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만에 한길문고 갔더니 그새 또 서점 곳곳이 바뀌었다. 내가 서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한길문고 카페. 창문 쪽에 커다란 현수막이 붙었고, 그 아래 테이블에는 이민우 대표님 인터뷰 기사가 있었다.
벌써 9년 전 일이다. 이제는 담담해질 만도 한데, 목이 메었다. 그래도 강썬님에게 2012년 8월 16일 군산 한길문고 입구에 붙었던 대자보를 끝까지 읽어주었다. 강썬님이 태어나 기저귀를 차지 않고 보내는 두 번째 여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알리는 말씀
그동안 한길문고를 아껴주시고 성원해주신 군산시민들에게 침수피해 이후의 상황과 대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8월 13일 새벽 폭우로 안타깝게도 지하 전체가 침수되어 책 한 권 건지지 못한 황망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13일, 14일 겨우 물을 빼내고 15일 이후 200여 명의 자원봉사자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겨우 진입하여 무너진 천장과 폐기된 서가들을 수습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피해로 복구와 재기가 힘든 상황임에도 거래 출판사 관계자분들의 지원 약속, 군산지역 시민단체, 독자분들의 위로와 격려에 커다란 힘이 되었습니다.
하루 빨리 복구하여 이전보다 더욱 노력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서점이 되기를 다짐합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재오픈을 앞당겨 군산시민들의 사랑받는 한길문고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2년 8월 16일 한길문고 임직원 일동
이제는 세상에 안 계신 한길문고 이민우 대표님의 목소리가 대자보 편지에서 들린다. 혼자 남은 문지영 언니는 주저앉지 않고 직원들과 함께 ‘군산시민들의 사랑받는 한길문고’로 만들어가고 있다.
한길문고는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다. 여행자들은 한길문고에 들렀고, 택배비 드는데도 다른 도시에서 한길문고로 책 주문하는 독자들도 있다. 서울시민 권나윤씨는 한길문고만을 보고 군산에서 한 달 살기를 했고, 도쿄시민 기쿠치 미유키씨는 한길문고에 와서 책을 사갔다. 지난해 10월의 마지막 밤에는 한길문고에서 열한 명의 출간작가가 탄생했다.
<환상의 동네서점>은 한길문고와 한길문고를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내가 대학 1학년 때부터 드나든 서점을, 수십 년이 지나 책으로 펴내서 기쁘다. <환상의 동네서점>은 ‘2020 우수출판 콘텐츠 선정작’이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 문학나눔 선정작’이다. 그래서 딱지가 두 개 붙어있다.