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규 낳을 때는 진통이 오다가 멈추면 바로 잠들었다. 큰 시누이가 당황해서는 그러면 죽는다고, 눈 뜨라고, 나중에는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나를 흔들어서 깨웠다. 언젠가는 (엄청 큰일을 앞두고) 치질 증상이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진료하는 1~2분 사이에 나는 잠들어 버렸다. 배지현 자매님이 한참 동안 그 일을 두고 놀렸다.
내가 멀쩡해 보여도, 심지어 인터뷰 책을 두 권이나 썼으면서도, 모르는 사람과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건 긴장된다. 운전해서 인터뷰이를 만나러 갈 때마다 졸음이 쏟아진다. 끝나고 나면 며칠치 에너지를 당겨 쓴 사람처럼 지쳐서 맥주도 못 마시고 일찍 잔다.
카페에 갈 수 없으니 오늘은 인터뷰이의 집에 찾아가서 인터뷰를 했다. 호탕한 인터뷰이 덕분에 나도 텐션 업. 그러나 돌아올 때는 역시나 기진맥진. 우선 손발만 씻고 소파에 누우려고 했는데 현관 앞에 택배가 와 있었다.
만져보면 차가운데도 다정한 기분이 드는 것. 대한민국 도슨트 <군산> 중쇄본이었다.
이리저리 중쇄본을 어루만졌다. 타들어가다가 소낙비를 맞은 한 여름날의 채송화처럼 내 몸에 생기가 돌았다. 한국의 땅과 사람 이야기인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하나의 지역을 한 권의 책으로 담는다. 책 뒤표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기록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진다. 특히 정규 교과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1970~80년대 이후의 한국은 젊은 세대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는 더 늦기 전에 한국의 오늘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역사나 인문지리 안 좋아하는 사람도 대한민국 도슨트 <군산>을 펼치면 빠져들 거다. 21세기북스에서 책을 잘 만들어주셨고, 나도 재밌게 잘 썼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