 한 개씩 올리지 않고 몇 개씩 묶어서 올렸다. 역시나 강썬님의 핸드폰으로 낯선 사람이 문자를 보내왔다.

“wrm2020 구매하려고 하는데 아직 판매중이신가여?”
“아네.”
“gts2m도 같이 살 수 있을까요?”
“아네.”
“계좌번호 불러주세용. ATM기에 다녀와야 되서 시간 좀 걸려용!”

25분 뒤에 내 계좌로 (택포) 17,500원이 입금됐다. 수도권도 군산처럼 눈이 쏟아지고 있던데, 해찰 같은 건 절대 하지 않고 현금자동인출기로 달려갔을 고양시에 사는 한 소년을 생각해봤다. 앗! 그런데 강썬님이 이런 식으로 계속 큐브를 내다팔면, 큐브인들 사이에 내 계좌번호가 막 돌아다니는 거 아닐까.

#큐브
#눈오는밤
#떡볶이
#올해는정말큐브안사줄거야
#그냥나만정신차리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늘의 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